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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 박창신 신부, 1984년부터 시위 현장 다니며 사진 7000여 장 기록[가톨릭평화신문 202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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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5-17 조회 1,0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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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에 그 현장을 찍었습니다”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 1984년부터 시위 현장 다니며 사진 7000여 장 기록… 군산대 박물관서 전시 중

2021.05.16 발행 [16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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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신 신부가 찍은 1987년 6월 10일 군산지역에서 일어난 민주 항쟁 모습. 시민들이 독재정권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박창신 신부 제공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역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으니까요.”

민주화 운동의 산 증인이라고 불리는 박창신(전주교구 원로 사제, 사진) 신부는 1980년대 민주화 현장을 다니며 역사의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박 신부가 찍은 사진은 지금은 시간이 지나 빛바랜 사진이 됐지만 민주화 운동의 정신만큼은 선명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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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신 신부




박 신부가 처음부터 사진을 찍은 것은 아니었다. 1974년 가톨릭농민회가 발족한 후 박 신부는 1975년 전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지도신부로 활동했다. 그는 당시 정치적인 문제는 아니었지만, 농민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그러던 어느 날 광주에 다녀온 가톨릭농민회 총무의 보고로 5ㆍ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알게 됐다. 1980년 5월 18일, 박 신부가 익산 여산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던 때였다. 박 신부는 그때부터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5ㆍ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알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주일학교 학생, 공소 회장 등 신자들이 힘을 보탰다. 박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 전주교구에서 제작한 유인물을 나눠주며 5ㆍ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알렸다.

그런데 1980년 6월 25일 밤 11시 여산성당에서 괴한에게 테러를 당하고 하반신이 마비된다. 민주화 운동과 여산성지 개발에 힘쓰던 박 신부는 깊은 슬럼프에 빠진다. “앞이 깜깜했어요. 다른 활동을 못 하고 교구청이나 수도회에 가서 미사나 해주면서 살았어요.”

세상의 모든 것이 어둡게만 보이던 때 박 신부는 교구청에 있던 난 화분을 보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만난 사진작가도 앉아 있던 박 신부를 일어서게 했다. 박 신부는 그때부터 사진을 배워 전북 지역 민주화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1980년대 시위 현장에서는 아무도 사진을 못 찍었어요. 사진을 찍으면 다 빼앗기고 붙잡혀 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로만 칼라를 하고 사진기를 들면 사진을 찍도록 해줬어요. 가끔 경찰들에게 빼앗기면 나중에 가서 찾아오곤 했지요. 많은 사람이 나를 운동하는 신부로 알았어요.” 박 신부는 그렇게 군산 오룡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던 1984년부터 시위 현장을 다니며 7000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박 신부가 찍은 사진들은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보관하고 있다.

박 신부에게 민주화 현장을 사진으로 남긴 이유에 대해 물었다. “처음에는 그냥 사진 찍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사진을 찍다 보니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모습이 멋진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신부는 “민주화 운동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고 후손들이 잊지 말아야 할 역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화 운동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942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박 신부는 1973년 사제품을 받고 전주 중앙본당 보좌, 순창·요촌·여산·오룡동·우전·쌍교동·무주·금암·연지동ㆍ모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다. 1976년 전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초대 담당 신부를 맡아 5년간 농민 사목에 관심을 쏟기도 했다. 박 신부는 2012년 사목 일선에서 물러나 원로사목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한편 박 신부가 촬영한 군산지역 민주항쟁의 역사를 담은 사진전 ‘立春, 6월에 봄이 오다’는 현재 군산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