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씀

2024.04
18
메뉴 더보기

알림마당

담화문

SNS 공유하기

[성명서]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성명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9-09 12:27 조회1,431회 댓글0건

본문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성명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국제인권기구의 권고에 따라 2020년 6월 29일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합니다. 차별금지법안 취지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부당한 차별에 따른 인권 침해를 예방하며, 실효성 있는 구제 법안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위 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하여 가톨릭 교회가 우려하는 바를 전하고자 합니다.

1. 가톨릭 교회는 차별금지법안 제안 이유에서 밝히고 있듯이, 헌법이 보장하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1조 1항)라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한 법안의 취지에 공감합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권고하신 대로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적 성향에 관계없이 그 존엄을 존중받고 사려 깊은 대우를 받아야 하며 … 부당한 차별의 기미, 특히 모든 형태의 공격과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사랑의 기쁨」, 250항 참조) 하므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혐오·배척을 반대합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안이 명시적으로 동성혼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동성애자들의 결합을 어떤 식으로든 혼인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과 유사하거나 조금이라도 비슷하다고 여기는”(「사랑의 기쁨」, 251항) 다양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2. 차별금지법안 제2조 1항에서 성별을 “남자와 여자, 그 외 분류할 수 없는 성”으로 규정하고, 4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성적 지향’을, 5항에서는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이나 표현으로 ‘성별 정체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유전적 결함 등으로 말미암아 남자와 여자의 성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예외적인 경우들이 인간의 성별이 남자와 여자로 되어 있다는 본질적이고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불완전한 자신의 인식과 표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합니다. 차별금지법안이 남자와 여자의 성과 사랑, 남녀의 혼인과 가정 공동체가 갖는 특별한 의미와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3. 남자와 여자의 성과 사랑, 혼인과 가정의 중요성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듯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의 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부모의 사랑으로 태어나고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 교육받고 성장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 추구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부부 사랑의 고유한 표현인 성행위를 통해서 자녀를 낳고 받아들이며 길러 내는 남자와 여자의 혼인과 가정 공동체는 인간이 자신의 존엄성에 부합하게 태어나고 성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가정 공동체는 사회와 국가의 존속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건강하고 인격적인 사람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한 보금자리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남자와 여자의 성과 사랑, 그리고 남녀의 혼인과 가정 공동체가 사회와 국가의 특별한 인정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차별 금지라는 이름으로 남자와 여자의 성과 사랑, 혼인과 가정의 특별한 중요성이 간과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4. 차별금지법안이 일으킬 수 있는 역차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 계층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시작’부터 차별과 배척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을 때 법의 정신이 온전히 실현되리라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안의 제정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생명의 파괴, 인공 출산의 확산,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명의 선별적 선택과 폐기, 성 소수자들의 입양 허용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인간의 성적 성향과 정체성은 인종, 성별, 연령과 동일시될 수 없는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가 인권의 측면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반대한다고 해서, 동성혼 합법화를 인정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5. 차별금지법안의 취지에서 밝히고 있듯이, 가톨릭 교회는 올바른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하여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을 성적 쾌락의 대상으로 도구화하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인간의 성에 대한 건강한 의미를 배우고,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가가 남자와 여자의 성과 사랑, 남녀의 혼인과 가정공동체의 가치를 증진하는 정책을 펼쳐 나가는 것이 헌법 제10조를 실현하는 길일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는 이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법안 제32조(교육 내용의 차별 금지)가 말하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나 편견을 교육”하는 것이거나 “성별 등을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거나 현존하는 차별을 유지·심화하는 행위”, 그리고 제3조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라고 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언제나 “인간의 기본권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또는 성별,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언어, 종교에 기인하는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사목 헌장 29항)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차별금지법안의 일부 조항에서 우려되는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 문화적 성 역할(gender)은 구분되지만 별개의 것이 아님을” 다시금 강조하며, “남성과 여성의 본질적 차이와 상호성을 부정하고, 성에 따른 차이가 없는 사회를 꿈꾸며 가정의 인간학적 기초를 없애는”(「사랑의 기쁨」, 56항 참조) 모든 시도에 반대합니다. 차별금지법안이 혼인과 가정 공동체에 대한 인간학적 기초를 무력화하고, 교육 현장에서 동성애 행위를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으로 가르치지 않는 것을 차별이라고 인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법 제정은 인간 사회의 기본적이고 상식적이며, 공동선을 구현하는 방향과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2020년 9월 7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이 용 훈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