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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년 4월 11일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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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08-12-26 00:00 조회2,4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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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주님의 생명이 우리 안에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뒤늦게 찾아온 한파와 폭설로 요동을 치던 겨울이 마침내 물러갔습니다. 그리고 봄이 와서 새싹이 돋고 꽃이 피었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봄은 반드시 오고, 밤이 아무리 어두워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또 다시 절실하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이런 이치는 우리의 개인 생활이나 공동체의 삶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옛날부터 시련을 당할 때마다 이 자연적 현상을 떠올리며 거기에서 힘을 얻고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해 낼 희망을 찾아내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나라와 민족의 운명, 국가 공동체의 미래가 또 다시 우리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라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가 바로 앞으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최근에 형성된 국민들의 의식과 움직임을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평소에는 정치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한 표의 주권을 행사하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입니다.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투표일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나라 일이 얼마나 그르쳐질 수 있는지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서 잘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뽑는 이들이 보이는 모습은 그대로 우리 자신을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객관적 사리를 따져서 엄정한 판단력을 가지고 한 표를 행사하지 않고, 혈연, 지연, 학연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그대로 이어받아 행동한다면, 우리 나라는 앞으로도 국가적 중병에서 치유되지 못한 채, 절망적인 상황 속으로 계속 치달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인인 우리의 삶에 절망이란 있을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신앙인들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믿어서 마침내 ‘네 자손은 저렇게 번성하리라’고 하신 말씀대로 ‘만민의 조상’이 되었다”(로마 4,18)고 바오로 사도께서는 역설하십니다. 그런데 신앙인들의 이런 믿음은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신앙에서 그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크신 자비로  우리를 다시 낳아 주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리심으로써 우리에게 산 희망을 안겨 주셨습니다” (1베드 1,3) 하는 베드로 사도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이번 기회에 신앙인답게 분명한 판단력을 가지고 각자의 주권을 행사함으로써 국가와 민족 전체의 선익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아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에만 우리는 자신이나 지역의 이해득실에서 벗어나 나라와 국민 전체라는 큰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지역, 어떤 계층에 속하든 하느님을 함께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