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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도 사목교서 - 받아 먹어라!

본문

1. 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사람(사람의 아들)아,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너만은 저 반항하는 일밖에 모르는 족속처럼 나에게 반항하는 자가 되지 말고, 입을 벌려 내가 주는 것을 받아 먹어라.”
가 바라보니 한 손이 나에게 뻗쳐 있는데 그 손에는 두루마리 책이 들려 있었다. 그분이 그 두루마리를 펴 보이시는데 앞뒤에 글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는 구슬프게 울부짖으며 엮어 대는 상여 소리(곡성과 신음과 아우성)가 기록되어 있었다.
것을 보이시고 그분은 “받아 먹어라. 너 사람아, 이 두루마리를 먹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가서 이것을 이스라엘 족속에게 일러 주어라.”
가 입을 벌리자 그 두루마리를 입에 넣어 주시면서 그분은 말씀하셨다. “너 사람아, 내가 주는 이 두루마리를 배부르게 먹어라.” 그리하여 그것을 받아 먹으니 마치 꿀처럼 입에 달았다.
분이 말씀하셨다. “너 사람아, 어서 가서 이스라엘 족속에게 내 말을 전하여라.” -


2.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사제, 수도자 여러분!

신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는 책을 주시며 “받아 먹어라” 하시는 하느님의 지시와, “그것을 받아 먹으니 마치 꿀처럼 입에 달았다”고 말한 에제키엘의 체험, 그리고 이어서 “너 사람아, 어서 가서 이스라엘 족속에게 내 말을 전하여라” 하는 주님의 파견은 이 장면을 잘 요약해 줍니다.


금부터 약 2천 6백년 전에 살았던 에제키엘이 하느님을 만나 소명을 받는 이 장면은 오늘 우리에게도 아주 생생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런데 예수께서 오신 뒤, 하느님의 말씀에 관해서 요한 복음 사가는 “한 처음, 천지가 창조 되기 전부터 계셨고, 하느님과 똑 같으신 그분”(요한 1,1)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말씀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하는 사탄의 말이 얼핏 볼 때와는 달리 엄청난 속임수를 숨겨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시고, “성서에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고 응수하심으로써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착각에 빠질 위험을 미리 경고해 주셨습니다.


수께서는 일생을 두고 사람들이 사탄의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참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말씀과 모범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신 속에서는 먹고사는 문제가 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없으면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고, 그것만 있으면 아무 것도 안 되는 일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고 염려하며 애쓰지 말라. 그런 것들은 다 이 세상 사람들이 찾는 것이다.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루가 12,29-31).


을 많게 하셔서 수천명의 굶주림을 해결해 주신 다음에도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요한 6,26)하고 당부하십니다. 그분은 또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요한 6,41) 하고 선언하신 후에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내 힘으로 살 것이다”(요한 6,57) 하고 말씀하심으로써, 당신을 참으로 따르는 사람들이 밥 힘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말씀의 힘으로 살아야 함을 분명히 알려 주셨습니다.


리고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실 때에는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시며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마태 26,26; 마르 14,22)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시고 그들에게 돌리시며 “너희는 모두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마태 26,27-28)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렇게 사람이 되신 말씀이신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시고 실제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성경 말씀과 성체의 모양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실제로 받아 먹고 있습니다. 밀이 절구통에서 깨어지고 가루가 되어야 먹을 수 있는 빵의 재료가 되고, 포도가 밟히고 으깨져야 술을 빚을 수 있는 재료가 되듯이, 예수님께서도 십자가에서 부서지고 으깨지시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인간이 먹고 마실 수 있는 모양으로 바꿔지셨습니다. 그러므로 “천지 창조 이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 같으신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일생을 두고 준비하신 것은 당신의 살을 우리가 먹을 빵으로, 당신의 피를 우리가 마실 술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렇게 해서 믿는 이들이 말씀과 빵의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을 먹고 그 꿀 같이 단맛을 경험하면, 마침내 그들은 “어서 가서 내 말을 전하여라” 하는 주님의 말씀대로 세상에 나 아가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됩니다. 말씀이신 예수님을 깊이 만나 같은 체험을 한 사람들은모두 복음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야곱의 우물가에서 그분을 만났던 사마리아 여인이 그랬고(요한 4,29), 태생 소경이었다가 눈을 뜨게 된 사람도(요한 9,30-33) 그랬습니다. 그 후 지난 2000년 동안의 교회 역사는 모두 그런 증인들로 이어져 온 역사였습니다.


3.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대희년 특별 교서 이후 우리는 세 번째 해를 맞이하였습니다. 특별 교서에서 이미 예고한 바와 같이 우리는 금년에도 같은 노선을 따라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그 어떤 일도 신앙인 각자가 “받아 먹어라” 하시는 주님 앞에서 입을 벌리고 그분께서 주시는 것을 실제로 받아 먹음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힘으로 무장될 때에야 우리는 주님께서 맡겨주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래서 우리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성서말씀을 읽고 암기하여 마음에 새기고 하루 종일 가능한 시간마다 그것을 기억 속에서 다시 꺼내 되새김질하는 일입니다.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내 제자이다. 그러면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1-32). 혼자서 성서를 읽고, 교실에서 배우고, 모임에서 나누는 등 각자의 처지가 허락하는 모든 방법을 다 써서 하느님 말씀과 늘 친숙하게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리는 미사 전례를 통해서 성서 가운데에서도 가장 깊은 의미가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구약, 신약 성서 전체를 묵상하게 되어 있습니다. 매일 미사 전례에 나오는 성서 대목을 따라 묵상하면, 말씀과 빵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우리 안에 깊이 모시게 되어, < 받아 먹어라> 하시는 그분의 말씀을 제일 잘 실천하는 셈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사에서 성서 봉독자로서 봉사하는 분들의 특별한 훈련 등 전례를 잘 준비하고 정성껏 거행함으로써 하느님 말씀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 공동체 전체가 정성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4.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제자들과 작별하시기 직전에 아버지께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들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될 것입니다”(요한 17,21).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알아모심으로써 그들이 하나의 가족이 되게 하기 위해서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큰 가족을 이루기 위한 기초는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그 사이에서 자녀가 태어나 이루는 작은 가정입니다. 이 가정이 참으로 튼튼한 하나를 이루는 일이야말로 신앙인의 눈으로 보나 사회적 안목으로 보나 간에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가정을 하나로 묶어주던 끈들이 하나하나 끊어져감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하게 하느님의 뜻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정의 하나됨을 더욱 확실하게 다지고, 위기에 놓여 있는 가정을 보호하며, 넘어진 가정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리는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교회 본연의 사명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일에도 가일층의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가톨릭 평화방송을 우리 지역 주민들도 들을 수 있도록 방송국을 설립하는 일, 청소년 교육, 여러 분야의 사회복지 활동, 교구청 업무와 일선 사목자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장치 등을 위한 교구청사의 신축 등, 우리가 마음을 하나로 모아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리고 이 모든 일들은 결국 승천하시면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의 실천을 향해 모아집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2002년 대림 제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이 병 호(빈첸시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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