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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사목교서 - 내가 나그네였을 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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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그네였을 때” (마태 25, 35)

교형 자매 여러분,
1.계화의 흐름에 따라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가서 한동안 또는 아주 뿌리를 내리고 살게 되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이민의 수는 2억에 이르고 지구상에 이민을 보내거나 받거나 해서 이민 문제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경험하는 이 현상을 두고, 사람들은 당황하고 걱정하는가 하면, 기대하고 희망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뿐 아니라, 이 땅을 찾아오는 이민의 증가 속도나 규모를 두고 볼 때, 세계적으로도 대표적인 나라에 들어가기 때문에, 거기 따른 걱정과 기대 또한 더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외국인이 백만에 이릅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해서 이른바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의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전국에서도 우리 지역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수가 인구에 비해 가장 많습니다. 이제는 시골에서까지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을 쉽게 만납니다.


로부터 외국인의 눈에 “은자의 나라” 곧 “숨어서 사는 사람들의 나라”로 비쳐졌던 우리나라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갑자기 이런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에, 정부나 국민이 모두 마음의 준비가 잘 되지 않은 채 이런 현실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무절제한 세계화의 위험, 특히 인신매매 수준의 거래와 착취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으며, 언어, 풍습, 문화 등,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삶에 익숙하게 되기까지 겪어야 할 장애들이 너무나 큰데
비해서, 대책은 대단히 미흡합니다.


2.편, 우리 보편교회는 오랜 역사를 지나오면서 이런 분야에서도 많은 경험을 쌓아왔고, 하느님의 계획 속에서 이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성찰하며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1914년에 발표된 교령 “민족 연구”는 이민 사목에 종사하는 사제들의 임무와 지역 교회의 책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민 문제 대헌장이라고 하는 “이주민 가정”이 1952년에 비오 12세 교황령으로 반포되었습니다. 그 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는 이민사목에 대한 중요 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여기에서 공의회는 하느님 백성이 이민 문제 해결에 헌신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특히 평신도들에게 사회의 모든 분야에 협력함으로써(평신도 교령 10항 참조) 이민들에게 “이웃”이 되어 주기를 촉구하였습니다 (사목헌장 27항 참조). 그 후에도 여러 기회에 관련 문헌들을 통해서 이민 문제에 대한 신앙인들의 관심을 환기시켰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에서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훈령을 반포하였습니다. 우리는 특히 이 마지막 훈령을 깊이 연구함으로써, 이민과 관련된 우리의 행동 지침을 찾아 실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모든 문헌들을 통해 교회가 가르쳐온 내용을 요약하면, 이민들을 무엇보다도 하나의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대할 것, 부부와 그 자녀들을 포함한 이민들의 권리 보호, 이민의 교회적이며 선교적인 중요성, 이 분야에서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 복음화활동에서 각 나라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고유문화의 가치 인정, 교회 내 소수 집단의 보호와 존중, 교회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중요성, 세계 평화를 위한 이민의 특수한 공헌 등입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여 이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고향”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민들이 자신들을 한 인간으로 따뜻이 맞아주고, 인정해 주며, 존중해 주는 몸짓을 목말라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냥 단순한 인사라도 그런 몸짓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방인”은 사용하는 말과 생각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르고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전혀 다른 데서 오시어 “우리 가운데 당신 장막을 치시고”(요한 1, 14 참조) “문밖에서 우리의 문을 두드리시는” (묵시 3, 20 참조) 주님의 모습을 “이방인” 속에서 발견합니다.


3. 리와 다른 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일입니다. 내가 저 사람의 처지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래서 하느님께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함께 사는 떠돌이 곧 이방인들을 잘 대접해 주라고 당부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한 때는 에집트에서 떠돌이 신세였으니, 너희도 또한 떠도는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신명 10, 19).
과연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외국”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서양의 잘 사는 몇 나라를 의미했고 따라서 외국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훨씬 앞선 곳으로만 보통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동포들이 주로 경제적으로 잘 살아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일본과 미국에만도 각각 90만과 200만의 우리 동포가 살고 있으며 옛 만주를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 여러 지역에도 330만, 그리고 전세계적으로는 700만의 우리 동포가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민 역사의 초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그들이 현지에서 겪은 고생은 엄청나고 서러운 것이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말이 통하지 않고 생활습관이 전혀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어렵고 답답함이 어느 정도일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4.리는 2천년 대희년 특별사목교서에서 제시한 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따라, 성서운동, 전례의 활성화, 가정기도, 안수와 자유기도, 선교, 생명-환경, 더불어 사는 이웃과 시민사회를 좀 더 따뜻하고 정의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일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분야에 따라서는 상당한 정도의 결실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기본 과제들입니다.


기에 더하여, 오늘날 우리 앞에 등장한 국내 거주 외국인의 존재가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부모의 나그네 길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에집트로 피신하여 외국인으로 사셨던 그리스도 예수의 제자인 우리는 외국인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그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일에서도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렇게 되면 언젠가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너희는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마태 25, 35).


 

2007년 대림 제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이 병 호(빈첸시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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