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뉴스자료

신문뉴스자료 목록

[평화신문] 세계주교시노드 제12차 정기회의 한국대표로 참석한 이병호 주교 인터뷰

페이지 정보

작성일2008-11-08

본문

"살아있는 하느님 말씀 우리 생활 속으로 "
세계주교시노드 제12차 정기회의 한국대표로 참석한 이병호 주교 인터뷰

 10월 5일부터 3주 동안 성경을 주제로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2차 정기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고 돌아온 이병호(전주교구장) 주교를 만났다.
 평소 성경을 가까이하고 또 많이 외우는 것으로 알려진 이 주교는 "성경은 신앙생활의 일부가 아니라 근본 뿌리임을 재확인하고, 성경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 것이 이번 시노드의 가장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 주교는 이번 주교시노드 정신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성경 구절 외우기를 제안하면서 성경 구절을 외우고 되새길 때 하느님께서 말씀을 통해 나와 늘 함께하심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주교시노드가 10월 26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주교시노드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1962년부터 3년간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많은 문헌을 낳았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헌장으로 나왔고, 그 중 「계시헌장」이란 것이 있습니다. 「계시헌장」은 교회가 하느님 말씀, 즉 성경을 교회 안에서 어떻게 보급하고 실천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신자들 삶의 중심에 둘 것인가를 다룬 것입니다. 성경을 주제로 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가톨릭신자들이 성경을 가까이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공의회 이후 성경을 가까이 하자는 움직임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났습니다. 「계시헌장」의 영향이 컸던 것입니다. 올해는 「계시헌장」이 반포된 지 43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번 주교시노드는 43년 만에 전 세계교회가 다시 성경을 이슈로 들고 나와 다뤘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공의회 이후 불기 시작한 성경의 생활화의 미진한 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등을 집중 논의한 시노드였습니다."
 
 ▲이번 주교시노드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앞으로 어떻게 적용되는 것입니까.
 "주교시노드는 어떤 결과를 내놓는 자리가 아닙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내놓은 건의안을 교황님께 제출하는 것으로 주교시노드의 임무는 끝납니다. 주교들이 제안한 건의안을 토대로 교황님이 시노드 후속 문서를 발표하십니다. 건의안은 교황님이 후속 문서를 작성하시는 데 필요한 자료를 드리는 것입니다. 이번에 교황님께 드린 건의안은 모두 55개 항목입니다. 교황님이 그 가운데서 얼마나 받아들이실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시노드 후속 문서가 나오려면 1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노드를 마치면서 발표한 최종 메시지는 이번 시노드의 성격과 의미를 개략적으로나마 파악하게 해줍니다. A4 14쪽 분량인데, 제가 우리말로 번역을 끝냈습니다."
 
 ▲주교들은 이번 시노드에서 55개 최종 건의안을 제출했습니다. 건의안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소그룹 모임을 통해 350여 개 제안이 160개로 좁혀지고, 다시 53개로 줄었다가 마지막에 55개 항으로 확정된 것이 최종 건의안입니다. 어떻게 하면 신자들이 성경을 삶의 중심에 놓고 살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 건의안의 핵심입니다. 이는 「계시헌장」의 근본 취지이기도 합니다.
 주교들은 성경을 생활화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강론이라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성경공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많지만 전체 신자 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대다수 교우들이 성경을 살아있는 하느님 말씀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강론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강론이 중요하고, 또 강론을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론이 중요함에도 강론 준비는 미비하다는 데는 다들 의견을 같이 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교님께서 이번 시노드에서 발표하신 성경 암기식 강론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인도에서 성서학을 가르치시는 러그랑 신부님은 개신교인들은 성서를 읽고 인용하는 반면 가톨릭신자들은 기껏 성서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성서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추상적 주제들을 추출해낸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제가 강론을 해도 성경 대목을 읽고는 그 내용을 일정한 주제로 요약함으로써 이야기 대가이신 예수님을 생기 없는 논설가 정도로 전락시키고 만다는 것이죠.
 저는 1990년 주교가 된 이래 매일 미사에 나오는 성경 대목을 모두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강론할 때에도 하느님 말씀이 스스로 말씀하시게 하도록 했습니다. 하느님 말씀 자체가 사람을 구원하는 힘을 지녔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말씀을 전하신 방법도 이런 것이었습니다.
 성경 말씀을 외우면 마리아께서 왜 우리의 모범이 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마리아는 하느님 말씀을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기 전에 먼저 외우셨습니다. 그 말씀을 오랫동안 여러 번 외우고 되새김질함으로써 마리아의 온 존재 속으로 그 말씀이 소화돼 들어가 마리아와 하나가 되도록 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마리아는 당신 마음을 말씀의 도서관으로 만드셨을 뿐 아니라 하느님 말씀이라는 씨앗을 받아 잘 자라게 하는 좋은 토양으로 만드셨습니다.
 사제 양성과정에 일정한 양의 성경 외우기를 넣을 것과 훌륭한 성서적 강론을 위해 구체적 사목자용 지침서를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사목자들을 하느님 무기로 무장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의 발표였는데, 예상치 못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많은 주교들이 직접 찾아와 너무나 와닿는 내용과 제안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또 자신의 발표 때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강론 지침서 부분은 건의안에 채택됐습니다.
 저는 제일 좋은 성경공부 프로그램은 성경구절 외우기라고 생각합니다. 외워보면 얼마나 좋은 방법인지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특별히 가슴에 와닿는 성서구절을 밤낮으로 한번 외워 보세요. 하느님 말씀이 얼마나 힘 있고 살아있는지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 중국 주교들이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시면서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시아는 지구 인구의 60%가 거주하는 거대한 대륙입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과 인도 인구가 가장 많죠. 예전에 비하면 모든 여건이 나아졌고, 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중국 주교님들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교황님으로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으셨을 겁니다."
 
 ▲한국교회는 주교시노드를 통해 어떤 자극을 받고, 또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할까요.
 "성경을 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입니다. 그 이유는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성서 언어, 역사, 시대적 배경 등을 다 알아야 한다는 역사비판적 접근방식 때문이죠. 그걸 다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어렵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것만이 성경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길이라면 성경 공부는 소수 전문가 그룹에 국한되고 맙니다. 하지만 성경을 읽어 보십시오. 읽으면 그냥 다 이해가 됩니다. 예수님은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비유를 들어 쉽게 말씀하셨습니다.
 고기를 잡으려면 여기저기 다니는 것보다 한군데 그물을 깊이 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경 몇구절만에라도 뿌리를 내려 깊이 묵상한다면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해 마음 속으로 다가오실 것입니다. 살아있고 힘 있는 하느님 말씀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시노드 주제인 성경과 관련해서 신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암브로시오 성인은 그리스도께서 육체적으로는 한번 태어나셨지만 신앙적으로는 끊임없이 태어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행복하신 것은 그리스도의 육체적 어머니였다는 사실보다 그리스도 말씀을 받아들이고 잘 간직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끝없이 태어나게 하셨다는 이유가 더 큽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리아처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복음의 씨앗이 자라게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그 말씀이 열매를 맺게 해주시는 분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마리아에게서 배워야겠습니다.
 성경 몇마디라도 싹이 터서 열매 맺는 과정을 겪어보시기 바랍니다. 성령이 성경을 통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체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말이나 설명이 아닙니다. 하느님 말씀과 함께하시는 성령입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 이병호 주교는 살아 있는 하느님 말씀을 체험하기 위해선 마음에 와닿는 성경 구절을 외우고 늘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2차 정기총회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하는 이병호 주교.
▲ 세계주교시노드 제12차 정기총회에 참석한 이병호 주교

 평화신문 제993호 2008년 11월  9일자 18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