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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성탄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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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ecil 작성일08-12-26 00:00 조회2,2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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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요한 1,14)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다시 한번 요한복음 서두의 이 말씀이 발산하는 엄청난 신비 앞에, 동방박사들과 목동들뿐 아니라 짐승들까
지 그랬던 것처럼, 무릎을 꿇게 됩니다. 
   "하늘과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창세 2,1), 한 마디로, 우주 전체를 만드신 그 분이 "우리와 똑 같은 인간이 되셨습니
다."(필립 2,7)
   그리고 인간 측으로 보자면 이 엄청난 사건이 나자렛의 한 처녀 마리아의 몸을 빌어 이루어졌습니다.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처럼 보이는 우리 인간도 이 큰 일에 한 몫을 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하느님의 아드님을 세상에 낳아주신  마리아는 확실히 복된 분이십니다.  그래서 한 여인은 예수님을 보면서 외쳤습니다. "당신을 낳아서 젖을 먹인 여인은 얼마나 행복합니까?"(루가 11,27).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이렇게 됩니다. "당신을 배었던 태와 먹여 기른 젖은 얼마나 행복합니까?"

그렇습니다.
 마리아는 참으로 행복한 분이십니다. 인간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하느님의 능력으로 할 수 있게 된 엘리사벳을 만나, 그보다 더 불가능했던 일이 이루어진 자신의 경험을 확인하며, 마리아께서 기쁨에 휩싸여 부르신 노래에서 우리는 그것을 확인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슴이요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이제로부터 과연 만세가 나를 복되다 일컬으리니 능하신 분이 큰 일을 내게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루가 1,47-49)

2. 그런데 마리아의 참 행복, 그 기쁨은 그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을 몸으로 낳아주셨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위의 여인에게 예수님께서 해 주신 말씀에서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행복하다"(루가 11,28).
여인이 자기의 몸에 남자의 씨를 받아 아홉 달 동안 잘 간직하면, 그 씨가 자라서 아기가 되듯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씨를 받아 손상되지 않게 잘 보호하고 지켜주면 잘 자라 열매를 맺을 것이며, 그렇게 하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하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씨뿌리기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 말씀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앗을 뿌려 놓았다. 하루 하루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나지만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싹이 돋고 그 다음에는 이삭이 패고 마침내 이삭에 알찬 낟알이 맺힌다.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추수 때가 된 줄을 알고 곧 낫을 댄다." (마르 4,26-29)  사람은 씨 뿌리는 일밖에 한 일이 없고, 나머지는 땅이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고 해가 빛을 주어, 사람 측에서 말하자면, 씨앗은 저절로 자라 열매를 맺고 익히기까지 했기 때문에, 씨뿌린 사람은 거두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씨앗을 잘 받아들여 손상되지 않게 간직하고 지켜 주면 나머지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열매까지 맺는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런 의미로 누구나 마리아처럼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세상에 낳을 수 있는 것입니다.

3. 그런 뜻에서 암브로시오 성인(340-397)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하고 낳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육체적으로는 한 어머니만을 가지셨지만, 신앙으로는 모든 이가 그분을 낳는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예수님 자신이 위에 언급한 여인에게 주신 말씀을 통해서 답을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말씀을 외워서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오래 간직하면, 성령께서 그 깊은 뜻을 깨닫게 해 주시고, 그것이 점점 자라나 열매를 맺게 도와주시는 것입니다. 마리아께서도 바로 그런 뜻에서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셨고, 그분의 참 행복과 기쁨은 바로 거기에서 왔던 것입니다. 천사를 시켜 하느님께서 들려주신 말씀,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서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 앞에서 마리아가 어떤 태도를 보이셨는지에 관해서 성서는 짤막하면서도 뜻깊은 증언을 전해 줍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
(루가 2,19).   

말씀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가신 길은 누구의 삶보다 더 어렵고 곡절이 많은 것이었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가지게 된 일, 약혼자의 의심을 사게 된 일, 어린 예수님을 성전에서 잃어버린 일 사흘만에, 겨우 찾아냈을 때 어린 아들로부터 들으셨던 뜻밖의 대꾸, 다 자라 복음선포 행각에 들어가셨을 때 그 아들이 정신이 돌았다는 소문을 듣고 친척들과 함
께 찾아갔던 일, 그리고 무엇보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모습을 보아야 했던 일 등은 차라리 그 일을 자신이 당한 것보다 더 참기 어렵고 처참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겪으시는 그분의 태도는 언제나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루가 2,19).   

4.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경제 한파에 휩싸여 가는 요즈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힘들고 미래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어떤 사태 앞에서도 우리를 최선으로 이끌어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가지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 주신 신앙인들이 "구름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히브 12,1), 그 맨 앞에 성모님이 계십니다. 특히 힘들 때마다 성모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을 바라보며 "온갖 무거운 짐과 우리를 얽어매는 죄를 벗어 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
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그리고 우리의 믿음의 근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만을 바라봅시다.  그분은 장차 누릴 기쁨을 생각하며 부끄러움도 상관하지 않고 십자가의 고통을 견디어 내시고 지금은 하느님의 옥좌 오른편에 앉아 계십니다"(히브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