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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성탄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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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ecil 작성일12-12-11 00:00 조회2,4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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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 대축일을 맞아
                                                         

1.  1969년 미국 동부시간으로 7월 20일 오후 10시 56분 20초, 아폴로 11호에서 내린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첫 발자국을 찍으며 말했습니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하나의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이 말은 이분이 거기에 남긴 발자국과 함께 인류의 뇌리에 새겨져 오래 남을 것입니다. 그는 달 위에서 3시간을 머물며 표본을 채집하고 연구를 진행한 다음 고향인 지구 별로 돌아왔습니다. 인류는 그를 영웅으로 바라보고 그렇게 대접했지만, 그 자신은 아주 평범하고 겸손하게 살다가 지난 8월 25일 천명을 다하고, 말하자면, 지구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남긴 말 가운데  우리 신앙인에게 더욱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은 이것입니다. "인간이 달 위를 걸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지구를 걸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렇습니다. 해와 달과 별을 만드시고, 우주 전체를 창조하신 분이 이 작은 지구에 오셔서 인간과 함께 걷고 웃고 울고 죽음까지 당하셨습니다. 오셔서도, 단순하게 지구의 표면만을 걸으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구석구석, 그  출생과 죽음,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미움과 사랑, 빛과 어둠의 골짜기를 어느 한 구석도 예외 없이, 다 걷고 통과하고 맛보고 겪으셨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지구에 태어나 사는 사람 가운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하는 가장 큰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사랑과 배신, 심지어 하느님께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극한의 외로움을 두고도, 하느님께서 그것은 이해 못 하실 것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역사 초기에서부터 불러온 주옥같은 노래가 이를 잘 표현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필립 2,6-7). 과연 우리의 하느님은 우리와 똑 같은 인간으로서 우리의 삶을 그 찌꺼기까지 몸소 맛보고 체험하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2.  요르단 강은 2천년 전에 예수께서 그 물에 몸을 담그고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거룩하게 되었다고 믿기 때문에, 지금도 그 물은 따로 축성하지 않고 세례수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어찌 지구 위에서 아주 작은 그 강, 그 물뿐이겠습니까! 하느님이 들어오셔서 사신 이 지구, 나아가 물질세계 전체가 그분의 오심으로 거룩하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거룩하게 된 것이 어찌 외부세계만이겠습니까? 그분이 정말 들어오신 장소는 물질세계만이 아니라, 우주의 재료와 정기를 다 모아 만들어진 인간 자체가 아니겠습니까?

과연 그렇습니다. 물질과 정신,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진 인간 속으로 하느님이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로 해서 인간은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이 계시는 곳, 곧 성전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이 계시는 성전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고린 6,19) 암스트롱은 달에 가서 그 표면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겨놓고 3시간 후에 그곳을 떠나 고향인 지구 별로 돌아왔지만, 하느님은 지구에 오셔서 33년을 머무시고 당신의 생명, 그 영을 남겨놓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분은 몸으로 계실 때보다 더 깊이 더 효과적으로 우리와 함께 사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은 사랑의 불길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의 불길이 옮겨 붙었습니다. 

3.  예수님께서는 그 사랑의 불길을 우리에게 옮겨 주시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피 속에 잠기는 또 하나의 세례를 받으셨던 것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을 다 겪어 낼 때까지는 내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모른다"(루가 12,49-50). 그렇게 해서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하신 말씀을 스스로 실천하심으로써 하느님의 더 할 수 없는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삶 전체는 그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생애 첫 순간부터 십자가는 늘 이분을 따라다녔습니다. 이분이 탄생하시자마자 곧바로 죽이려한 헤로데의 음모, 그리고 마굿간에서 우리는 이미 십자가의 그림자를 봅니다. 십자가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는 표지라면, 그분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장면에서부터 우리는 요한의 증언을 눈으로 확인합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요한 3,16).
 
사람이 되신 말씀 - 하늘과 땅은 사라져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그 말씀이 여러분의 가슴에 살아 있기를. 그리하여 이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시기를. 마침내 온갖 세상 걱정과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 여기에서부터 천상적 기쁨과 영원한 생명이 언제나 여러분을 감싸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