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교서

교구사목교서

SNS 공유하기

2001년도 사목교서 -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의 삶의 중심에

본문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3 천년기의 첫 해가 밝아왔습니다. 새로운 시간 앞에 설 때마다 우리는 지난 삶에서 어두움은 사라지고 밝고 좋은 것만 남아서 미래를 밝혀주고 더욱 풍요하게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곤 합니다. 그리고 역사와 시간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손길 아래 개인의 삶이나 공동체의 역사에서 일이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신앙생활의 보람이라 할 것입니다.


1. 리는 여러 해 동안의 준비 과정을 거쳐서 작년에는 대희년을 지냈습니다. 교회 생활 안팎을 돌아보며 반성할 것, 노력할 것, 실천할 것 등을 깊이 있게 살펴가며 한 해를 의미 있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한 해 동안에는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로서의 슬픈 역사를 청산하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해 새로운 역사를 꾸며가기 위한 큰 걸음이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대희년의 정신에 가장 걸맞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모처럼 시작된 이 움직임이 좋을 결실을 맺어, 마침내 민족이 화해하고 나라가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런데 그리스도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한 대희년은 한 해 동안만 그 의미를 묵상하고 실천하고 말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또 영원히 변하지 않으시는 분”(히브 13,8)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희년을 기해서 묵상하고 반성하며 설정해 놓은 방향을 두고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더욱 깊이 묵상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이미 <대희년 특별 사목교서> 첫머리에 우리는 이렇게 밝혀 두었던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30여 년 전부터 이 대희년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만큼 이 대희년은 2000년 한 해 동안만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 교회가 이를 준비해 온 기간에 해당하는 한 세대 동안,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신앙생활을 비추는 빛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2. 라서, 2001년에도 우리는 <대희년 특별 사목교서>를 그대로 이어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과거 여러 해 동안 우리 교구의 사목적 노력에서 밑바탕을 이루어왔던 <성서사도직 분야>를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지침은 우리 교회 안에 실로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주님의 성체를 공경해왔듯이 성서 또한 공경해 왔다. 특히 전례 안에서 교회는 하느님 말씀의 식탁과 그리스도 성체의 식탁에서 생명의 빵을 취해 신자들에게 계속 공급해왔다. 교회는 성전과 함께 성서를 그 믿음의 최고 규범으로 받들어 왔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성서는 하느님의 감도하에서 결정적으로 기록된 이후, 변함없이 하느님 자신의 말씀을 건네주며, 예언자들과 사도들의 말을 통해 성령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가 그리스도교 자체를 먹여 기르고 인도하듯이, 교회의 모든 설교를 또한 먹여 기르고 인도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성서를 통해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는 넘치는 애정을 가지고 당신 자녀들에게 다가오시어 다정히 속삭여 주신다. 과연 하느님의 말씀이 지니고 있는 힘과 능력은 참으로 엄청난 것이어서 그것이 교회에는 의지처와 힘이 되고, 교회의 자녀들에게는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영성생활의 깊고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된다. 그래서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로워’(히브 4,12), 인간을 ‘완전한 사람으로 키울 수 있으며 모든 성도들과 함께 유산을 차지하게 할 수 있다’(사도 20,32; 1테살 2,13)는 말씀은 그대로 성서를 두고 하는 말씀이다”(계시헌장 21항).


의회가 폐막되고 한 세대가 지난 오늘날 그 동안 교회생활 안에 이루어진 변화를 돌아볼 때 우리는 새삼 놀라움과 감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보나 우리 나라의 경우를 보나 간에, 이제 성서는 많은 신자들의 삶에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변화와 은총의 물결이 충분히 가 닿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제, 수도자, 교우 여러분!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 그리고 힘을 다해서 하느님의 말씀이 당신 백성의 영혼 속 깊이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 일은 어떤 한 해만이 아니라 그것이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언제까지나 계속해야 할 우리의 첫째 가는 과업입니다. 어린이 교육에서 중고등 학생들을 위한 교리, 그리고 예비신자 교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과정에서 성서가 그 바탕이 되도록 하고, 강론이나 다른 모든 신자 재교육 과정에서도 성서를 기본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3. 한, 금년은 우리 교구에서 신앙의 선조라 할 유 항검 아우구스티노와 그 가족, 특히 동정 부부 등 신유박해 때에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하신 분들의 순교 200 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그분들의 정신을 기리고 오늘에 되살리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상 호남의 사도로서 당대의 대 부호였던 유항검님은 복음을 받아들여 널리 전하는 일에 재산을 아낌없이 희사하였고, 신자들끼리 사제를 정해서 그 역할을 한 일이 잘못되었음을 맨 처음으로 깨달아 이를 지체없이 바로잡게 하였으며, 마지막으로는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하였습니다. 그 아들 유중철 요안은 이순이 루갈다와 함께 동정부부로서 순교로 복음을 증거함으로써, 다블뤼 주교의 표현대로, “한국 순교 역사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진주”가 되었습니다.


처럼 놀라운 신앙 선조들을 모시고 있는 우리 교구는 한국 최초의 자치 교구라는 자부심과 함께 가난하면서도 자립심이 강한 신자 공동체와 성직자 수도자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훌륭한 역사를 이루어 왔습니다. 그 한 가지 예로, 선조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미리 준비해 주셨던 땅은 세월과 함께 그 가치가 불어나 근래에 이르기까지 성당 부지의 구입 등 큰 일을 하는데 많은 보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역사는 이제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늦은 감이 있는 대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각 세대가 당대의 과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에만 진정한 역사는 창조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므로 이제는 우리가 앞서 가신 분들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서서히 증가하는 사제의 수와 새로이 펼쳐지는 주변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적절한 사목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교구청사의 신축, 홍보매체 시대에 부응한 방송국 설립, 더욱 적극적인 성소 개발과 육성 등을 위한 기반 조성, 청소년 교육을 위한 시설 등,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많습니다. 하지만, 각자 할 수 있는 노력과 정성을 하나로 모으면 우리는 이를 어렵지 않게 이루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천년의 첫해를 맞이하여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합시다. 지난 해에 우리가 채택한 <2000년 전주교구 대희년 기도문>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 교구민의 기도문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거기 나타난 정신에 따라 각자 자신을 닦고 신앙인으로서 불리웠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로운 일인지를 깨달아, 주님께서 맡겨주시는 사명을 실천할 수 있도록 빛과 힘을 간청합시다.



 

2000년 대림 제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이 병 호(빈첸시오) 주교

교구사목교서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