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주교가 4월 29일 오전 전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이임 감사미사를 봉헌하며 27년간 짊어진 십자가였던 제7대 전주교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주교 이임 감사미사는 이문희 대주교(전 대구대교구장)와 최덕기 주교(전 수원교구장), 전주교구 제8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김선태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했으며 전주 지역 개신교와 원불교 성직자들도 함께했다. 또한 송하진 전북 도지사, 김승수 전주시장, 김승환 전북 교육감 등 지역 정관계 인사들도 중앙성당을 찾아 이 주교가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전주교구 각지에서 몰려든 수도자와 평신도 1000여 명은 중앙성당 마당까지 임시의자를 놓고 미사를 봉헌했다.

이 주교는 이임 감사미사 강론에서 “떠날 때는 조용히 사라져야 하는데 이런 자리가 마련되니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지만 다른 한편 제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 4월 주교품을 받고 사반세기가 넘는 27년간 교구장 자리에 있는 동안 제가 만난 사람들, 또 겪은 일들이 이제는 저 한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그동안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똑같이 지나간 역사의 한 장이 됐다”고 밝혔다. 이 주교는 “다시 한 번 제가 교구장직을 수행하는 데 동행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언젠가 우리 모두 저 목적지 높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로 강론을 마쳤다.

이임 감사미사 중 이 주교가 전주교구 사목계간지 「쌍백합」 창간호부터 56호까지 기고한 글을 묶은 「목자의 지팡이」를 헌정했다. 교구 총대리 김영수 신부는 「목자의 지팡이」를 이 주교에게 헌정한 뒤 “하느님이 맡기신 십자가를 기꺼이 지신 지난 27년은 이병호 주교님께는 기쁨과 희망의 시간이자 고뇌의 시간이기도 했다”며 “신앙을 몸소 실천하는 가운데 전주교구를 이끄신 이 주교님께서 뿌린 말씀의 씨앗이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덕기 주교는 축사를 맡아 “언젠가 한국 주교단이 교황청에 가서 이병호 주교님 주례로 미사를 드린 적이 있는데 이 주교님이 성경구절을 줄줄 외우는 모습에 놀랐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최 주교는 “이 주교님과 전주교구민들을 보면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이문희 대주교는 “제가 이가 다 빠져서 남의 이(의치)로 산 지가 벌써 50년 가까이 된다”며 “이병호 주교님이 저를 보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셨다면 제가 오늘 전주에 온 보람이 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전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귀석(바오로) 회장은 전주 중앙성당을 가득 메운 교구 사제단, 신자들과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님,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양손으로 하트를 그려 눈물겨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주교가 미사를 마치고 성전 중앙통로를 따라 신자들에게 강복을 주고 성전 밖으로 나가자 신자들은 이 주교에게 다가가 “주교님, 사랑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며 악수와 포옹을 청했다. 「목자의 지팡이」 한 권씩을 선물로 받은 신자들이 이 주교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주교 이임 감사미사에 이어 전주 중앙성당 대강당에서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내빈 등이 사은식을 열어 이 주교가 걸어온 사목 여정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