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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특집] 개갑장터순교성지에서 ‘성탄’을 찾다[가톨릭신문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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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12-23 조회 2,5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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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특집] 개갑장터순교성지에서 ‘성탄’을 찾다

구유 품은 주님 식탁… 가장 거룩한 곳에서 가장 가난한 탄생 만나다

최여겸 복자 수난 겪은 개갑장터
믿음 지키다 갖은 고통 시달린
복자 기리며 외양간경당 설립

가장 가난한 경당 지향한 곳
필요한 것만 두고 단순하게 설계
소박한 내부 덕에 제대 돋보여

발행일2021-12-25 [제3275호, 7면] 

 

개갑장터순교성지 외양간경당 제대의 평소 모습.

외양간경당 제대 내부의 모습. 대림·성탄시기에만 전면 덮개를 열어 내부를 볼 수 있게 하고, 이외의 시기에는 덮개를 닫아둔다.

 

개갑장터순교성지 외양간경당의 구유.


하느님의 아들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성탄. 해마다 맞이하는 주님 성탄 대축일, 어떤 성당에서든 성탄을 기념할 수 있지만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조금 특별하게 묵상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는 말씀을 품은 전주교구 개갑장터순교성지(담당 강석진 신부) 외양간경당에서 아기 예수님을 만났다.

주님의 식탁이 된 가축의 식탁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선운대로 91 개갑장터순교성지. 복자 최여겸(마티아)이 순교한 이곳에 주님 성탄 대축일에 더욱 빛나는 제대가 있다.
성지 경당을 들어서니 가장 먼저 조명이 들어온 구유가 눈에 들어왔다. 포근해 보이는 지푸라기 위에 놓인 동물들의 밥상, 구유. 그 구유 안에 누인 아기 예수님과 그 양친 마리아와 요셉, 삼왕과 동물들. 구유 자체만 묘사하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구유가 자리한 곳이 참 생경하다. 성당의 중심이자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곳, 바로 제대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대 자체가 구유다. 가난한 시골집 축사인 양 얼기설기 나무판자를 이어 붙인 듯한 상자 형태의 제대 안 공간에 구유를 꾸몄다.

가축의 식탁 ‘구유’가 주님의 식탁 ‘제대’가 됐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베들레헴을 순례하고 성탄이 가장 가난한 곳에서 이뤄졌다는 것에 감명을 받아 이탈리아 그레치오로 돌아와 최초로 성당에 구유 모형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구유는 하느님의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가장 가난하고 낮은 곳, 심지어 사람의 것도 아닌 가축의 밥상 위에 누우셨다는 것을 묵상하게 해준다.

제대는 주님께서 희생되신 제단이자 하느님 백성이 초대되는 주님의 식탁이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서」에 따르면 “제대는 십자가의 제사가 성사적 표지로 현재화되는 장소이자 동시에 미사 때 하느님 백성이 다함께 참여하는 주님의 식탁”이다.(259항) 그래서 새 성당 봉헌식을 주례하는 주교는 “하늘에서 이 성당과 이 제대를 거룩하게 하시어 언제나 거룩한 장소로 지켜 주시고 영원히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드리는 식탁이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바친다.

구유와 제대. 본적 없는 조합이지만, 그 의미를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성탄이란 하느님의 아들이 다름 아닌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고자 인간 본성을 취한 위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신경을 통해 “성자께서는 저희 인간을 위하여, 저희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셨음을 믿나이다”라고 고백하는 믿음이다.

이 성지의 제대는 대림·성탄시기엔 전면의 덮개를 열어 내부 구유를 훤히 볼 수 있지만, 이외의 시기에는 덮개를 닫아둔다. 평소 구유가 보고 싶을 땐 나무 제대 덮개 쪽에 있는 옹이구멍처럼 보이는 구멍을 활용할 수 있다. 오른쪽 구멍으로는 아기 예수상이, 왼쪽 구멍으로는 성모상이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가장 가난한 곳, 외양간
설치미술가 강효명(카리타스) 작가가 만든 이 제대는 성지 담당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요청에 따라 ‘가장 가난한 제대’라는 뜻을 담아 제작됐다. 강 신부의 말에 따르면 구유 안의 성상들도 시중에 판매되는 같은 크기의 구유 세트 중 가장 저렴하다.

가장 가난한 제대지만 경당에선 제대가 가장 돋보였다. 이 경당 자체도 ‘가장 가난한 경당’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경당은 경당으로서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모두 비워낸 채 단순하게 설계됐다. 그래서 경당 이름도 ‘외양간경당’이다. 초기 구상단계에서는 정말 외양간처럼 바닥까지도 흙인 상태로 둬서 더 투박하게 지으려 했지만, 순례자를 배려해 달라는 의견을 반영해 평탄한 돌바닥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경당 십자고상과 독서대도 제대에 담긴 뜻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경당 천장에 매달려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 독서대는 하늘에서 내려온 말씀이 우리 가운데 있음을 상징한다. 반대로 십자고상은 바닥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이다. 십자고상 중앙에 달린 나무는 가난한 외양간과 구유의 재료가 된 나무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창세 2,9)와 생명나무이자 십자가의 나무도 나타낸다. 나무를 통해 시작된 인간의 죄 또한 나무를 통해 구원이 이뤄졌다는 것을 묵상하게 해준다.
이 경당이 가장 가난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드러내는 이유는 성지의 영성과도 이어진다. 최여겸 복자는 예전엔 장터였던 이곳 성지에서 조리돌림을 당하고 순교했다. 조리돌림은 죄인을 포박한 상태로 사람들이 많은 곳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망신을 주며 죄인의 수치심을 극대화시키는 조선시대 형벌 중 하나다. 하느님 때문에, 예수님 때문에 가장 큰 부끄러움을 당한 순교자의 삶을 묵상하기 위해 가장 부끄럽고, 가장 낮고, 가장 가난한 영성을 경당에 담아 냈다.

경당 뒤편에는 순례자들이 이 영성을 느낄 수 있도록 보는 각도에 따라 조리돌림 당하는 복자와 십자가 지신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는 렌티큘러 성화가 걸려있다.

성지 전담 강 신부는 “부끄러움을 당했던 복자의 순교를 묵상하면서 우리 내면에 가장 부끄러운 곳으로, 말씀이신 주님께서 오신 ‘외양간’을 떠올렸다”고 경당 건축의 취지를 전했다. 이어 “단순하고 소박한 경당에서 가난한 제대가 돋보이는 것처럼, 우리 삶도 단순하고 가난할수록 우리 안의 성령의 역할이 더 빛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외양간경당 외부 모습.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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