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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 방치되고 활기 잃은 농촌 공동체[가톨릭평화신문 202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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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10-01 조회 7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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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 방치되고, 활기 잃은 농촌 공동체… 도시민이 가서 되살리자

[보시니 좋았다] <5>녹색 세상 만들기(하)

 

2021.10.03 발행 [16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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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소한 전북 진안 황금공소. 공소 바닥이 낡아 내려 앉았다. 김주희 작가 제공



손길 닿지 않아 폐가처럼 변한 농촌 공소

당장 사라질 처지에 놓인 공소가 섬과 어촌에만 있으랴. 우리 먹거리를 책임지는 육지 농촌에도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공소가 숱하다. 3년 동안 전주교구 공소 70여 개를 순례한 사진작가 김주희(가브리엘라)씨는 “열악한 처지에 놓인 공소를 많이 봤다”고 증언했다. 방문지 가운데 진안 황금공소를 비롯한 10여 개는 이미 폐소된 상태였다. 김씨는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잘 알려진 공소와 달리, 이름 없는 공소는 유리창이 깨지고 벽과 바닥이 무너진 채 방치된 곳이 흔하다”며 “창고로 쓰이는 곳도 많다”고 탄식했다. 이어 “공소를 지키는 신자들도 대부분 경제적ㆍ육체적으로 취약한 어르신”이라며 “다들 외로움이 많아 저와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 아이처럼 즐거워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공소가 사라지고 시골 공동체가 무너지는 게 안타깝다”며 “많은 도시 신자들이 공소 순례에 나서 공소와 그 주변을 청소하고 정돈하며, 신자들과 친교를 나누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후위기 해법 ‘생명농업’을 지키는 길

농촌 공소를 지키기 위해 도시 신자들이 나서야 할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공소의 위기는 곧 가톨릭 농민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고, 대규모로 가축을 기르는 ‘산업화한 관행 농업’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친환경ㆍ유기농 ‘생명농업’을 고수하는 가톨릭 농민은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소중한 존재다. 공소가 본당보다 많은 ‘농촌교구’인 안동교구에는 비료 대신 가축 배설물을 활용한 ‘순환 농법’을 실천하는 농민들이 있다.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쌍호분회다. 분회는 추수하고 남은 볏짚 등 부산물을 먹여 소를 기른다. 그리고 그 소가 싼 배설물을 발효시켜 논밭에 퇴비로 쓰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제14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받았다. 이밖에 온혜ㆍ풍양ㆍ장수ㆍ솔티ㆍ이천ㆍ구천분회도 같은 농법을 펼치고 있다.

안동교구 농민 사목 전담 안영배 신부는 “도시 신자들이 공소를 청소하고 보수하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농촌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도시 신자들이 농촌 일손을 도우면 어떻겠냐”며 “이들은 먹거리 생산에 참여하는 귀중한 경험을, 농민들은 노동력을 얻으니 서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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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호분회의 모체인 안동교구 쌍호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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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호분회와 도농결연을 한 서울대교구 양천성당.



도시 신자들이 농촌에 불어넣는 생명의 숨결


이러한 교류를 지속하기 위해선 도시와 농촌이 자유롭게 오가며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안 신부는 “농촌 공소와 도시 본당이 1대1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틀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쌍호분회와 서울대교구 양천본당이 맺은 ‘도농결연’과 같은 형식이다. 안 신부는 “다만 이제는 과거와 같이 단순히 농산물을 팔아주거나, 대형 버스로 1년에 한두 차례 방문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도시 신자들이 농촌 마을 일원으로 더불어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찾듯 소규모로 농촌을 방문해 오래 머물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신부는 “도시 신자들은 귀농에 대한 욕구와 함께 휴양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며 “농촌에 있는 빈 땅과 빈집을 주말농장 텃밭과 쉼터로 쓰게 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귀농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평생 도시에 살던 사람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도전하면 실패를 면하기 어렵다. 안 신부는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가톨릭 농민들이 도시 신자들에게 농업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도시ㆍ농촌 신자들이 책임을 갖고 교류와 상생을 이어가면 공동체는 살아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농촌을 찾은 도시 신자들이 모두 농사만 지으란 법은 없다. 저마다 가진 다양한 재능을 공동체를 위해 발휘하면 된다. 안 신부는 “독일ㆍ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 시골에서는 마을 자랑거리인 고목을 관리하는 일로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며 “공동체에서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도록 지원하는 게 바로 교회가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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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교구 농민 사목 전담이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상임대표 안영배 신부(왼쪽)와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권오량(요셉)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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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가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나섬식생활교육원.



교회 울타리를 넘어 ‘녹색 세상’ 만들기

안 신부가 이처럼 새로운 활로를 구상한 배경에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다. 그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상임대표다. 안 신부는 “우리농은 전국 단위 유통망을 구성해 20년간 전국이 동일한 기준으로 생명농산물을 생산하고 나누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농촌 소멸’이라는 사태를 극복하기에 부족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리농 매장은 있는데, 생명농업이 정착하지 못해 정작 지역생산 농산물을 판매하지 못하는 교구들도 있다”며 “물류사업을 잘 해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급선무는 바로 지역 농업과 농촌 공동체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태적 지역 농업 체계를 구축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올해 초 ‘우리농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밝혔다.

안 신부는 또 “가톨릭 농업 운동이 교회 울타리 안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지역 사회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교구가 앞장서 학교ㆍ공공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고, ‘나섬식생활교육원’을 연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섬식생활교육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식생활교육기관으로, 지역 주민과 어린이ㆍ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바른 먹거리교육과 농촌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안 신부는 “도시 본당과 농촌 공소 간의 교류도 역시 지역사회로 확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자가 아닌 개인이나 단체도 농촌 마을 공동체와 함께 뭔가를 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본당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힐 것”이라고 약속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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