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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이주사목국 해외의료 봉사를 다녀와서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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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9-10 조회 1,8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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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2018, 이주사목국 성 루카진료소 해외진료봉사의 주제로 삼은 성경말씀이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 아픈 이들,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어준 사랑과 섬김이 하느님께 드린 우리의 작은 사랑과 섬김이라는 말씀임을 기억하며 봉사를 하자고 다짐하며 45일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2018년이 시작되면서부터 루카진료소 회의의 큰 이슈는 해외진료봉사였다. 작년부터 계획했던 봉사는 장소 섭외와 일정수립 작업부터 어긋나면서 어려움에 부딪혔다. 섭외했던 장소의 담당자가 바뀌고 봉사자 섭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외진료봉사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한국순교복자수녀회와 연락이 되었다. 필리핀의 노발리체스라는 도시의 빈민가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사업을 하고 있는 면형의 집이라는 곳이었다. 다행스럽게 2013년에 해외진료봉사를 나간 곳이었다. 다시 한 번 해외진료봉사를 나가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환영한다는 답장을 보내주셨다. 다시 마음이 급해졌다. 해외진료를 나가려면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장소와 봉사자를 섭외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정을 잡아야하고, 현지 답사도 다녀와야 했으며 필요한 약과 후원물품, 후원금을 모금하는 등의 일이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족히 6개월은 넘게 걸리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수녀회와 연락이 닿고 담당수녀님을 만난 것은 4월이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덜컥 진료봉사를 나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걱정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4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많은 준비들을 다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도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하느님, 도와주십시오.’

교구주보에 공지를 하고 진료소 봉사자들의 인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40명을 정원으로 했던 계획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한 달이 넘도록 신청한 봉사자가 체 10명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인원으로는 진료를 할 수 조차 없었다. ‘너무 성급한 결정을 한 것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일찍 포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진료소 회장님(박종만 루카)과 상의를 하며,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의사를 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포기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장님의 의견은 예상과 달랐다. “신부님, 될 겁니다. 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겠지요. 걱정말고 준비하시게요.” 회장님의 단호한 표정에 더 이상 포기를 종용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 번 해보죠. 어떻게든 도와주시겠지요.” 계속해서 봉사자를 모으고, 후원을 받았다.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그 일이 이루어졌다. 29명의 봉사자를 모으고, 모아진 후원물품과 후원금은 1000만원이 넘었다. 719, 필리핀으로 보내기 위해 모은 후원물품의 무게는 무려 1톤에 다다랐다. 컨테이너에 싣고 나서야 실감이 들었다. ‘, 하느님이 도와주셨구나. 할 수 있겠다.’ 이제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준비가 완료되었다.

815, 봉사자들은 필리핀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45일의 해외진료봉사가 시작되었다. 진료를 하는 3일의 일정은 쉽지 않았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미사를 봉헌하고 진료소를 향해 가는 길은 매연과 냄새로 가득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느 곳이 아프냐고 묻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했고, 영어마저 통하지 않으면 손짓, 발짓을 해가며 아픈 곳을 물어 접수를 해야했다. 의사 선생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서는 언어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 심지어 약을 나누어 주는 일도, 후원물품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에게도 언어적인 문제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그런데, 역시 하느님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당신의 은총을 베풀어 주시는 분이시다. 필리핀 한인본당에서 봉사자를 파견해 주었다. 따갈로그어가 가능한 한국인.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봉사자인 셈이다. 3일 내내 봉사자가 와 주었다. 한인 본당 신자뿐 아니라 의료봉사 소식을 들은 현지봉사단체에서도 봉사자를 보내주었다. 한국어와 영어와 따갈로그어가 섞인 진료소는 그야말로 시장을 방불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하나 힘든 얼굴없이 미소로 환자들을 맞이했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진정한 사랑과 섬김은 서로 통한다는 진리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9시부터 시작된 진료는 오후 5시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다시 모여 평가회의를 하면서 그날그날 모자란 것들을 보충하고, 잘못된 것들을 수정해야 했다. 처음하는 일들이니 손발이 안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니 각 팀마다 할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래도 다행히 서로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고 이해해주었다. 마지막까지 그런 배려와 웃음을 잃지 않은 봉사자들이 참 고마웠다.

그렇게 3일 동안 진료는 계속되었고, 진료소를 방문한 환자의 수는 약 1,200여명. 3일내내 쏟아부은 우리의 봉사와 노력이 결실을 맺었음을 증명해주는 숫자이다. 그럼에도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은 한명이라도 더 진료를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했고, 후원봉사자들은 한명이라도 더 따뜻하게 맞아들이지 못하고, 많은 것을 나누어주지 못해 아쉬워했다. 하지만, 봉사자 모두의 얼굴에는 기쁨과 행복이 가득했다. 자신이 가진 보잘 것 없는 탈렌트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보여주는 큰 도구가 되었다는 확신이었으리라

숙소로 돌아와 짐 정리를 다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가진 마지막 평가회의 시간. 한명씩 돌아가며 3일간의 경험을 짧게 나누었다. 봉사팀의 가장 막내였던 중학교 2학년, 두 녀석이 이런 말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이렇게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던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엄마한테 속아서 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힘들고, 하기 싫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재미있고 좋았어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사실 그 두 아이의 소감이 우리 모든 봉사자들의 솔직한 속마음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에게 내 것을 나누어 준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물질이든, 마음이든, 활동이든 간에 내 것을 희생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기 어려운 그 나눔이 얼마나 큰 행복과 기쁨으로 나에게 돌아오는지 알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파견미사를 봉헌하며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었다. 하나하나 포옹을 하면서 사람의 가슴이 그렇게 따뜻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슴 따뜻한 사람이 모여 함께한 45일의 시간이 보잘 것 없는 우리가 하느님께 드린 조그마한 선물이고, 섬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함께 한 29명의 봉사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후원자와 은인들, 그리고 진료소를 내어주신 면형의 집한국순교복자수녀회와 현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한인본당의 두분 신부님과 신자분들, 통역 봉사를 해주신 신자분들, 이름 모를 많은 봉사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 분들이 또한 함께 해주셨기에 우리의 봉사가 더욱 아름답게 빛을 낼 수 있었으리라.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조그만 노력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피워내는 도구가 되길 바라며 함께 해주신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다시 한 번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교구 이주사목국장 황규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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