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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성지 첫 토요일 월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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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5-09-07 조회 2,6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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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의 온도가 거침없이 치솟던 8월 첫 토요일, 우렁찬 기도소리에 무더위도 피해간 곳이 있었다.

매월 첫 토요일에 월피정이 열리는 여산성지이다. 성지성당의 담장을 넘어 들리는 힘찬 묵주기도 소리에는 구원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성모송의 의미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박상운 신부(여산성지 성당주임)의 묵주기도 영성 강의후 천사와 엘리사벳의 찬송을 따라가며 바치는 힘찬 기도소리에 정작 마음의 온갖 소리들은 사라지고 평화가 들어온다. 매월 첫 토요일에 피정이 열리는 여산성지는 25명에 이르는 순교자들의 피의 순교영성이 마을 전체를 휘감고 있는 한국교회의 예루살렘이며 골고타이다. 유서 깊은 순교성지임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며 둘러보는 정도의 부족한 성지인식에 대한 아쉬움에서 ‘기도하고 머물며 순교영성을 배우는 성지’로 새롭게 하려는 박 신부의 기도에서 지난 5월 첫 토요일 월피정이 시작되었다. 

박해의 모진 고난속에서도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이 하늘나라로 들어간 ‘하늘의 문’이라는 여산성지를 월피정으로 기도하는 장소로 가꾸어가는것은 순교자의 후손인 우리들의 마땅한 신앙응답일 것이다. 피정은 묵주기도와 강의, 미사와 안수, 고해성사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는 성모님이 첫 토요일 신심에 대해 안내하신 4가지 요청(기도, 묵상, 성체, 고해성사)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강의는 성모신심과 순교자 영성을 주 내용으로 한다. 여산성지의 주보이신 ‘순교자의 모후’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으신 것처럼 순교자들의 ‘순교의 길’을 함께 겪으시고 위로해 주셨을 것이기에 성모신심과 순교자 영성은 떼어놓을 수 없는 월 피정의 중심 테마이다. 

성모신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묵주기도의 각 신비를 깊이 안내해주는 박 신부의 강의를 통해 피정객들은 습관적으로 바치던 묵주기도에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월 피정은 기도의 훈련장이기도 하다. 

10시에 시작하는 피정은 오후 1시 점심시간전에 끝난다. 피정 참가비는 없으며 식사를 원하는 피정객들을 위해 쿠폰제로 식사를 제공한다. 시간이 여의치 않은 신자들은 간단한 오전 피정만으로도 기도하고 머물며 힘을 얻을 수 있다. 첫 토요일 미사영성을 지닌 신자들에게 순교성지에서 영적 피정을 겸할 수 있는 월 피정은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매월 피정에 모이는 300명 가까운 신자들의 절반 이상이 타교구 신자들이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성모신심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는 박 신부는 우리교구 신앙의 젓줄인 이곳에 우리 교구민들의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 

식사 후 성지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여산 성지순례에 참여할 수 있다, 여산성지는 성령의 모습을 순교자들이 직접 증거한 ‘성령의 순교지’이기도 하다. 참수형을 당한 불의 순교지 숲정이. 수장형을 당한 ‘물의 순교지’ 배다리, 백지사형을 당한 ‘바람의 순교지’ 백지사터를 순례하며 어떠한 세상의 힘도 성령의 활동을 막을 수 없음을 보여준 순교자들의 신앙고백에 잠시 머물러본다. 순례객들에게서 자연스레 이런 저런 신앙의 체험들이 흘러나온다. 

한 형제는 혹독한 시련속에서도 자살의 유혹을 이기고 신앙을 지켜낸 노고를 이곳 순교자들에게서 위로받는다며 허리를 곧추 세우고 어깨를 폈다. 오늘 하루 찌는듯한 무더위에 땀의 순교를 한 순례자들의 어깨위에 성모님과 순교자들의 미소가 얹어진다. 인터뷰를 하는 사제관 뒷마당에서 박 신부의 새벽잠을 깨운다는 장닭이 울었다. 

어쩌면 기도를 잃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산성지 월 피정은 성모님과 순교자들이 ‘지금은 우리들이 기도해야 할 새벽’임을 알려주는 소리가 아닌지. 돌아오는 차안에서 성모님처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루카 1,29) 

 

여산 성지 월 피정 안내(9월 5일, 10월 3일, 11월 7일, 12월 5일) 

오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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