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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의 작은 교회 공소를 찾아서(29)

진안성당 관할 어은동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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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7-07 조회 1,0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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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은동공소 신자들과 이성우 마티아 신부님
어은동공소 신자들과 이성우 마티아 신부님
공소 미사
공소 미사
공소 미사
공소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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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진안군과 장수군을 잇는 성수산 북쪽 자락 끝에 위치한 어은동 마을은 1888년에 공소가 설립된 유서 깊은 교우촌이다.

어은동 노인회관에서 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서면 비교적 넓은 마당 위로 왼쪽에 종탑을 둔 너와지붕 건물이 보인다. 1900년 진안지역 첫 본당으로 설립된 어은동공소(진안성당 관할, 주임=이성우 신부)이다.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만큼 조용한 마을 분위기와 어울려 경건함이 전해진다. 1876년경 진안 일대에는 병인박해(1866)를 피해 충청도 등지에서 전라도 산중으로 피난 내려온 신자들이 삼바실, 절골, 모시골, 절번덕이 등에 흩어져 교우촌을 이루며 살았다. 부근의 신자들이 어은동을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어은동 공소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진안 지역은 전주(전동) 본당 초대 주임이었던 보두네 신부가 관할하던 지역 가운데 신자수와 영세자수가 가장 많았다. 이후에도 신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보두네 신부가 담당했던 12년 동안 냉담교우가 없었으며, 1886~1900년 사이에 무려 27개의 공소가 설립되었다. 뮈텔 주교는 보두네 신부의 뜻에 따라 전주(전동) 본당 관할이었던 어은동 공소를 1900922일 전주본당에서 분가해 본당으로 설립하고, 초대 주임으로 김양홍(스테파노) 신부를 파견하였다.

1901년 김 신부는 옛 공소를 수리·확장하여 너와 지붕 목재 7칸 건물의 성당으로 완공하였다. 1903년 신자수의 증가로 기존 건물에서 미사를 봉헌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이듬해 마을 아래쪽에 15칸의 새 성당을 신축하였다. 그 후로도 신자수가 계속 증가하자 19093, 너와 지붕 목조 49평의 새 성당을 준공하여 9월 드망즈 주교 주례로 봉헌식을 거행하였다.

2002531일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건물이 바로 공소 건물이다. 전란 속에서도 용케 고스란히 남아 우리나라 초기 성당 건축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어 천주교회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2대 주임 이상화(발토로메오)신부는 19226월 본당 발전을 위해 전교 전망이 큰 한들 공소로 본당을 옮겼다. 어은동 본당이 한들 공소에 본당 자리를 넘겨주고 공소로 전환된 가장 큰 이유는 깊은 산속 골짜기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 평일미사를 봉헌하고 있지만, 주민 대다수가 연로하여 2020년부터 레지오 회합은 중단되었다.

30여 년의 오랜 기간 동안 레지오 단장과 공소회장의 직분을 봉사해온 강길람(미카엘, 공소회장)형제는 중말과 어은동 공소 중간쯤 모싯골산 능선에 천호성지로 유해가 이장된 이명서(베드로) 성인의 묘터가 있다. 해마다 성인의 가묘 벌초 및 관리를 하고 있지만, 우리만의 노력과 정성으로는 역부족이라 마음이 안타깝다. 관심을 두고 보존·관리가 이뤄지길 주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고 간곡히 희망했다.

많은 교우촌들이 원 모습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비교적 잘 남아있는 대표적 교우촌이 바로 어은동이다. 한국전쟁 후 100가구가 넘은 적도 있지만, 현재는 22가구에 스물두 명의 마을 주민이 전체 신자이다. 전입 인구는 거의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드는 주민으로 인해 앞으로 공소 관리가 걱정되지 않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어은동 토박이인 한영석(베드로, 공소회장)형제는 길거리에 작은 농기구 하나 떨어져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신앙심과 주민간의 믿음은 말할 수 없이 돈독하다. 외지로 나간 자식들이 우리의 뒤를 이어 교우촌 마을과 공소를 지켜 줄 것이니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지는 답변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오늘따라 반짝이는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다.

취재 | 김도숙 율리엣다(교구 기자단), 사진 | 손영익 비오(교구 가톨릭사진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