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씀

2024.04
25
메뉴 더보기

기획/특집 목록

SNS 공유하기

그 옛날 우시장인 개갑장터, 순교의 꽃으로 피어나다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5-08-31 조회 2,690회

본문

 9월, 순교성월이 시작되기 며칠 전, 여름의 뜨거웠던 더위와 함께 조금은 해이해진 몸과 마음을 순교자들의 굳센 믿음과 열정으로 다시 채울 수 있기를 바라며, 고창 개갑장터를 찾았다.

초록색의 드넓은 잔디밭에 큼직한 포석,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의 야외제대, 십자가의 길, 순교 현양탑, 부활동굴 등이 성지임을 한눈에 알게 한다. 

고창성당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개갑장터(전북 고창군 공음면 석교리 155번지 일대)는 복자 최여겸(마티아, 1763~1801)이 신유박해 때 참수형을 당한 고창지역 최초의 천주교 순교지이며, 고창군 향토문화유산 제1호이기도 하다. 

최여겸은 전라도 무장 출신으로 윤지충, 이존창 등에게 교리를 배워 입교한 뒤, 열심히 신앙생활 하면서 전교에도 힘써, 이름이 확인된 신자만 28명이나 된다. 박해가 시작되자 처가인 한산으로 피신했지만, 곧 체포되어 무장, 전주, 서울 형조를 거쳐 고향 개갑 장터로 이송되어 1801년 음력 7월19일(양력 8월 27일), 39세의 나이로 참수 당했다. 

개갑장터의 관할인 고창 성당(주임=이성우 신부)에서는 교구와 고창군의 지원과 전신자들의 노력으로 성지를 조성하여, 2013년 9월에 개갑장터 성지 축성식 및 순교자 현양대회를 개최했다. 

이성우 신부는 “성지가 본당과 거리가 멀어, 주변 환경 조성과 잔디밭, 나무관리, 청소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능하면 성지 주변 땅을 매입하여 관리소, 식당, 사제관을 건축하고, 성지관리 전담신부가 파견되면 좋겠다. 더 많은 신자들이 성지를 찾아 순교자의 정신을 이어받는 순례지로 발전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참수 터 표지석을 세웠고, 부활동산에는 십자고상, 부활동굴 맞은편에는 피에타상을 세울 예정이다. 복자품 1주년을 경축하여, 8월 30일에는 성지에서 성상 제막식 후, 전신자와 함께 야외미사도 함께 봉헌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주위는 야산과 논밭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옛날에는 근처에 석교포구로 우시장이 크게 번성했었다”고 하는 백원철 교수의 말에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했다. 

야외제대 뒷면에 새겨진, 순교한 후 예수님을 만나는 최여겸 복자의 모습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이의 참 행복을 발견한다. 

박해의 칼날 아래 피 흘린 주님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 나의 신앙과 삶에도 비추임이 되는 9월이기를 전구 청하며, 선교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순교자의 길 위에 나의 걸음을 얹었다.

글 : 서정순, 사진 : 한창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