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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인구소멸, 공소가 사라진다③] 그럼에도 공소는 사라지지 않는다[가톨릭신문 202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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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2-12 조회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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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인구소멸, 공소가 사라진다③] 그럼에도 공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발행일 2026-02-15 제 3479호 12면 

원주교구 올산공소·전주교구 인월공소·대구대교구 덕곡공소, 신자 수 증가하며 ‘희망’ 제시

인구 소멸로 공소가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공소를 살리려는 다양한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도시 신부의 파견으로 새 신자가 늘고 있는 원주교구 단양본당 올산공소, 귀촌 신자들과 함께 활성화되는 전주교구 운봉본당 인월공소, 원로사제가 거주하며 공소 신자들과 함께하는 대구대교구 고령본당 덕곡공소의 모습에서 되살아나는 공소의 희망을 발견해 본다.

■ 서울에서 ‘도시 신부’ 파견된 원주교구 올산공소…“온기 사라지던 공소에 희망의 불 켜져”

Second alt text2월 1일 올산공소 미사가 끝난 뒤 신자들이 김찬회 신부(두번째 줄 가운데)와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민경화 기자

해발 800여m의 산들로 둘러싸인 충북 단양면 올산리. 가게 하나 없는 고립된 산골 마을에, 멀리 십자가 하나가 눈에 띈다. 2월 1일 찾은 원주교구 단양본당 올산공소. 전날 내린 눈으로 길은 미끄러웠고, 어르신들이 미사에 오지 못할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종민(시몬) 공소회장은 새벽부터 어르신 댁에 들러 함께 차를 타고 공소로 향했다. 오전 9시30분, 11시 미사까지는 한참이나 남았지만 공소 안은 이미 신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비 신자 교리를 듣기 위해 온 예비 신자뿐 아니라, 신자들도 일찌감치 공소를 찾은 것이다.

일찍 온 이유를 묻자 신자들은 “우리 신부님 만나러 왔죠”라고 웃었다.

1963년 설립된 올산공소는 2023년 설립 60년 만에 경사를 맞이했다. 서울대교구가 교구 간 상생과 공소 사목 활성화를 위해 이곳에 김찬회(요한 세례자) 신부를 파견한 것이다. 신자들은 매주 사제가 집전하는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됐고, 교리를 들으러 20km 떨어진 단양본당까지 가야 했던 수고도 덜었다.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것은 신앙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이영옥(마리아) 씨는 “농번기에는 미사에 가기 어려워 신부님께 고민을 털어놨는데, ‘일상이 우선이니 바쁜 일이 끝나면 언제든 다시 오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신부님 덕분에 신앙을 이어갈 수 있었고, 가까이에 계신 사제가 하느님과 신앙의 의미를 알려주셔서 올산공소 신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김찬회 신부에게는 첫 시골 생활이었다. 부임 첫 해 주민이 100여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신자를 늘리는 건 생각도 못했지만, 김 신부가 먼저 한 일은 마을 사람들과 ‘만나기’였다.

“외지인인데다 신부라고 하니 처음엔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죠. 그래도 잔치가 있다면 지나가다 들르고, 밭일을 도와드리며 먼저 말을 걸었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을 여시더라고요.”

김 신부는 이렇게 이웃들과 가까워지면서 냉담 중인 이들이나 성당에 관심 있는 이들을 공소로 초대했고, 그 결과 점점 신자 수가 늘기 시작했다. 10여 명이던 미사 참례자 수는 어느새 20명을 넘어섰다. 예비 신자 2명이 세례를 받았고, 현재도 2명이 예비 신자 교리를 받고 있다.

Second alt text2025년 여름, 김찬회 신부가 처음으로 농사를 지은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올산공소 제공

김 신부는 생전 처음 곡괭이와 낫을 들고 밭일도 시작했다. 고추, 감자, 콩 농사를 짓는 법을 배우고 수확한 농산물로 신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예비 신자 신학근 씨는 “신부님은 딱딱하고 권위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신부님을 만나면서 가진 것을 모두 나눠주시는 아버지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신앙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져가던 공소에 희망의 불씨를 지핀 건 단 한 명의 사제였다. 그리고 그 사제를 통해 예수님을 떠올린 신자들이 하나둘 다시 모여, 공소는 다시금 신앙의 온기로 채워지고 있다.

김 신부는 서울대교구 사제 인사에 따라 3년간의 올산공소 사목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간다. 김 신부는 “특히 서울 신부에게 공소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어려운 사목지이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제일 마음이 편하고 정이 많이 들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올산공소 신자들은 김 신부와의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2월 19일, 서울대교구에서 새롭게 파견되는 사제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 귀농·귀촌 인구 유입으로 활기 찾은 전주교구 인월공소, “텃세 대신 관심! 정 나누며 일치 이뤄요” 

Second alt text2월 1일 전주교구 운봉본당 인월공소 주일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공소 경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황혜원 기자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창세 1,1-3) 이중에 창조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하느님이요~!”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전주교구 운봉본당 인월공소. 2월 1일 오전 9시 주일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작은 경당을 가득 채운다. 연초부터 ‘전 신자 성경 통독’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80여 명의 신자는 주임 신부의 강론을 대신해 채워진 성경 특강에 눈을 반짝인다.

경상도와 인접한 데다 지리산 자락을 감싸안은 인월면은 예로부터 많은 이의 발길이 스치는 곳이었다. 지금은 고속도로 지리산 나들목 등이 인접해 직장에서 은퇴한 50~60대가 수도권을 떠나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찾는 곳이다.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시골 공소로는 비교적 많은 인원이 모이던 공소는 귀농·귀촌 신자들이 모이며 더욱 활성화됐다. 인월면, 아영면, 산내면 등 3개 면을 관할하는 공소의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2010년 평균 50여 명에서 해가 갈수록 늘어 현재는 80여 명에 이른다.

2025년 1월 운봉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정천봉(베네딕토) 신부는 “인월공소는 본당보다 신자 수가 많을 정도로 뜨거운 신앙 열정이 가득한 곳”이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기존 고령 신자들에 5060세대가 합류하며 공소는 소박하지만 활기찬 신앙공동체로 변화했다. 젊은 세대는 공소를 ‘재밌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고,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던 요셉회, 성모회, 레지오마리애 등이 되살아났다. 운봉본당과의 합동미사, 구역모임, 점심 나눔, 여름성경학교, 신앙 강좌와 각종 특강 등도 마련됐다.

덕분에 지난해 공소에서 4명이 세례를 받았고, 올해도 4명이 예비 신자 교리교육을 받고 있다. 2016년부터는 토요일 저녁 주일미사를 청소년미사로 드리기 시작해 현재 약 10명의 청소년이 신앙을 키워 가고 있다. 2019년 신학교에 입학한 허 스테파노 신학생은 공소의 자랑이다.

Second alt text2월 1일 전주교구 운봉본당 인월공소 성모회 회원들이 주일미사를 마친 신자들에게 커피를 나누고 있다. 황혜원 기자

공소가 활성화된 비결은 신자 간 끈끈한 유대다. 아직 이주한 이들에 대한 텃세가 남아 있기 마련이지만, 신자들은 “우리 사이에서는 하나라도 더 챙겨 주려는 인심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끈끈한 정(情) 덕분에 신앙과 귀촌 생활 모두 원활히 적응해 나갈 수 있다는 것.

서울에서 교직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귀농한 김재영(율리아나) 씨는 남원 시내 쌍교동본당을 다니다 10년 전 공소에 정착했다. 그는 “근처에 공소가 있는지 몰랐다가 주변 소개로 오게 됐다”며 "서로를 챙기고 위하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2012년 경기 성남에서 온 이영석(요한 사도) 씨 역시 “도시에서는 같은 아파트에 산다 해도, 같은 동(棟)이 아니라면 신자인지 알기 어려웠다”면서 “비록 신자 수는 적을지라도, 단합이 잘 되니 서로 신앙생활에 자극제가 된다”고 전했다.

Second alt text전주교구 운봉본당 인월공소를 이끌어 가고 있는 귀농·귀촌 신자들. (왼쪽부터)김완규·이영석·장용현·육영숙·윤장호·박애순·권영숙 씨. 황혜원 기자

공소는 2035년 공동체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공소로 공식 설정된 것은 1960년이지만, 이보다 앞서 아영면 봉대리 숲실에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1935년을 기점으로 기념사업을 준비 중이다.

윤장호(프란치스코) 공소회장은 “공소가 없던 시절, 오직 두 발로 지리산 고개를 넘어 미사를 참례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간 선배들을 생각한다”며 “신앙공동체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원로사목자와 함께하는 대구대교구 덕곡공소, “신자들 오고 싶은 환경 만들어야”

Second alt text2월 8일 경북 고령 덕곡공소 주일미사에서 대구대교구 원로사목자 원유술 신부가 아기 윤사랑의 탄생 100일을 기념해 안수를 하고 있다. 우세민 기자

“오늘 미사 마치면 우리 외손녀 윤사랑 에밀리아의 100일을 기념하는 떡국 한 그릇씩 드시고 가세요.”

2월 8일 오전 경상북도 고령군 덕곡면 대구대교구 고령본당 덕곡공소의 주일미사. 정갑연(아우구스티나) 공소회장이 공지를 전한다. 미사를 주례하는 대구대교구 원로사목자 원유술(야고보) 신부는 사랑이에게 안수하며 앞날을 축복했다.

덕곡공소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6~7명이 모여 주일 공소예절을 하던 곳이었다. 젊은이가 없는 농촌 지역 공소라는 이유로 폐쇄가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예비신학생 모임에 나가는 학생부터 100일 된 신생아까지 30명 이상이 함께하는 젊은 공소가 됐다. 원 신부와 정 회장의 노력이 공소 활성화의 마중물이 됐다.

사목 일선에서 은퇴한 뒤 2024년 1월부터 덕곡면에서 노후 생활을 시작한 원 신부는 원로사목자의 공소 활동을 장려하는 교구 방침에 따라 덕곡공소에서 성사전담 활동을 시작했다.

“신자들이 오고 싶어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원 신부는 미사와 성사 등으로 신자들에게 영적 유익을 제공하는 한편, 직접 낡은 공소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여기에 격의 없는 원 신부의 인간미가 더해져 공소는 점점 사람 냄새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정 회장은 ‘점심식사 정례화’로 공소를 대화와 나눔의 장으로 만들어 갔다. “신자들이 함께하는 점심식사는 단순히 ‘끼니’의 개념이 아닙니다. 식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조리하면서 대화가 오가고 정이 꽃피는 자리가 만들어집니다.”

공소에 점차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냉담하거나 다른 곳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던 신자들이 다시 공소로 돌아왔다. 귀촌 등으로 새로 유입된 가정이 생기면서 세례식도 이어졌다.

Second alt text2월 8일 경북 고령 덕곡공소 주일미사 후 미사를 집전한 대구대교구 원로사목자 원유술 신부(앞줄 가운데)와 신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세민 기자

원 신부는 앞으로 ‘도농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공소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고령본당 주일학교가 덕곡공소를 신앙학교 장소로 활용했던 점, 대구가톨릭학술원이 하루피정을 진행한 일 등을 예로 들면서, 원 신부는 “도시와 공소가 전례나 신앙생활 등에 필요한 것들을 서로 나누고 돕는 자리가 일상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대교구에는 원 신부 외에도 12명의 원로사제들이 공소에서 성사전담사제로 활동 중이다.

교구 공소 관리 담당 김호균(마르코) 신부는 “공소 신자들에게 미사와 성사에 사목적 배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로사목자들의 공소 성사전담은 긍정적”이라며 “원로 신부님들의 은퇴 후 거주지 결정에 폭을 넓혀주고, 성사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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