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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의 기도 3: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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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6-02 조회 2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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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자 교리를 받으시는 분들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기도서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기도를 숙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톨릭 기도서 안에는 다양한 지향의 기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제 막 첫발을 떼신 입장에서 이렇게 다양한 기도를 한 번에 다 숙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기도를 할 때 꼭 ‘가정을 위한 기도’만 해야 할까? 본당 신부님이나 수녀님을 위해서 반드시 ‘사제를 위한 기도’나 ‘수도자를 위한 기도’만 바쳐야 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절대로 아닙니다. 하느님께 진심을 다해 바치는 기도라면 비록 침묵일지라도 훌륭한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정형화된 기도가 필요한 이유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할지 모를 때 기도의 방향과 형식을 잡아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이 같은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 바로 시편입니다. 

시편은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어떤 지향을 가지고 어떤 형식으로 기도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며 시편 자체가 방대한 분량의 기도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백성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는 기도문이 되고, 취할 수 있는 가장 거룩한 행동은 전례와 음악이 되어 시라는 형태로 기록되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결국 시편은 인간이 모든 것을 다해서 하느님께 말을 걸고 또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하느님 앞에 선 인간의 모든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시편은 현실에서 인간이 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바치는 다양한 형태의 기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곤경 중에 있을 때 탄원 시를 지어 바치고, 곤경에서 벗어나면 감사 시를 바쳤으며,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탄식하면서 백성 전체의 목소리로(시편 44; 74; 77), 혹은 예루살렘을 순례하는 순례자의 목소리로(시편 42,5; 120―134) 기도하였습니다. 

또한 시편의 기도는 다양한 상황에 맞는 기도의 양식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이 개인인지 공동체인지에 따라 개인 시와 공동 시가 나뉘고, 내용에 따라서 인간의 손을 벗어난 일을 하느님께서 돌봐주시기를 청하는 탄원 시, 지향이나 소원을 들어주셨을 때 바치는 감사 시, 마지막으로 전능하신 하느님과 그분의 영광을 소리 높여 외치는 찬양 시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인간의 언어라는 성격에 집중해볼 때, 시편은 단지 한 개인의 지향과 기도를 담는 것뿐 만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의 하나가 된 지향과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도 공동체가 함께하는 전례 안에서 시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교우 여러분, 매일의 신앙생활 안에서 어떻게, 무엇을 위해 기도를 해야 할지 모를 때 시편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반드시 첫 장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하시면 더 좋고요). 나보다 앞서 하느님을 믿었던 이들의 기도에 내 지향도 함께 실어 보낸다면 시편을 읽는 것 자체가 좋은 기도가 되지 않을까요? 

 

이상욱 안드레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