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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께서 가르쳐 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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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6-02 조회 2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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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달 밝은 밤, 정화수를 떠놓고 두 손 모아 곱게 비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열이 많아 칭얼대는 자식의 땀을 밤새 닦아내는 어머니의 간절함이, 하루 종일 허리 굽혀 밭을 일구는 아버지의 바람이 정화수에 비친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는 무엇을 간절히 바라는 것일까. 무엇을 그리 두 손 모아 빌고 계신 것일까.

신학교 입학을 준비할 때, 나바위 피정의 집에서 예비 신학생 여름 연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연수 프로그램 중에는 강경으로 나가 인터뷰를 한 뒤 그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인터뷰의 주제는 ‘어느 때 가장 기쁘고 행복한가’였다. 다양한 답이 나올 거라는 우리 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리가 만났던 어르신들은 거의 다 똑같이 대답해 주셨다: “내 자식이 잘 되었을 때가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 그렇다. 자식이 잘 되는 것보다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것은 없다. 자신의 생명을 나누면서까지, 당신들의 삶을 바치면서까지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에게 좋은 것이라 하면 아낌없이 주고자 한다.

그렇다면 아낌없이 주고자 하셨던 성모께서는 하나 뿐인 아들에게 무엇을 주고자 하셨을까. 자신의 목숨과 바꿔, 신비롭게 얻게 되었던 아들을 위해 성모께서는 달 밝은 밤 정화수를 떠놓고 두 손 모아 곱게 비셨을 것이다. 시메온의 예언(루카 2,25-35 참조)을 곰곰이 되새기며,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루카 22,42)라고 기도하셨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라고 기도하지 않으셨을까. 이러한 성모의 마음은 아기 예수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곱게 빻아 만든 빵 조각을 우유에 적셔 입에 넣어주면서,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마음으로 들려주었을 시편의 말씀들(‘기도’, 52쪽)이, 그래서 아기 예수의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 여기 우리가 신앙의 후손들에게 아낌없이 물려주어야 할 것은,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기 전에 하신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은 시편의 말씀, 곧 기도입니다. 유다인들의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가 가르쳐 준 기도들로 기도하셨습니다.”(‘기도’, 52쪽)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기도’일 것이고, 가족이 모여 함께 ‘기도하는 삶’일 것이다.​ 

이가진 안드레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