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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성체수도회, 아주 특별한 종신서원식 열리던 날[가톨릭신문 200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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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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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에 지킨 하느님과의 약속
칠순 넘긴 김영애·이종희·김순자·조창희 수녀, 감격 누려


6월 11일 전주시 서노송동 인보성체수도회(총원장 김주희 수녀) 성당. 이날 이곳에서는 김영애(바울라)·이종희(요셉카타리나)·김순자(수산나)·조창희(마리우술라) 수녀를 위한 아주 특별한 종신서원식이 거행됐다. 주례를 맡은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가 나직한 음성으로 묻자 네 명의 서원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청빈’, ‘정결’, ‘순명’의 삶을 약속했다. 반세기 만에 하느님과의 약속이 지켜지는 순간이었다.

칠순을 훌쩍 넘긴 이들이 뒤늦게 종신서원을 하게 된 사연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60년 당시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에 의해 서울대교구 소속 수도회로 공식 선포된 인보성체수도회는 설립 초기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며 1966년 서울대교구에서 전주교구로 이관되는 혼란을 겪어야 했다. 수도회의 명칭도 ‘성체회’로 개칭했고, 카리스마도 본당 선교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회원들이 수도회를 떠났고, 이들 네 명의 수녀들도 공동체와 결별하게 됐다.

그러나 역사의 소용돌이도 이들의 하느님 사랑을 꺾을 수는 없었다. 1962년부터 ‘덕산신생원’(현 ‘새감마을’, 충남 예산군 덕산면 읍내리 소재)에 파견돼 소임을 하던 조창희 수녀와 김순자 수녀는 그 곳에 계속 머무르며 고아들을 돌보며 살 것을 다짐했다. 김영애 수녀와 이종희 수녀도 ‘덕산신생원’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며 독신의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꼬박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마침내 2006년. 설립 50주년을 맞은 인보성체수도회가 이들의 상처를 보듬으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재 입회 의사 타진이 이뤄졌고 일련의 과정들이 따랐다. 2007년 8월 네 수녀는 평생의 염원이자 꿈에 그리던 수도회로 다시 돌아왔다. 수도자 아닌 수도자로 살아온 시간들은 고스란히 반백의 머리 위에서 꿈으로 반짝였다.

이병호 주교는 이날 서원식에서 “오늘은 수도회의 역사의 상처가 아무는 날이자, 네 명의 수도자들이 하느님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킨 날”이라며 “이들의 사연을 통해 하느님과의 약속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고 전했다.

김주희 수녀는 “하느님께서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용서하셨지만, 우리 인간들만 지금까지도 아픔을 껴안고 오랜 세월을 흘려보냈다”며 “수도회의 오랜 상처를 치유하게 돼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곽승한 기자·이관영 전주지사장


[사진설명]
하느님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킨 네 명의 수도자들. 이종희·김영애·조창희·김순자 수녀(왼쪽부터)가 종신서원식 후 기념촬영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