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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실천, 이 사람의 약속]이병호주교 - 치열한 지구 사랑[전북일보 200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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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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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실천, 이 사람의 약속]

이병호 주교 - 치열한 지구 사랑

③ "지켜야 산다" 생활속 에너지 절약…건강에도 큰 도움

작성 : 2009-09-02 오후 9:16:11 / 수정 : 2009-09-03 오후 2:44:59

전북일보(desk@jjan.kr)

이병호 주교는 생활 속 에너지 절약의 달인이다. 집무실에 들어서자 책을 읽을 땐 사용하는 스탠드와 선풍기가 반긴다..../안봉주(bjahn@jjan.kr)

지난 달 27일 오전 10시 40분께 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 천주교 전주교구청 5층에 위치한 주교 집무실에 들어서자 이병호 주교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다른 바쁜 일정을 모두 제치고, 인터뷰에 응해준 이병호 주교가 고마웠다. 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주교가 평생 하느님을 사랑하듯이 지구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집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확인했기 때문이다.

어두웠다. 치명자산 쪽을 향한, 집무실 동쪽에 난 창이 무척 넓었지만 천정에 설치된 전등을 모두 꺼버린 탓에 바깥에서 주교 집무실에 들어선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어둡게 느껴졌다. 비가 약간 뿌릴 만큼 흐린 날씨에도 불구, 창밖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가에 배치한 책상 옆에는 스탠드가 설치됐고, 의자 뒷편과 책상 맞은 편에는 선풍기가 한 대씩 놓여 있었다.

이병호 주교가 이처럼 지독한 환경주의자가 된 것은 평생 자연의 실체를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화시킬 것인가, 인간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등을 연구한 떼야르 드 샤르뎅(Pierre Teilhard de Chardin, 1881~1955)신부의 생명과 환경사랑 철학에서 받은 영향이 컸다.

이 주교는 허블이 우리 은하계 너머에 또 다른 은하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우주 어디엔가 또 다른 지구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있는 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구를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 죽거나 같이 살거나 둘 중에 하나지요. 다른 생명체들을 망가뜨려 놓고 우리만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까만 우주를 배경으로 파랗게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 우주에 아슬아슬하게 떠있는 지구, 이 지구를 우리가 지켜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주교는 "지구에 대한 사랑은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열정, 지구를 지키지 못하면 너는 물론 나도 죽는다는 치열함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의 생활 속 지구사랑, 생명 사랑은 에너지 절약의 달인이라고 할 만큼 치열하다.

냉방기가 있지만 선풍기로 해결하고, 5층 집무실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만 계단을 이용한다. 홀로 책을 읽거나 자료를 검토하는 시간엔 형광등을 끄고 스탠드를 사용하며,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닌다. 그는 지난 겨울에도 사제관에서 난방장치 한 번 안틀고 겨울을 났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미리 전기장판을 따뜻하게 한 후 잠자리에 들어서면서 꺼버리는 식이다. 연로하신 주교님께서 너무 지나치지 않으실까? 그러나 이 주교는 "에너지를 최소로 쓰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우리 몸은 계절에 맞게 돼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여름답게, 겨울에는 겨울답게 지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 주교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한 방울의 에너지라도 필요 없이 낭비되는 것은 본능적으로 못 견딘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사목하고 있는 전주교구도 오래 전부터 에너지 절약운동을 최우선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여성연합회의 경우 물 적게 쓰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폐식용유 활용하기, 쓰레기 분리수거 철저히 하기 등 생활속의 녹색운동을 해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들이 녹색 실천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을까.

이병호 주교는 교육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성인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을 강조했다.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으면 실천력이 높고, 교육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부모(성인)들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 주교는 "정말로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병호 주교는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이제 그 기술로 인하여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unsustainable) 지경에 이르렀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나무를 많이 심고, 잘 가꾸어야 한다"며 나무를 함부로 베어버리는 무분별한 행위를 절대 경계했다.

우리는 지구를 빌려 쓰고 있다. 지구가 건강해야 바로 내가 살 수 있다. 이 주교는 그런 절박함, 치열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선이(푸른전주운동본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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