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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주교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시노드) 메시지 특강(2)_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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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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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의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지난 2월 24일 교구청 4층 강당에서는 교구장 이병호 주교의 세계주교시노드 관련 특강이 열렸다. 전주 가톨릭 신학원(원장 김선태신부) 이 주관한 이날 강의는 평화TV  ‘영성의 향기’제작팀에 의해 2차 녹화가 이루어졌다. 이병호주교는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주제로 지난해 로마에서 열렸던 세계주교시노드에 한국대표로 참석하여 성경외우기로 큰 화제를 낳았다. 이 주교는 가톨릭교회가 진정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해 고민해야할 문제는 무엇인지 들려줘 신자들에게 새로운 도전 정신을 일깨워주었다.

◎ 말씀이 육화(肉化)되신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께서는 구약에서 말씀의 소리로 당신을 계시하셨고 신약에서는 말씀의 얼굴을 드러내셨다. 말씀의 소리와 말씀의 얼굴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그림자와 실체의 차이이다. 율법은 장차 나타날 좋은 것들의 그림자일 뿐이고 실체가 아니다.(히브10,1) 실체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다. 구약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소리로만 인간에게 전달되었는데 예수님이 오심으로써 말씀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하느님의 아들이 오셔서 마지막 시대가 열렸다. 그 이전까지의 시대는 오직 그림자일 뿐이다.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불길 속에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말씀하시는 소리만 들었지 아무런 모습도 보지 못했다.   다만 소리만 있을 뿐이었다.(신명4,12)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당신의 얼굴은 가리시고 뒷모습만 보여 주셨다. 이렇게 하느님과 통교했다는 모세도 기껏 그분의 뒷모습만 보았다. 그런데 하느님의 아들이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은 어떤 언어로 동원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다.
 “말씀이 살이 되셨다.” 요한복음의 이 머리말은 그리스도 신앙 전체의 핵심이다. 영원한 하느님의 말씀이 시간과 공간 속으로 들어오셔서 인간의 얼굴을 취하셨고 사람과 똑같이 되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된 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시다. 우리는 우상을 멀리해야 한다. 그 어떤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하느님의 자리에 올려놓으면 우상이 된다. 그것을 종으로 부려야지 주인으로 쓰면 우상이다. 주님은 오직 한 분이시다. 하느님께서는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으나 이 마지막 시대에는 당신의 아들을 시켜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그 아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참 빛이시며 그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지탱하신다.    

◎ 세계주교 시노드의 핵심 주제는 “강론”
 하느님 말씀에 관한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처음이기에 가장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된 이야기가 ‘강론’이었다. 이병호 주교의 시노드 5분 발언 주제도 ‘강론’이었다. 성경외우기를 주 내용으로 한 이날 강연은 세계의 주교들에게 큰 호응과 공감을 일으켰다. 이병호주교의 5분 발언 내용을 간추려 보았다.

“흔히 말하는 대로 개신교인들은 성경을 읽고 많은 부분을 외우는데 천주교인들은 한절조차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성경이 삶의 문제를 대처에 나가는데 있어 크나큰 무기이다. 우리도 교리에 일정량의 성경 구절 외우기를 넣어야 하지 않겠는가? 개신교인들은 성경구절을 인용한다. 천주교인들은 성경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추상적 주제들을 추출해 낸다. 성경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깊은 뜻과 참 의미를 제대로 전달 못하고 추상화하는 예가 흔히 강론으로 드러난다. 강론하는 이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주일성경 대목들을 읽고 그 내용을 일정한 ‘주제’로 요약한다. 그리고 더 이상 성경 본문의 문맥과 상관없이 본문을 인용하지 않고 주제를 펼쳐나간다. 이렇게 해서 이야기의 대가이신 예수님을 맥없는 목소리로 윤리적 훈계나 하고 생기 없이 장황한 말만 늘어놓는 인간으로 전락 시킨다 .”( 인도의 성서학자 뤼시엥 러그랑 신부의 글 인용)
 나는 1990년 주교가 되고부터 매일 미사에 나오는 성경말씀을 외우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강론할 때 하느님의 말씀이 말씀하도록 하였더니 듣는 이들이 그 말씀 자체에 행복해하였다. 성경은 성령의 감도로 성령의 물속에서 헤엄치는 일이다. 성령의 물속에 넣어 놓아야 말씀이 생기를 얻는다. 미역이 나무토막 같아 보이는데 물속에 담그면 팔랑팔랑 살아난다. 하느님의 말씀은 본래 성령 안에서 태어났기에 그 속에 넣고 보아야 그 말씀이 돌아온다.    말씀을 외우면 성모마리아가 왜 우리의 모범이 되는지를 이해한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자세에서 완벽한 모범이셨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에 새기고 오래 간직하였다.” 깊이 새긴다는 것은 외운다는 말이다. 말씀을 외우고 되새김질하면 말씀이 우리와 하나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마리아께서는 당신의 마음을 말씀의 도서관으로 가꾸셨고 하느님 말씀이라는 씨앗을 받아 잘 자라게 하는 토양으로 만드셨다.
 이제 교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강론, 즉 하느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전해주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미래와 현재의 사제들을 양성하는 교육에 일정량의 성서 외우기를 의무화 한다.
 둘째, 훌륭한 성서적 강론을 위해 사목자용 강론 지침서를 만든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목 자들은 하느님의 무기로 무장하게 될 것이다. 바오로 사도께서 에페소서에서 언급한 하느님의 여섯 가지 무기(에페 6,10~18)중 다섯 가지는 방어무기이지만 성령의 칼인 하느님 말씀만이 공격무기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특별한 무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렇게 될 때 교회는 희망찬 새로운 봄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