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백합] 23호 (2008 겨울) - 하느님 말씀에 관한 시노드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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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12-26 00:00 조회3,98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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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 나
성서, 하느님 말씀.
이런 생각을 하면 하느님께서 나를 얼마나 세심하게 손잡아 이끌어 주셨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선, 우리 신학생시절에 신약성서는 그 훨씬 전부터 번역이 되어 한권으로 묶어져 있었지만, 구약성서는 우리에게 성서를 가르치시던 선종완 신부님께서 번역을 시작하여 모세오경과 이사야서 등이 번역되는 대로 낱권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적극적인 권고에 따라, 우리 가톨릭 측에서 선신부님을 비롯하여 몇분이 참석하셔서 개신교측과 함께 공동으로 번역한 성서가 1977년에 나왔으니, 1969년에 사제로 서품된 나는 약 8년을 완전히 번역된 구약성서 없이 산 셈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앞으로 내가 성서를 한번도 완전히 읽어보지 못한 채 사제생활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신학교 1학년 겨울방학을 며칠 앞둔 어느날, 상상 속에서 사제생활을 하고있는 내게 어떤 어린이가 나타나 내게 묻는 장면이 떠올랐다. “신부님은 물론 성서를 다 읽어 보셨겠지요?” 그리고는 내 얼굴이 붉어지고 머리를 긁적이며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하고 어물대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어서 어린이에게 그렇게 대답해놓고 사제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장에 동대문 헌책방으로 달려가서 영어성서를 사다가 몇가지 규칙을 정해놓고 그 방학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첫째, 소리내서 읽을 것. 둘째, 뜻은 물론 발음만 자신이 없어도 반드시 사전을 찾아볼 것. 셋째, 하루에 40쪽을 읽을 것. 이것이 규칙 이었다. 그것을 다 읽고 났을 때, 나는 비로소 수천년 전부터 흘러온 믿는 이들의 거대한 강물 속으로 몸이 온전히 잠겨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강물이 나에게까지 흘러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곡절과 어려움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 모든 역사가 은총의 강이되어 내게까지 전달되었구나 하는 감회가 온 몸을 감싸는 것이었다.
주교가 되고나서 주교회의 성서위원회를 두 번씩이나 책임지게 된 것도 내게는 큰 은총이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성서관련문헌 인계시 헌장 제6장의 정신대로, 신앙생활 속에서 성서를 어떻게 그 중심자리에 놓고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세계가톨릭성서연합이라는 조직을 알게된 것도 그 덕분이었다. 그리고 국내국외를 막론하고 성서사도직 활동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나고 관계회의에도 참석하면서 나는 성서에 관해 신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는 느낌이 든다. 이 모든 기회가 좋은 자극과 동기를 제공해서 나는 성서의 세계에 더욱 깊이 빠져들어갔고, 하느님 말씀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지켜보고 체험했다.
이번에 한국주교회의가 나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덕분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성서관련 모임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석하게 된 것도 내게 큰 은총이었다. 이제 이 회의에 참석해서 얻은 경험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것은 동료 신앙인들에게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성서에 관한 관심과 애정에 새로운 활력이 생길 수 있고, 다음으로는, 이 회의진행 과정을 개략적으로라도 살펴보는 것은, 교구 시노드를 비롯한 교회내 큰 규모의 회의나 논의를 위해서도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믿는다.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란 무엇인가?
교회 역사상 제일 큰 규모의 공의회였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는 2,600명 이상 교부(주교)들이 참석했으며 신학자와 전문가를 포함하면 전체 참석인원은 3,000명에 이른다. 회의 기간도 1962년부터 1965년까지 4년이었으니 회의치고 이만한 규모는 세계역사에서도 드물다고 할 것이다. 거기에서 채택된 결정들과 그것을 글로 적은 문헌들이 16가지나 되고,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헌은 “헌장”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 우리 가톨릭 교회의 근래 역사를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교회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중요한 결정들이 한 번 나온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방안을 모색하고 촉진하며, 새롭게 나타나는 현대 세계의 변화에 대하여 주교들의 연대와 공동책임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그 직후에 많이 나왔다. 그래서 세계 여러나라 주교회의에서 선출한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하고 당연직 참석자와 초청인사 등 몇몇 다른이들도 함께모여 회의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주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공의회가 끝나던 1965년에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를 창설하여 1967년에 제1차 회의를 하였다. 교회의 최고 목자인 교황님께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회의는 “전세계 주교단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에 모든 주교들이 교계적으로 교류함으로써 보편 교회의 관심사를 두고 함께 생각하고 논의하는” 자리이다.
하느님 말씀을 주제로 2008년 10월 5일에서 26일까지 열렸던 이번 시노드는 12번째였다. 정회원 자격으로 참석한 교부는 253명이었으며 그 가운데 추기경이 52명, 대주교가 81명, 주교가 130명이었다. 여기에 전문가 41명, 방청인 37명이 추가되고, 사무처직원, 통역자 등모두 4백명이 넘는사람들이 매일 모여 이 회의를 진행하였다. 이번에 한국에서는 본 주교외에도 외국어대학 교수이며 전국 평협회장이기도한 한흥순 교수가 방청인 자격으로 초청받아 참석하였다.
제12차 시노드의 준비과정
교황청에는 시노드 관련 문제를 전담하는 사무국이 있어서 대주교가 그 대표로 실무를 담당한다. 2006년 1월 13일, 시노드 사무국장 대주교가 차기 시노드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교황을 개인적으로 알현하고 돌아와 전세계 모든 주교회의와 기타 관련된 단체나 기관에 질문서를 보내어, 다음 시노드에서 다룰 주제를 3가지씩 제안할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다음의 조건을 제시하였다. 1) 전세계 모든 교회(보편교회)의 관심사일 것. 2) 사목적으로 지금 당장에 문제가 되는 주제일 것. 3) 주교들의 시노드에서 실제로 다룰 수 있는 주제일 것. 여기에 대한 답변은 2006년 6월 1일전까지 제출할 것. 그래서 6월 1일과 2일에 시노드 사무국의 일반회의에서 그 문제를 다룰 수 있게 할 것 등이었다.
각 나라 주교회의 등에서는 많은 제안을 해왔는데, 위의 사무국 회의에서 이를 분석하고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3가지 주제로 줄여서 시노드 의장이신 교황님께 올렸다. 2006년 9월 22일 개인알현 석상에서 교황님은 그 가운데 맨처음 것을 택하여 12차 시노드의 주제로 결정하셨다. 그것이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하느님 말씀”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다음 시노드의 개최일자도 2008년 10월 5~26일로 결정하였다. 하느님 말씀을 주제로 선정한 데에는 제11차 시노드의 주제였던 성체성사를 감안하여, 말씀과 성체의 유기적인 관계를 드러내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했다.
가. 개요 Lineamenta의 준비
하나의 시노드가 끝날때 쯤에는 다음 시노드 준비를 위한 평의회가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하는데,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차기 시노드 주제를 정하신 다음, 시노드 사무국평의회에서는 두 번 모여 차기 시노드 개요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 하였다. 그리고 2006년 10월 10~11일 모임에서는, 위 평의회가 중심이 되고 몇몇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개요의 대체적인 구조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를 보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공의회의 <계시헌장>을 제일 중요한 전거로 삼고, 그 외에도 같은 주제에 관해서 교회의 교도권이 발표한 문헌들, 그리고 오늘날 세계 각 지역 교회들이 당면하고 있는 사목적, 사회적 상황들을 참조하였다. 2007년 1월 24~25일 모임에서는 개요의 초안을 심의하고, 문장을 개선하기 위해서 여러 군데를 손보았다. 동시에 몇가지 측면들은 후에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무국에서는 몇몇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제출된 의견들을 가능한한 모두 받아들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여러나라 말로 번역하기 전에 최종적으로 평의회 의원 각자에게 전자메일로 보내어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수정하게 하였다.
2007년 4월 27일, 시노드 사무국은 평의회의 동의를 얻어서 제12차 시노드 개요서를 출판하였다. 그렇게해서 보편 교회 전체가 시노드의 주제를 두고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에도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활용하였다. 관례대로, 개요서에는 21개의 질문을 두어 더욱 깊이있는 검토와 논의를 위한 여지를 마련하였다. 사무국은 2007년 11월말까지 이 개요서에 대한 응답을 보내줄 것을 당부하였다.
나. 작업문서 Instrumentum Laboris의 준비
사무국으로 보내온 각국 주교회의 등의 응답을 분석 해보니, 모든 분들의 관심이 매우 현실적이고 지금 당장의 필요에 맞추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크게 띄었다. 이분들의 소망은 복음화에 대한 새로운 열기가 살아나고, 하느님 말씀을 더욱 잘 알고, 사랑하고, 그것을 축제화 하는 일에, 특별히 전례 안에서 그것이 이루어지게 하는 데에, 새로운 관심이 모아지기를 바라는 것 이었다. 그렇게해서 가까운 이들이나 멀리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열정으로 그것을 전하게 되기를 소망하였다.
주교들로부터 온 이 모든 응답을 주축으로 하고, 수도회장상 국제연합회 측으로부터 보내온 응답, 그리고 성서사도직과 관련하여 그동안 있었던 여러 연구모임, 또 관계분야의 여러 잡지에 실린 글 등을 참고하여 작업문서 초안을 작성하였다. 2008년 1월 21~22일회의에서 제11차 시노드 평의원들은 작업문서 초안에 관해서 충분히 논의하고 많은 의견을 제시하였다. 여기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보완한 작업문서 초안을 전자메일로 각 평의회 위원들에게 보냈다. 그러면서 이를 승인하든지, 더 보완할 것이 있으면 서면으로 알려달라는 당부를 곁들였다. 작업문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어 2008년 6월 12일에 공포되고 이어 출판되었다. 그리고 각종 출판물과 인터넷을 통해서 널리 유포되었다. 이렇게해서 시노드참석 교부들에게 시노드에서 다루게 될 내용을 충분히 연구하고 생각할 여유를 줄 수 있게 되었다.
다. 교황의 기여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시노드 사무국에서 진행하는 준비과정에 함께 하시면서 조언을 주셨다. 실상 교황님께서는 시노드의 의장이시기 때문에 사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이기도 하다. 시노드 사무국장과의 개인면담을 통해서 일상적으로 일의 진행과정을 보고 받으시는 것 말고도, 제11차 시노드평의회에 2006년 6월 1일, 2007년 6월 25일, 2008년 1월 21일등, 세 번 직접 참석하셨다. 그리고 그 때마다, 교황님께서는 평의회의 활동 가운데 이러저런 중대 측면에 관해서 적절한 의견을 정식 연설을 통해 표명 해주셨다. 그리고 이 연설들은 일의 방향을 잡아가는데 큰 영향을 행사하였다. 교황님께서 다루신 주제들은 성체성사의 신비와 말씀의 신비에 관한 것이었다. 교황님께서는 렉시오디비나를 재발견한 사실의 중요성도 재삼 강조하셨다.
라. 진행방법에서 새롭게 도입된 규정들
본회의에서 발언시간이 주교들에게는 5분, 전문가나 방청인들에게는 4분이 주어졌다. 이전까지는 주교들에게 6분이 주어졌었는데, 이렇게 해서 얻은 시간을 주로 자유토론을 위해서 할애하였다. 발언내용은 글로 적어서 읽게 되었는데, 동시통역자들을 위해서 발언내용을 미리 서면으로 사무처에 제출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발언할 때에는 작업문서 몇 항과 관련해서 말할 것인지를 먼저 밝히게 되어 있었다. 대륙별 상황보고를 위해서는 10분씩이 주어졌다. 그리고 자유토론을 위해서는 한 사람이 3분을 초과하지 못하게 하였다. 또 직전 시노드였던 제11차 시노드와 그 후속 교황권고 <사랑의성사>에 대한 각 지역 교회의 반응을 보고하는 데에는 30분이 주어졌다. 투표는 전자식으로 하게 되어있어서, 리모콘에 찬성, 반대, 기권이 표시된 단추 가운데 하나를 누르면 결과는 거의 동시에 나와 사회자가 바로 발표할 수 있었다.
마. 특별 초대손님
2008년 10월 18일에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 1세가 정교회 연합 수장의 자격으로 초대되어 시스티나 경당에서 교황님과 함께 말씀의 전례를 주례하고, 긴 연설을 통해 정교회 측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어떻게 대하고 실천하는 지를 설명하였다. 이것은 정교회 측의 수장이 처음으로 가톨릭 주교시노드에 참석한 것이었기 때문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2008년 10월 6일에는 유다교 수석 랍비인 하이파의 쉐아르야슈브코헨께서 시노드 홀에 나와 유다인들의 성서 해석 방법에 관해서 설명하였다.
시노드의 진행
시노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개인 발언과 소그룹 회의에서 이루어지는 논의 등은 최종적으로 교황님께 드리는 제안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 많은 제안들을 통합하고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제안사항들을 확정하는 것으로 시노드의 사명은 끝난다. 그 다음에는 교황님께서 그 제안사항들을 참고하여, 시노드 후속 교황권고의 형식으로 교서를 발표하심으로써, 시노드에서 논의되었던 모든 내용들은 결실을 맺는 셈이다. 이점을 참작해야만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의 의미와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
* 개막미사 :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나에게 화가 미칠 것 입니다.”하는 말씀으로 하느님 말씀에 대한 열의를 표명하신 바오로의 해에 하느님 말씀에 관한 시노드를 개최하게 된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다. 그래서 시노드 개막미사를 성 밖 바오로대성당에서 교황님의 주례로 참석자들이 함께 드렸다.
* 논의전 보고 :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보고 총책을 맡았던 퀘벡의 우엘레 추기경으로부터 이번 모임의 의의와 앞으로 다루게 될 내용에 관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논의전 보고가 있었다. 이것은 전세계에서 보내온 제안 등을 참고해서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을 짚어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 전체회의 : 주로 참석자들 하나하나의 발언을 듣는 시간이었다. 주교 253명을비롯해서 전문가, 방청인 등 330여명의 발언을 듣는데에는 여러날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이러저런 위원회 위원들을 선출하고, 약간의 자유토론에 할애하는 시간 외에, 대부분의 전체회의 시간은 참석자들의 5분연설을 듣는데에 소비되었다. 언어는 이태리어, 영어, 불어가 주조를 이루었고, 독일어와 스페인어도 더러 사용 되었으며, 모든 공식문건과 보고를 위해서는 라틴어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동시통역이 항상 이루어졌다.
* 논의후 보고 : 개인발언이 끝나가는 10월 15일에는 보고 총책을 맡은 우엘레 추기경으로부터 논의후 보고가 있었다. 이것은 총회에서 개인발언 등을 통해 표출된 내용을 정리하여 제시함으로써, 그 이후 소그룹 회의 등에서 더욱 구체적인 검토와 논의를 거쳐 좀더 구체적인 제안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에 그 목적이 있다.
* 소그룹 회의 : 전체회의에서의 개인발표가 끝나갈 무렵부터 소그룹 회의가 있었다. 언어권별로 그룹이 나뉘었는데 본인은 불어 그룹에 편성되었다. 우리 그룹에는 25명이 함께하여 소그룹 치고는 수가 좀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성서교수로 일생을 다 보내신 노(老) 추기경님과 다른 추기경님들이 두분 더 계셨고, 시리아 전례, 콥트 전례의 대표자도 계셨다. 또 떼제 공동체의 책임자도 있었다.
* 제안들의 선별과 확정 : 소그룹에서 제출한 제안들은 처음에 350여개에 이르렀는데, 이를 150여개로 줄이고, 다시 53개로 줄였다가 다시 두 개를 더 추가하여, 10월 24일에는 55개의 제안들을 두고 하나하나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 등의 투표를 거쳐서 확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제안은 사실상 없었으나 경우에 따라서 찬성하는 이들의 수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정도였다. 이 제안들이 약 1년후에 반포될 시노드 후속 교황권고에 얼마나 또 어떤 모양으로 받아들여 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온전히 교황님의 판단에 맡겨진 일이기 때문이다.
* 폐막미사 : 주일이기도한 10월 26일 성베드로대성전에서 교황님의 주례로 폐막미사를 거행하였다.
본주교의 제안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제안내용 가운데 어떤 것이 시노드 후속 교황권고서에 받아들여질 것인지는 모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본주교가 제안한 것만을 참고삼아 소개한다. 하느님 말씀에 관한 이번 시노드에서 가장 큰 관심사중의 하나는 강론이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안에 성서를 공부하고 맛들이고 나누기 위한 과정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많은 이들이 거기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교우들에게는 강론이 사실상 하느님 말씀을 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론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든 주교들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강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 문제가 본주교에게는 평소에 늘 느끼고 강조해오던 것이었기 때문에, 소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본인의 발언 이후 다른 참석자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고 할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많은 주교님들이 대단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자유토론 시간에 프랑스의 한 추기경님은 우리가 적극적인 대안을 이주교에게서 들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광주신학교에서 최근에 도입한 새 교육기획에서 중심적인 주제였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광주 가톨릭대학교 양성지침>을 참고할 수 있다. 시노드에서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간단히 줄여서 발표할 수 밖에 없었는데, 참고삼아 여기에 그 발표내용을 소개한다.
- 주님의 밭에서 함께 일하시는 친애하는 동역자 여러분!
제가 선택한 주제 역시 강론입니다.
제 말씀에 들어가기 전에 파리 외방선교회의 소속사제로서 인도에서 성서학 교수로 일하시는 뤼시엥 러그랑 신부님의 글 한토막을 소개 하겠습니다. 이 신부님께서는 세계 가톨릭성서사도직 기관지인 <데이베르붐>, “근본주의와 성서” 특집호(70/71호 9-15쪽)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흔히 말하는 대로, 개신교인들은 성서를 읽는데, 천주교인들은 기껏해야 성서에 관해서 말만한다. 그들은 성서에서 많은 부분을 외우는데, 우리는 한 절 조차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물론 그들의 설교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성서가 적어도 삶의 문제들을 대처해 나가는데 있어서 크나큰 정신적 무기이다…여하튼 우리도 교리에 일정양의 성서 외우기를 넣어야하지 않겠는가?”
러그랑 신부님은 계속 주장하십니다. “개신교인들은 성서를 인용한다. 천주교인들은 성서적일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추상적 주제들을 추출해낸다. 성서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하는 깊은 뜻과 당장의 삶을 위해서 주고자 하는 빛을 추상화 시키려는 이런 경향을 가장 분명히 볼 수 있는데가 어떤 형태의 강론인데, 이런 식의 강론은 너무나 흔하다. 강론하는 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하는지 보자. 그는 도대체 준비라는 것을 잘 하지않고, 한다해도 주일 성서대목들을 읽고는 그 내용을 일정한 “주제”로 요약한다. 그리고는 더이상 성서본문의 문맥과는 상관없이, 따라서 성서본문을 더이상 인용하는 일조차 없이, 그 주제를 가지고 나름대로 전개시켜 나간다…이렇게 해서 이야기의 대가이신 예수님이 아주 맥없는 목소리로 빈약하기 그지없는 윤리적 훈계나 하고있거나, 생기없는 장광설을 늘어놓는 인간으로 전락하시고만다…(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말씀의 엄청난 힘을 추상적 산술쯤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방향에서, 이제는 저의 조그만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1990년 주교가 된 이래 저는 매일미사에 나오는 성서대목들을 모두 외우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제가 강론할 때에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여금 스스로 말씀하시게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면 듣는 이들은 아주 잘 알아듣고, 하느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게된 것에 대해 매우 행복해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 자체가 사람들을 구원합니다. 제가 아는 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신 방법도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성서의 말씀을 외우면, 하느님 말씀을 듣는 자세에서 왜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의 모범이 되시는지를 더욱 잘 깨닫게 됩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이새겨 오래 간직하였다”(루가 2,19). 이 복음말씀을 들으면, 우리는 그분께서 하느님 말씀을 깊이새겨 오래 간직하기 전에, 먼저 그것을 외우셨다는 것, 그리고 깊이새겨 오래 간직하였다는 것은 그 말씀을 마음 속에서 오랫동안 여러번 외우고 되새김질 하심으로써, 음식을 오래씹어 삼키면 그것이 우리 몸을 이루듯이, 마리아의 온 존재속으로 그 말씀이 깊이 소화되어 들어가 그분과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마리아께서는 당신의 마음을 말씀의 도서관으로 만드셨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하느님 말씀이라는 씨앗을 받아 잘 자라게하는 좋은 토양으로 만드셨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두 가지가 시급히 요청된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첫째, 미래와 현재의 사제들을 위한 양성안 속에 일정량의 성서 외우기를 넣읍시다.
둘째, 훌륭한 성서적 강론을 위해서 사목자용 구체적 지침서를 만듭시다.
우리가 그렇게만 한다면, 그것은 사목자들을 하느님의 무기로 무장시키는 셈이 될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바오로사도께서 에페소서에서 언급하신 여섯가지 하느님의 무기들 가운데(에페 6,10-18)에서 유일한 공격무기인 성령의 칼, 곧 하느님의 말씀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특별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저는 속 깊이 확신합니다. 그렇게 될때, 교회는 확실히 새로운 봄을 맞이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