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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환경과 4대강사업에 관한 이병호 주교 기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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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7-07 00:00 조회3,2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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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전주교구 계간지 <쌍백합> 2010년 여름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지구 - 무한한 우주공간을 외롭게 항해하는
그 조각배를 생각하며


1. 이것은 달에서 본 지구의 모습입니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천체라면 해와 달, 그리고 까마득하게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별만을 보고 살던 우리 인간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가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모습을 처음 본 다음부터, 세상을 보는 우리의 생각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우리의 이 땅도 외계에서 보면 달처럼 떠올랐다가 지는 우주 속의 작은 천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그런데 해와 달과 별을 품에 안고 있는 우주는 너무나 광대해서 크기의 단위도 보통 은하계로 통합니다. 우리가 속한 은하계만 해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가로질러 가는 데에는, 1초 동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도는 빛으로도 10만 년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우리 태양 정도의 별은 천억 개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은하계가 또 천억 개나 있다니 그 모두를 품고 있는 우주의 크기는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무한한 공간 속에서 생명체가 있고, 더구나 인간과 같은 고등 생명체가 있는 곳은, 지금까지의 과학이 아는 한, 이 지구 말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광대한 우주 공간은 칠흑처럼 까맣습니다. 거기에서 지구만 찬란한 색깔을 한 보석처럼 빛납니다. 우리는 인간을 싣고 달까지 간 로켓트와 우주 공간에 띠워놓은 천체망원경 덕택에 그런 모습을 일상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구가 이렇게 파란 보석처럼 빛나는 것은 생명이 거기 있음을 말해줍니다. 

모든 생명체들, 그리고 그 맨 꼭대기에 우리 인간을 태우고 있는 지구는 무한한 우주 공간을 외롭게 항해하고 있는 조각배입니다. “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 1,31)고 성서는 말합니다. 그런데 이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너무 멀면 얼어버리고 너무 가까우면 타버립니다. 우리의 위성인 달이 지구로부터 너무 가깝거나 멀어도 조수 간만의 차이가 적절하지 않아 물의 흐름이 달라져 생태계가 지탱되지 못합니다. 거리 뿐 아니라 그 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양 지름이 달보다 400배 큰 반면, 태양은 달보다 400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는 해와 달의 겉보기 크기는 거의 같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달의 중력이 꼭 알맞게 조정되어 지구의 생명체들에게 물을 제대로 공급하는 데에 중요한 몫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의 눈에나 드러나는 현상 가운데 몇 가지 예일 뿐이고, 이 지구에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조건은 이 밖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확률로 보아서는 몇 백만, 몇 천만 분의 일밖에 안 되는 요인이 용케 맞아떨어지고, 그런 요인들이 또 수 없이 많이 모여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환경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어떤 과학자는 이 놀라운 현상을 보고 <우주가 터트린 대박>(폴 데이비스)이라고 불렀습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일들이 하나 둘도 아니고 그렇게 많이 모여 생물이 살아가고 인간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이루어진 것 자체가 기적처럼 놀랍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지구에 있는 수백, 수천만의 생물들은 하나의 줄로 이어져 있어서, 그 고리 가운데 어떤 것이 끊어지면 나머지도 큰 위협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추세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안에 생물종의 3분의 1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과학자들의 예측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를 위협하는 까다로운 병들에 대한 약은 거의 모두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명체 속에서 얻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생물들이 사라지면, 앞으로 어느 날, 정말 무서운 병이 발생했는데,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비밀을 간직한 생물이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다음이라면, 그 병을 저지시킬 방법을 영원히 찾을 수 없고,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희생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과 다른 생물들 사이의 끈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말해주는 수많은 예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이렇게 보면, 프란치스코 성인이 생각하신 것보다 훨씬 더 물리적인 의미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같은 생명줄로 이어진 형제자매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생명체들과 우리 인간을 태우고 있는 이 작은 배는 너무나 아슬아슬한 모습을 하고 항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위의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이 배는 산산조각이 나거나 타거나 얼거나 말라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배를 사랑하고 잘 돌보아주어야 합니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조각배에 몸을 싣고 항해하는 뱃사공이 자기 목숨이 걸려있는 배를 아끼고 돌보지 않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 그런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탐욕스런 인간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원시림을 파괴하고 숲을 없애고 바다를 메우고 산하를 파헤칩니다. 그래서 눈앞의 이익에 눈이 먼 인간들은 코앞의 편의를 위해서 자신이 타고 있는 배에서 널빤지를 떼어내 장난감을 만들고 있는 형국을 연출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인류는 제가 더럽힌 공기, 물, 파괴한 생태계 때문에 모두 멸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태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미 때가 늦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정신이 제대로 든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인류가 함께 타고 있는 배를 구하는 일에 모두 마음을 써야 한다며 이 일에 뛰어들어 외치고 있습니다. 서양 여러 나라들이 장비가 덜 발달했던 옛날에 만들어져서 규모가 별로 크지도 않은 댐을 헐고 보를 철거해서 자연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등, 그렇게나 많은 비용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때 미국의 부통령이었다가 지금은 지구 살리기의 전도사로 나선 엘 고어를 중심으로 만든 영상물 <불편한 진실>은 수많은 예 가운데 하나입니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그 제목이 잘 말해주듯이, 지구와 거기 살고 있는 생물들이 놓여있는 큰 위험을 정확히 보고 알면, 우리 마음은 불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의 이익이나 편리함을 포기하고 불편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우리가 그런 불편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우리 자신의 생명이 중대한 위험에 놓이게 되고, 우리 자손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큰 불편을 겪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이상 생존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오염된 세상을 물려받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서둘러 이런 이치와 진실을 받아들이고 당장의 불편을 감수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며 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 일은 아주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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