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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환경과 4대강사업에 관한 이병호 주교 기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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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7-07 00:00 조회3,2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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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전주교구 계간지 <쌍백합> 2010년 여름호에 게재되었습니다.

3.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떻습니까?

강을 재창조하겠다며 수백, 수천만 년에 걸쳐서 자연이 만들어놓은 물길을 따라 산하를 파헤치는 굴삭기 소리. 그것은 법도 절차도 생략한 폭거이며, 이상하게 통과시켰다는 관계법령은 날치기라고 성토하는 소리. 이런 소리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2010년 3월 11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춘계 총회에서 이른바 4대강 사업에 관해 정부 특과 반대 측의 주장을 들은 다음,  이 일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그것이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을 걱정하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불교계에서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고, 4월 3일에는 기독교 목회자 1천여 명이 또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주요 종교계가 한 목소리로 4대강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그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일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그 폐해가 자연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이 훼손하여 그 영향이 앞으로 수 백 수천 년 동안 계속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 세대 뿐 아니라 앞으로 이 땅에서 살게 될 후손 대대로 그로 인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어렵거나 무슨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게 되어 있고, 흐르기 위해서는 막힘이 없고 바닥도 제대로 조성되어야 하는데, 엄청난 규모의 둑을 막고, 바닥을 파헤치면 그 자연스런 흐름이 방해를 받고 습지와 모래가 사라져 물이 정화되지 못하고 생명의 고리에서 한 부분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베네딕도 16세 교황님께서도 금년 평화의 날 담화에서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라> 고 하시며, "인간이 하느님의 협력자로 행동하는 대신에 하느님을 대신한다고 자처한다면, 인간의 지배보다 더욱 폭력적인 자연의 반란을 불러오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인류사회는 근래에 들어 기후변화, 사막화, 오염물질을 포함하는 황사, 산성비, 그로 인해 잘 썩지 않는 낙엽, 줄어드는 꽃과 열매, 산불, 홍수, 가뭄, 우리나라의 여섯 배 크기로 태평양 한 가운데 만들어져있는 쓰레기 섬과 그와 비슷한 섬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현상, 그 쓰레기를 먹은 물고기를 인간이 먹고 생기는 질병, 지구상에서 급속도로 사라져가는 여러 종류의 생물 등, 대규모로 나타나고 있는 자연의 대반격 현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이 대 반격은 그것이 무슨 생각이 있어서 인간에게 원한을 품고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께서 그것이 잘 돌아가도록 그 안에 장치해 놓으신 법칙을 어긴 데 대한 자연스런 반응일 뿐입니다. 교통법칙을 무시하고 운전을 하면 누가 그 사람을 벌하지 않아도 스스로 교통사고의 희생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과 같습니다. 중력의 법칙을 어기고 고층 빌딩에서 뛰어 내리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되신 말씀, 영원한 진리, 법칙, 이 모든 말들이 우리말에서는 이처럼 다르게 나타나지만, 성서 속에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가리키기 위해서 사용되는 로고스 곧 말씀이라는 한 마디로 나타납니다.

바로 그분께서 전 세계적으로 우리 가톨릭 교회라면 어디에서나 같이 읽고 묵상하게 되어 있는 오늘(2010.4.28.) 미사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떤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지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그를 단죄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을 단죄하러 온 것이 아니라 구원하러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배척하고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을 단죄하는 것이 따로 있다. 내가 한 바로 그 말이 세상 끝날에 그를 단죄할 것이다(요한 12,47-48). 이렇게 말씀하신 분이 죽었다가 부활하시고 성령을 보내 주신 때부터 세상 끝날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끝날에 살고 있고, 자연 속에 그 법칙, 로고스로 들어 있는 그 말씀이 그것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단죄하고 있습니다.

4. 금년은 자연 진화의 법칙을 발견한 찰스 다윈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국제연합이 세계 진화론의 해로 선포한 해입니다. 그와 동시에 금년은 생물다양성의 해이기도 합니다. 하찮은 모습으로 잠깐 날아다니다가 죽는 파리와 우리 인간이 생명체로서의 기본 암호(DNA)에서는 거의 같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만, 살아있는 것들이 근원적으로는 한 뿌리에서 나왔음을 암시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것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온갖 생물종, 그 다양성 사이를 이어주는 하나의 끈을 생각하게 하여,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넌지시 말해줍니다. 그리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진화론이 이제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받아들여야 하는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일각에서는 창조론이나 진화론이냐 하는 식으로 이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대 가톨릭교회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창조주께서는 피조물 안에 완성을 향해 갈 수 있는 능력과 경향을 심어 놓으심으로써 당신께서 이끌어가고자 하시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하신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다만, 영혼을 불어넣어 인간을 지어내시는 단계에서는 하느님께서 직접적으로 개입하셨음을 우리는 믿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믿는 하느님께서는 우주 만물과 대자연의 창조주이시기 때문에, 자연환경의 문제가 우리 신앙인에게 더욱 민감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생명의 집이라 할 수 있는 자연환경의 문제는 종교나 신념체계와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 전 인류에게 똑 같은 중요성을 띱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나 단체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4대강 사업 현장을 돌아보고 크게 걱정하며 세계적으로 연대하여 이를 저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2009년을 마감하는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지구 살리기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우리 대통령을 포함하여 100여 개국의 정상 등 192개국의 대표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또 현대과학기술을 손에 쥔 오늘의 인간이 그 힘으로 얼마나 무서운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가 확실히 드러난 오늘날, 인류 사회를 위해서 그 과학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두고 숙고하기 위해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등을 중심으로 1999년에 세계 과학 포럼이 설립되었고, 그 네 번째 회의가 2009년 11월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600여명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참여한 그 회의의 주요 결과를 의장 폐막 연설에서 간략하게 소개하였는데, 거기에 주로 두 가지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첫째, 사회정치 상황이나 주변 환경이 아무리 열악하다 해도, 과학은 그 고유의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속성상 당장의 이익이나 실용가치만을 주로 생각하게 되어있는(실용주의) 정치와는 달리, 과학은 그런 면도 분명히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과 함께, 자연을 지긋이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과 깊은 신비까지를 관조할 수 있는(관상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이 이 두 번째 특성을 포기한다면, 인간은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의 방향과 기준을 잃게 될 것이다. 과학은 정치적 행동을 규제하고 선도하며, 정치에 토대와 방향을 제공해야 한다. 반대로, 과학이 정치에 맹목적으로 협력하거나 정치세력을 확대하고 연장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은 위험을 미리 알리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과학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둘째, 오늘을 사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전 지구적으로 위기에 놓인 자연환경에 관해서 최소한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누구나 지녀야 할 윤리적 의무다.”   

지구의 한 구석에서 저질러지는 반 생명, 반 자연, 반 환경적 행위는 그 영향이 곧바로 온 인류에게 미치기 때문에, 오늘날 인류 가족의 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환경문제에 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인 자격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옳은 말입니다. 이제는 무력으로 남의 생명을 해치는 것만이 살인이 아닙니다.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오염시킴으로써 수많은 생명체와 인간이 살아가는 집인 환경 자체를 해치거나 그 생명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것은 더 심각한 살인행위일 수 있습니다. 남을 죽이지 말라는 계명은 오늘날에 와서 자연을 아끼고 잘 가꾸어,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후대의 사람들까지, 인간뿐 아니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처신하라는 명령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당신이 만드신 이 대자연을 잘 돌보고 관리하라고 맡기셨는데, 정치인, 과학자, 일반 국민 등, 우리가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마태오복음 24장에 나오는 불충한 관리인과 같은 신세가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어떤 주인이 한 종에게 다른 종들을 다스리며 제때에 양식을 공급할 책임을 맡기고 떠났다면 어떻게 하여야 그 종이 과연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주인이 돌아 올 때에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이 아니겠느냐? 그런 종은 행복하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주인은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만일 악한 종이어서 속으로 주인이 더디 오려니 생각하고 다른 종들을 때리고 술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기만 한다면 생각지도 않은 날, 짐작도 못한 시간에 주인이 돌아 와서 그 꼴을 보게 될 것이다. 주인은 그 종을 자르고 위선자들이 벌받는 곳으로 보낼 것이다. 거기에서 그는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마태 24,45-51).

창조주의 벌은 그분 말씀, 그 법칙에 따라, 자연의 대반격이라는 모습으로 이미 인류에게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4대강 사업을 중지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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