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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환경과 4대강사업에 관한 이병호 주교 기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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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7-07 00:00 조회3,4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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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전주교구 계간지 <쌍백합> 2010년 여름호에 게재되었습니다.

5.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정부가 하는 일에 왜 교회까지 들고 일어나서 반대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홍보매체들이 이 문제와 관련한 진실을 충분히 알려주지 못하고 정부 측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전해 주는 현실에도  큰 원인이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홍보 매체 가운데에는 진실을 알리려고 큰 희생을 치르며 노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예만 들어 봅시다.  

2009년 9월 8일에 방영된 MBC, PD 수첩에서는 대학 교수와 실무 분야에서 오래 일해 온  이 등,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조사연구하고, 그 결과를 <4대강 살리기의 허구>라는 제목으로 이 일에 따른 진실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서 지적된 간단한 통계만 들어봅시다. 임진강 유역에 군남 홍수조절지라는 데가 있는데, 그 토목공사는 평소의 원칙과 법을 따라 정상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같은 분야의 일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군남 공사를 <4대강 살리기>와 비교하면 이 일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우선 예산 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군남은 2,500억원, 4대강은 22조이니 백배나 많습니다. 예산의 규모는 그대로 사업의 규모와 그것이 가져올 환경적 영향의 크기를 말해주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시간도 거기에 비례해서 늘어나야 할 것은 상식입니다. 그런데 군남이 환경영향평가에 3년이 걸린데 비해 그 백배인 4대강은 4개월이 걸렸습니다. 정상적이라면 300년이 걸렸어야 할 일을 넉 달 만에 해치워버린 것입니다. 공사기간도 군남이 6년 걸렸는데, 같은 비율대로라면 600년이 걸렸어야 할 4대강은 2년에 끝내겠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여당의 어느 책임 있는 인사의 말대로, 전광석화같이 밀어붙이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몇 가지 통계만 보면 이 거대한 사업이 실제로 얼마나 번개같이 빠르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단 6개월 만에 예산은 14조에서 22조로, 보의 수는 4개에서 16개로, 수심은 1-2미터에서 4-6미터로 조정되었으니, 경부운하 계획에 대해서 국민적 반대가 워낙 거세니까, 운하에서 4대강으로 이름만 바꾸었지 실제로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1970년대 사실상의 산아제한 자유화법인 모자보건법이 입법 예고되었을 때, 우리 주교단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정부는 우리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고, 그래서 불과 한 세대만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출산율의 가장 낮은 나라가 되어, 국가의 미래 자체가 큰 위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하며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각종 지원책을 내놓지만, 한 번 바뀌어버린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양식을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만 확인하고 있을 뿐입니다. 환경문제를 두고 우리 교회와 거의 모든 종교에서 이렇게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는 데도 현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우리나라는 다시 한 번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셈이 될 것이며, 그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는 이는 없이, 거기 따른 폐해를 우리와 우리 자손이 대대로 떠안게 될 것입니다.

“내가 그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사야가 일찍이, 너희는 듣고 또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이 백성이 마음의 문을 닫고 귀를 막고 눈을 감은 탓이니, 그렇지만 않다면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아 서서 마침내 나한테 온전하게 고침을 받으리라 고 말하지 않았더냐?”(마태 13, 13-15) 예수님께서는 진리인 당신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는 당대의 지도자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도행전 끝에 보면 바오로 사도 역시 당신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당시의 지도자들에게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국자들은 진실 앞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귀를 막고 눈을 감을 뿐 아니라, 국민의 눈과 귀인 언론 매체를 손에 쥐고 자기네들의 주장만 듣고 보게 함으로써, 그들까지 눈과 귀를 멀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기의 주장에 자신이 있으면, 찬성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을 한 자리에 앉혀놓고 국민 앞에서 당당하게 주장을 펼치는 공개토론회를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전에 먼저, 앞에 언급한 에서 지적된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국민이 양 쪽의 말을 듣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6.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모든 책임자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한 편, 우리 하나 하나가 매일의 삶에서 생태계를 살리고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불편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은 시대에 우리나라가 지금 이런 일로 이렇게까지 몸살을 앓게 된 데에는 당장의 편의와 물질적 안락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선택한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양심과 신념을 존중해야 하는 종교인으로서는,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책임 있는 이들이 마음속 깊이에서부터 깨달아 잘못 들어선 길을 버리고 돌아설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어라. 나는 분명히 말합니다. 누구든지 마음에 의심을 품지 않고 자기가 말한 대로 되리라고 믿기만 하면 이 산더러 번쩍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마르 11,22-23).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으며,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또 믿습니다. 그런데 그 진리의 빛이 쳐이겨야 할 어둠과 허위의 한 자락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도 있습니다. 우리 자신도 매일의 삶에서 에너지를 낭비하거나 환경오염을 유발시키는 일을 줄이고, 이를 습관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창조주를 믿는 신앙을 실생활에서 드러내야 합니다.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고 거기에서 같은 방향의 잘못을 발견하면 그것을 먼저 고치지 않는 한, 우리는 남을 비판할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생활태도부터 고쳐나갈 때,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 대목 앞에 나오는 요한복음 12장 25절에서 예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며 영원히 살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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