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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백합 38호> 핵발전소-살 길인가, 죽을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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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ecil 작성일12-12-11 00:00 조회3,5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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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해안에서 일어난 진도 9의 지진과 그 해일로 인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4개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인류의 집단적 기억 속에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현대과학이 가능케 한 인공위성과 곳곳에 설치해 둔 카메라를 통해서 온 인류가 그 엄청난 파괴력을 현장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지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다가 서서 달려왔다”고 한 어떤 체험자의 말대로, 엄청난 물에 휩쓸려 순식간에 죽은 사람이 2만 명인데 비해, 핵발전소의 여파로 죽은 사람은 10명도 안 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당장 인간의 눈에 드러난 현상일 뿐,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가 발행하는 논문집(PNAS)에 따르면, 일본 국토의 70%가 핵발전소 폭발에서 유출된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고농도로 오염된 지역만 해도 수도 도쿄를 포함하는 반경 350km에 달한다. 이 고농도 오염지역은 그 넓이로 보나 약 5천만 명에 이르는 인구로 보나, 현재의 대한민국 전체와 맞먹는 규모다. 다른 말로 하면, 그런 사고가 우리나라 어딘가에서 터진다면, 대한민국은 그날로 사실상 살 수 없고 살아서는 안 되는 땅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후쿠시마에서 250km 떨어진 도쿄에서 기준치의 몇 갑절에 이르는 공간방사능이 측정되고 있으며, 수돗물에서는 세슘이 검출되었다. 도쿄보다 더 멀리 떨어진 시즈오카 지역 세계적으로 알려진 차밭에서는 세슘 오염으로 인해 찻잎 수확을 포기하였고, 2011년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쌀도 같은 이유로 폐기처분 되었다.

해일로 인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2만 명이지만, 핵발전소 폭발로 인해 유출된 방사능 때문에 기형아를 낳는다든지 암에 걸리게 될 사람은 최소 백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욱 무서운 일은, 이번에 사고가 난 후쿠시마 핵발전소 1, 2, 3, 4호기에서 유출되는 핵물질뿐 아니라, 3, 4호기에 딸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는 원자로보다 네 배 이상이나 되는 사용후핵연료가 물탱크 속에서 냉각되는 도중이었는데 그 물이 지진으로 인해 새어나갔고, 그 때문에 핵연료봉이 녹아내려 수소폭발이 일어났으며, 거기에서도 막대한 양의 방사능 물질이 지구환경으로 흩어지는 중인데 현재로써는 이를 멈출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방사능 물질은 태평양 건너 미국의 목초지와 우유까지도 오염시키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인접해 있는 한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어서 우리나라 공기 중에서 방사성 세슘과 요오드가 검출되었다. 


이상은 2012년 7월 19일 전주교구 사제 월례 묵상회에서 초청한 동국대 의대 미생물학 담당 김익중 교수의 강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이후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반핵의사회 공동위원장으로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김 교수의 강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계속해서 그분의 강연 요지를 살펴본다. 

우선, 우리나라의 핵발전소에서 대형 사고가 날 확률은 얼마나 되나? 이와 관련해서 정부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홍보매체를 통해서 늘 주장하는 확률은 백만분의 1이다. 이것이 사실인가? 지금 전 세계에는 핵발전소가 447개가 있는데 일본의 후쿠시마, 구 소련의 체르노빌, 미국의 스리마일을 비롯해서 6개의 핵시설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니 핵발전소 한 개에서 대형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백만분의 1이 아니라 약 80분의 1인 1.34%라는 것이다. 이것을 지금 우리나라에 이미 설치된 핵발전소 23개로 계산하면 사고가 일어날 개연성은 27%가 되고, 현 정부가 계획하는 대로 2022년까지 42기로 늘리기로 하면, 그 확률은 다시 약 43%로 올라가는 것이다. 

핵발전소 가운데에서도 오래된 것일수록 사고발생 확률이 늘어나는 것은 자동차, 세탁기 등 모든 기계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며 상식이다. 후쿠시마에 설치된 10기의 핵발전소 가운데에서 같은 해일을 당하고서도 사고가 일어난 것은 모두 30년이 넘은 노후한 것들뿐이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그 나이 순서에 따라 1, 2, 3, 4호기가 폭발했다는 사실이 핵발전소의 나이가 핵사고의 원인임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후쿠시마 사태를 겪고 나서 독일은 17개의 핵발전소 가운데 나이순으로 7개를 이미 폐쇄하였고, 나머지 10개도 11년 내에 모두 폐쇄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세운 제4차 원자력 진흥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안에 핵발전소 10곳을 더 건설한다는 구상뿐 아니라, 국내 모든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할 방침까지 세워놓고 있다. 또 대부분의 핵발전소 출력을 증강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 기계를 상식보다 더 세게 돌리겠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핵발전 사고가 난 지 26년이 지난 오늘까지 주변의 상당히 넓은 지역은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땅으로 남아있고,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반경 30km 안에 살던 15만 명은 지금 전쟁피난민처럼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 하나는 자기네가 마치 패전국의 국민이 된 듯하다고 했다. 그러나 고전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에서는 지더라도 복구에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전쟁이 끝나면 바로 그 지역에 들어가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방사능이라는 보이지도 않는 세력에 점령당한 지역은 인간의 수명을 고려할 때, 자신이 되돌아가 살 날이 올 가능성조차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전은 주변 30km 이내에 사는 인구가 고리원전 322만, 월성원전 109만 등 상식인이라면 깜짝 놀랄 장소에 세워져 있다. 그리고 2012년 2월 9일 오후 8시 34분께 고리 1호기의 발전기 보호계전기를 시험하던 중 외부 전원 공급이 끊어지고 비상 디젤발전기까지 작동하지 않아 발전소 전원이 12분 동안 들어오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핵발전 전문가는 이를 두고 “후쿠시마 상황까지 갈 수 있었던 총체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한수원이 이 사실을 국민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상부에조차 알리지 않고 숨기다가 한 달도 넘은 지난 3월 12일에야 보고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당국은 여름철 전력 수요 폭증을 틈타 2012년 8월 6일 이 말썽 많은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였다. 이런 감각을 지닌 사람들의 손에 맡겨진 일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후쿠시마 원전 피난민 가운데 한 명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경제대국 일본, 기술입국 일본을 자랑하고, 모든 나라들이 일본으로부터 배우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핵발전소 폭발 하나로 한 나라가 수백, 수천 년 동안 쌓아올렸던 탑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가? 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하면, 국토의 크기에 비해 핵발전소 밀집도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한민국이 2024년이 되면 지상에서 제일 위험하고 불안한 나라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현재 우리나라 다음으로 핵발전소 밀집도가 높은 벨기에는 탈핵을 결정했고, 대만은 현존하는 것 6개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50여 기에 달하는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런데 일본 총리가 올 여름 전력 부족을 이유로 서부지역에 있는 원전 2기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하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와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등 저명인사들이 주도하여 17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대 시위가 2012년 7월 16일 도쿄 중심에서 벌어져 모든 원전의 완전 폐쇄를 요구했다. 유럽에서 핵발전소가 많기로 유명한 프랑스도 정권 교체와 함께 그것을 줄일 계획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에서 탈핵을 결정하거나 핵발전소 밀집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아가고 있는데, 유독 대한민국만 이 위험한 길을 혼자, 그것도 2등과 벌어지는 엄청난 거리를 자랑스럽다는 듯이 고집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핵재처리를 해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계획도 현 정부의 원자력 진흥 정책 속에 들어있는데, 이때에도 한미원자력협정을 피해가기 위함인지 몰라도, 그 추출 방식 가운데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하여 미국과 프랑스도 시도하다가 포기한 것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말한다. “이런 위험천만한 시도를 하는 정부를 보면 정말로 ‘미쳤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여기서 김 교수는 또 흥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핵폐기장 설치 계획이 현지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여러 곳에서 무산되자 당시 정부는 엄청난 특혜를 덧붙여 그것을 받아들일 지자체를 찾았다. 그러다가 2005년 주민투표를 거쳐서 90%에 육박하는 지지를 보인 경북 경주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 경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는 뜻밖이었다. 원전의 위험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원전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동안 당국과 주요 매체가 계속 쏟아내는 부정확한 주장을 그대로 믿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우선 핵발전에 따르는 위험에 관해서 알아보자.

지금 지구상에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저장할 시설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유일하게 핀란드에서 그런 시설을 건설 중인데, 그 장소가 대단히 견고한 바위로 되어 있는 높은 산이어서 외부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지하수가 유입해 들어오지 못할 곳이다. 그런데 경주에 건설 중인 방폐장은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처음부터 분명한 곳에 지어진다. 그렇게 부적합한 곳이기 때문에 부지조사 결과가 4년 동안이나 비밀에 부쳐졌었고, 2009년 공사기간 연장을 발표한 후 처음 공개되었는데 대단히 부적합한 곳임이 드러났다.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현장에 매일 5천 톤이 넘는 지하수가 흘러들고 지반이 연약해서 공사기간은 세 번이나 연기되었다. 그렇게 어렵게 공사를 완성한다 해도 사태는 더욱 심각해서 경주 방폐장은 모든 방사능이 유출될 것이 확실하다는 것은 원자력안전기술원 스스로 확인해 준 바가 있다. 그런데도 공사를 강행하면서 내세우는 근거는 이 한 마디다. “사일로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더라도 이 방사능이 동해로 흘러서 막대한 양의 바닷물에 희석되므로 이 바다에서 생산된 식품을 통하여 우리 국민이 피폭되는 방사능의 양은 <기준치> 이하가 된다. 그러므로 안전하다.”

그러면 우리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자주 듣는 방사성물질의 <기준치>라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이 말을 들으면 우리는 마치, 댐을 건설해서 저수지를 만들어 놓은 다음에는, 비가 많이 와도 일정한 수위를 넘지 않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할 때처럼, 어느 정도까지는 아무런 해가 없다가 그 경계선을 넘으면 그 때부터 문제가 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방사능과 관련해서 그런 의미의 기준치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인정된 적이 없으며, 그럼에도 계속 사용되는 그 표현은 핵과학자들이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설정한 수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사능 물질에 관한 한 극소량에서부터 이미 해로운 역할을 하기 시작하여 수치가 올라갈수록 그 해악이 늘어난다. 그것이 당장에 나타나지 않아도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다. 실제로 1986년에 일어난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 약 10년 뒤부터 특히 암, 그 중에서도 여성의 갑상선암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유방암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방사성 물질은 특히 여성, 어린이, 태아를 집중적으로 공격함으로써 그 반생명적 특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생명을 그 원천에서 공격하여 죽음의 세계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죽음의 사자와 같은 존재다. 플루토늄이라는 말이 그리스 신화의 플루토에서 나왔고, 플루토는 지옥의 신을 의미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사람을 죽여 지하세계로 끌고 가는 그 역할과 이름이 기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가장 싸고 그것과 경쟁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다는 말은 사실인가? 이른바 선진국에서 시작된 핵발전소의 건설이 한창이던 동안에는 이런 식의 주장이 그럴 듯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서 대체 에너지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최근 들어 이 추세가 뒤바뀌고 있다. 그래서 미국 듀크 대학 교수들의 연구를 근거로, 태양광 발전 한 가지만 예로 들면, 1990년대 말 태양광발전 원가가 30을 넘고 2000년대 초 핵발전 원가는 약 5에 불과했는데, 2010년에 가까워지면서 태양광 발전 원가와 핵발전 원가가 17정도에서 서로 비슷해지다가, 그 해를 기점으로 태양광발전 원가가 계속 낮아지기 시작하여 2020년에는 약 4로 떨어지고 핵발전 원가는 약 33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단순한 공상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의 나라들이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완전 폐쇄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유럽에서도 약 반수에 해당하는 나라들이 핵발전소 없이 살아간다. 그리고 1954년에 최초로 지구상에 등장한 핵발전소는 1980년대 후반 이후 그 수가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오히려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는데, 후쿠시마 사태 이후 더욱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으로 대체 에너지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풍력은 매년 20% 이상, 태양광은 매년 50% 이상 커가고 있다. 그래서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이 현재 미국에서는 11% 이상, 유럽에서는 20-70%에 이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독일은 대체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에 비해 태양광이 30% 이상 많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에다, 특히 서해안의 수심이 얕아서 해상에 풍력시설을 설치하기에 매우 이상적이다. 이런 식으로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는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재생 가능 에너지 비율은 1%도 안 되고, 경제개발협력기구 가입 국가 중 최근 2년 동안 그 비율이 오히려 줄어든 나라로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핵발전소는 어느 모로 보나 이제 지구 전체에서 폐기처분해야 할 물건이며, 한 번 사고가 크게 터지면 나라 전체가 황폐화 되고 방사능 물질이 완전히 소멸되려면 그 종류에 따라서 몇 십 년에서 몇 백, 몇 천 년, 나아가 십만 년까지 소요되는 괴물이다. 십만 년이면 호모 사피엔스 곧 현생 인류와 같은 인종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의 시간 전체를 가리키는 기간인데, 개인으로서는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의 수명에 비추면 거의 영원이라 할 수 있는 세월이다. 인간이 오늘날 핵력을 잘못 다루면, 그 엄청난 세월 동안 인류와 생명계 전체는 그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핵발전소를 새로 짓거나 이미 수명이 다한 것을 무리해서 사용한다는 생각은 고사하고, 지금 지어져 있는 것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과제조차 기술적으로나 거기 들어가는 비용 면에서 볼 때 너무나 무거워서 지구상 어떤 나라도 완벽하게 해결한 예가 없다.

사리가 이런 데도 우리 정부는 세계의 큰 흐름과는 정 반대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핵발전과 관련해서 법에 정해진 정도의 정보조차 국민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 방사능에 피폭되어 사람이 죽은 경우를 포함한 650여 건의 사고도 너무나 자주 은폐하는 관계 당국의 행태로 볼 때, 믿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국민의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나의 정권은 선거에서 다수 국민의 표를 얻어 탄생한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를 잃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국민의 가치관과 판단력이다. 내일은 어떻게 되든 오늘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해 주기를 원하는 국민이 다수라면, 인류는 그만 두고 한 나라의 미래도 없다. 그런데 신앙인은 영원을 계산에 넣고 사는 사람이다. 당장은 고통스러워도 나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참으로 유익한 일이라면 그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참으로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그런 뜻에서 일찍이 장자도 “자기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살지 못하고,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生生者생생자 不生불생, 殺生者살생자 不死불사) 고 하지 않았던가!

쌍백합 편집진에서 글을 부탁하며 알려온 대로, “선교”를 특별 주제로 한 이번 호의 취지를 생각하면 당연히 거기에 어울리는 글을 써야 했다. 더구나 금년 10월에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로마에서 세계 주교대의원회의가 열리고 거기에 본인도 참석할 예정이며, 같은 기간인 10월 11일에 참석 주교들과 함께 교황님께서 장엄하게 “신앙의 해”를 선포하게 될 것을 감안하면, 이 주제야말로 가장 시의적절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태를 보고 경향잡지에 거기에 관한 글을 쓴 이래, 이 문제가 늘 마음 속에 큰 자리를 차지해 온 터인데, 이번에 김 교수님의 강연을 들으며, 이보다 더 심각하고 시급한 일은 없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나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한 잘못에다가, 창조주 하느님 앞에 더 할 수 없는 죄를 짓는 셈이 될 수밖에 없겠다는 마음과 함께였다.


선교, 혹은 복음화란 도대체 무엇이며, 기쁜 소식이란 어떤 것인가?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4,18-19). 그리스도이신 주님에 따르면, 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눈먼 사람들에게 볼 수 있는 눈을, 억눌린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 그것이 기쁜 소식이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복음선포의 사명을 띠워 파견하실 때에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가서 하늘나라가 다가 왔다고 선포하여라. 앓는 사람은 고쳐 주고 죽은 사람은 살려 주어라. 나병환자는 깨끗이 낫게 해 주고 마귀는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 7-8). 사람이 몸과 마음에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해결해 주어,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이 복음이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 예수님의 이 말씀이 그 모든 것을 잘 표현한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의 생명 있는 것들과 인간을 만드시기 전에, 그들이 살아갈 공간과 먹고 살 온갖 식량을 마련해 주셨다. 대자연은 그 자체가 생명계 전체의 <집>oikos이고 그래서 생태환경을 의미하는 말은 본래 <집에 관한 논의>oikologia-ecology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 집 자체가 무너지거나 오염되어 동식물과 사람이 살 수 없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것을 만드시고 그 정점에 당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을 지어내신 창조주께서 이루신 일 자체를 파괴하고, 그런 의미에서 그분께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반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모든 생물을 비롯하여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사태에 눈을 감고 몇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는 2012년 12월 19일에 새 대통령을 뽑을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우리는 지구상에서 아직도 이념으로 분단된 채 그대로인 단 하나의 나라라는 슬픔을 씻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나라와 후세의 먼 미래, 특히 핵발전소와 관련해서 분명한 탈핵을 공약으로 채택하고 그것을 반드시 지키는 정당과 개인을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는, 우리 자신과 후대를 위해서 생명과 죽음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뜻에서, 옛날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셨던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 더 없이 현실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하늘과 땅이 점점 심하게 오염되어가고 있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너희 후손이 잘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신명 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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