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3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교회는 제40차 세계 젊은이의 날을 기념합니다. 이날 교황 레오 14세께서는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나를 증언할 것이다.”(요한 15,27)라는 복음 말씀을 주제로 삼아 담화를 발표하셨습니다. 예수님과의 깊은 우정을 통해 복음을 담대히 증언하도록 젊은이를 초대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초대는 단지 젊은이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해당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복음을 땅끝까지 증언하도록 파견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강생 사건을 통하여 모든 거리를 좁히시며 우리를 만나러 오셨습니다. 실제로 강생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찾아 나서시고, 언제나 우리를 만나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희망과 함께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멀리서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찾아오심으로써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느님께서는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5)고 말씀하시며, 당신과의 돈독한 만남과 우정 안으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그런데 이 만남과 우정은 우리의 존재 전체를 새롭게 하는 은총의 사건이기 때문에, 그분을 제대로 만나는 사람은 결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쁨에 넘쳐 그분을 증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과의 만남과 우정을 널리 확산시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희망이시고 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젊음이십니다. 그분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이 젊게 되고 새로워지며 생명으로 충만해집니다”(『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항).

 그렇습니다. 젊음은 단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워지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젊음이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사람은 젊게 되고 생기에 넘치게 됩니다. 영원한 젊음의 비결은 바로 살아 계신 그리스도와 만나 우정을 나누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를 만나는 사람은 다양한 차원의 만남을 더욱 추구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어디에나 살아 계시고, 우리는 그분을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곧 우리는 그분을 자연 안에서, 이웃 안에서 그리고 가난한 형제 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특히 젊은이들 안에서 그분을 만날 수 있는데, 이러한 만남을 통해 교회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더욱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창의성, 그리고 진리를 향한 갈망은 교회를 젊게 하고, 복음의 새로움을 증언하도록 늘 일깨워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항, 38항).

 우리 전주교구는 2027 WYD 전주 교구대회를 ‘만남’이 펼쳐지는 장으로 준비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교구를 찾는 모든 젊은이가 하느님의 사랑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하나 됨의 신비를 누리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이러한 희망은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찾아오신 것처럼, 우리 또한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환대하며 함께 머무는 삶을 살아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2027 WYD 전주 교구대회는 만남의 은총을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그 은총을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열거할 수 있습니다.

 ① 순례자와의 만남

 WYD를 향해 모이는 모든 이는 순례자입니다. 순례자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순례의 여정에서 하느님과 이웃, 그리고 자신을 새롭게 만나게 될 것입니다. 순례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하느님 안에서 친교와 일치를 체험할 것입니다. 이는 교회가 세상 안에서 함께 걷는 순례의 공동체임을 드러낼 것입니다.

 ② 순교자와의 만남

 우리 전주교구의 순교자들은 목숨을 바쳐 복음을 증언한 하느님 사랑의 증인들입니다. 그분들의 생생한 신앙은 우리 교구의 모든 성지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지를 방문하여 순교자들과 만남으로써, 단순히 과거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다시 복음을 선택하라는 목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③ 가정교회와의 만남

 교구민 가정이 홈스테이를 통해 순례자를 맞이하면, 그 집은 그야말로 ‘작은 교회’가 됩니다. 일상의 환대와 식탁의 나눔을 통해 신앙은 한층 더 깊어지고 사랑은 더 커질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제자들과 함께 머무시며 사랑을 나누셨듯이, 우리의 가정도 그분과 그분의 사랑이 현존하는 자리가 됩니다.

 ④ 보편교회와의 만남

 WYD는 교회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체험하는 자리입니다. 국가와 언어, 문화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믿음을 고백하고 친교와 일치의 기쁨을 나누는 순간, 우리는 교회가 하느님 안에서 하나임을 체험할 것입니다. 이러한 체험에서 우리는 교회의 보편적 일치를 한층 자각하게 될 것입니다.

 ⑤ 한국 전통문화와의 만남

 전북특별자치도는 전통문화를 훌륭하게 계승한 가장 한국적인 고장입니다. 우리 고장이 품고 있는 유형무형의 문화유산 안에도 복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로서 분명 선한 것과 참된 것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문화유산은 선 자체이신 하느님에게서 비롯되고 또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순례자들은 이러한 전통문화 체험을 통해 하느님의 흔적과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⑥ 아름다운 자연과의 만남

 산과 들, 강과 바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우리 고장의 아름다운 자연은 창조주 하느님을 만나고 찬미하게 합니다. 자연은 하느님의 손길이 깃든 삶의 터전입니다. 전주교구를 찾아온 순례자들은 자연 안에서 창조의 신비와 하느님 사랑의 손길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⑦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

 모든 만남의 중심이며 완성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순례의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한 분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바로 그 모든 것들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이 길로 나서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우리는 그분께서 언제나 그곳에,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심을 깨닫게 됩니다”(『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25항).

 세계청년대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신앙의 순례요, 복음화의 여정’입니다. 이 여정은 하느님께서 우리 삶을 새롭게 하시려는 사랑의 초대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기쁨을 만끽하며 변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셨듯이, 우리도 먼저 이웃에게 다가서야 합니다. 이러한 만남 안에서 우리는 더 젊어지고, 우리 안에서 복음의 기쁨은 새롭게 타오를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영성을 실천할 때, 우리의 마음은 주님의 가장 아름다운 은총에 더 활짝 열리게 됩니다. 바로 그 열린 마음이 기쁨의 원천이 됩니다”(『복음의 기쁨』, 272항).

 그러므로 저는 2027 WYD 전주 교구대회가 ‘만남의 학교’가 되기를 빕니다. 기도와 봉사, 환대와 나눔, 경청과 존중 안에서 우리 교구가 하느님의 젊음을 온전히 누리기를 빕니다. 이를 위해 모든 본당은 열려 있는 성전이 되어야 하고, 모든 가정은 순례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집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순례자들은 교회의 따뜻한 품을 느끼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당신과 만나도록, 우리 서로 만나도록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특히 순례자들을 만나기를 바라십니다. 이러한 초대에 응답하는 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도입니다. 2027년 우리를 찾아올 국내외 순례자들과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 이를 위하여 날마다 정성껏 묵주기도를 바칩시다. 각 본당에서 진행하는 ‘순례자를 위한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 운동’에 교구민 전체가 한마음으로 동참합시다.

 둘째, 홈스테이 봉사가정 참여입니다. 순례자를 집으로 맞이하여 음식을 나누고 대화를 나눌 때, 우리의 가정은 사랑이 머무는 작은 교회가 됩니다. 이러한 따뜻한 환대가 우리 교구에 신앙의 기쁨을 배가시키며, 하느님의 사랑을 새롭게 드러낼 것입니다.

 셋째, WYD 봉사자 양성교육의 참여입니다. WYD는 일부 젊은이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교구 전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신앙의 축제입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역량에 따라 기쁘게 봉사합시다. 본당에서, 거리에서, 행사 현장에서 나누는 우리의 미소와 손길 하나하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생생하게 전할 것입니다.

 우리의 만남이 서로를 일으켜 세우고, 그 만남을 통해 교회는 젊어지며, 이 세상은 하느님의 평화와 사랑으로 새로워지기를 빕니다. 이러한 여정이 성모님의 도움과 전구로 아름다운 열매를 풍성하게 맺기를 기도합니다.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