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성탄 메시지
본문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오랫동안 구세주의 탄생을 간절히 기다려왔습니다. 드디어 오늘, 천사는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0-11).
이 소식은 일찍이 베들레헴의 목자들이 들었던 메시지이며, 오늘 우리가 듣는 메시지입니다. 아울러 전 세계의 수천만 명의 그리스도인이 듣는 메시지입니다. 이는 우리의 삶 한가운데, 특히 우리의 어둠 속에 전해지는 메시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구원자를 보내셨고,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이 바로 그분이십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메시지로 인해 용기와 힘을 얻었을까요? 소수인으로 살았던 초대 그리스도인이 힘을 얻었고, 여러 이유로 박해를 받으며 구원을 희망하는 사람이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죄악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도 크나큰 기쁨을 얻었고, 차별과 혐오, 폭력과 테러, 내전과 전쟁 등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도 힘을 얻었습니다.
이 메시지는 분명 지난 2000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사람에게 힘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제는 우리에게 맞닿기를 바랍니다. 곧 우리도 구유의 아기 예수님을 온전히 받아들여 용기와 희망과 기쁨을 얻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이 친히 사람이 되신 이유는 너무 분명합니다. 그것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시기”(요한 3,16) 때문입니다. 그분은 정말 우리를 사랑하시고, 지금 우리의 삶이 어떠하든, 예외 없이 우리 모두를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시고,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십니다.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임마누엘이시기 때문입니다(마태 1,23 참조). 그분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의 삶에 동행하십니다.
사실 우리 인간에게는 하느님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분의 빛과 사랑과 보살핌이 매우 필요합니다. 오늘날 우리 세상은 아직 어둡고, 이천 년 전과 마찬가지로 평화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구 곳곳에서는 분쟁, 테러, 내전, 전쟁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피난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물질주의, 극심한 개인주의, 상대주의도 만연하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갈등과 대립, 불신, 차별, 혐오 등이 팽배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적 결속력은 이른바 포퓰리즘과 가짜 뉴스로 인해 침식되고 있고, 보편적인 진리보다는 폐쇄적이고 자극적인 공격적인 민족주의가 그 세력을 넓히고 있습니다(「모든 형제들」, 11항 참조).
이러한 어두운 세상과 우리의 어둠을 환히 비추기 위해 하느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이를 두고 요한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 그런데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에게는 유일무이한 특별한 신비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 아기가 하느님의 영원하신 아드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분은 “참하느님이시며 참사람”(「가톨릭교회 교리서」, 464항)이십니다. 그러기에 그분이 오신 것은 편협한 사상이나 이념을 퍼뜨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호의와 인간애”(티토 3,4)를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곧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원하시기”(1티모 2,4)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기 예수님은 우리 모두에게 곧 인종과 성별과 지위 등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사랑과 구원을 베푸십니다. 그분의 사랑은 모든 사람을 포용합니다. 그분은 올바른 삶에도 오시고 무질서한 삶에도 오십니다. 그분은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에도 가난한 식탁에도 오십니다. 그분은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오시며, 당신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오십니다. 그분은 모든 사람에게 다가오십니다.
하지만 그분은 특히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사 9,1)에게 더 가까이 오십니다. 슬픔, 걱정, 절망 등에 빠진 그들이야말로 밝은 빛이 더욱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아기 예수님은 외로운 사람을 포용하시고, 병상에서 신음하는 환자, 직장을 잃은 실업자,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십니다. 이렇게 세상의 모든 걱정과 곤경마저 껴안으시기 위해 그분은 들판의 마구간에서 가난하게 태어나셨습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 하느님은 우리 각자에게 오십니다. 당신의 빛으로 우리의 어둠을 비추시기 위해 오십니다. 아무도 이 빛을 끌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습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이 빛은 모든 위기에 대한 해답이며, 우리의 기원이며 목적입니다. 그러니 이 빛에 가까이 다가갑시다. 이 빛으로 여러분 자신을 밝히시길 바랍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를 가득 누리는 성탄절이 되시고, 복된 새해를 맞이하시길 빕니다.
2025년 성탄절에
전주교구장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