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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사목교서 -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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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1코린 12,12)

1.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구 설정 70주년이 되는 2007년이 밝아왔습니다. 이때를 뜻 깊게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오래 전부터 기도하고 희생하며 준비해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일의 하나가 가톨릭센터 신축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제단과 교구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 이 역사적인 일이 이제 마무리되었습니다.


“교회와 인류의 역사를 이끄시는 하느님 아버지, 순교자들의 선혈 위에 세워진 우리 교구가, 그분들의 숨결이 감도는 땅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려 하나이다. 한국 최초의 방인 자치 교구로서, 온갖 어려움을 꿋꿋이 헤쳐온 지난 세월에서 주님의 손길을 돌아보며 비오니, 우리가 시작하는 일이,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돌들을 모아 벽을 이루고, 기와들을 모아 지붕을 만들어갈 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성전을 이루는, 살아있는 돌이 되게 하시고, 수많은 자재들이 모여 하나의 집을 이루듯,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하나가 되게 하소서.” 이렇게 기도해 온 우리의 소망이 마침내 실현된 것입니다.


제 우리는 교구청을 새 장소로 옮기고 교구청과 여러 특수 분야에서 일하시는 신부님들의 숙소도 그곳으로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각종 사도직 및 신심단체의 사무실도 대부분 같은 장소에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애초에 교육문화관의 역할을 할 건물을 함께 계획했었으나 건축비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하는 등의 어려움 때문에, 이 건물은 다음 단계에 마련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존 가톨릭센터의 건물을 우선 사용하고 새로 지어진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면 앞으로 얼마 동안은 큰 어려움 없이 교구의 여러 가지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교구설정 70주년을 기해서 교구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터전을 일단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여 주신 신부님들과 교구민 그리고 교구 밖에서까지 협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사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는 개인의 삶이나 공동체의 역사를 당신의 손길로 인도하십니다. 특히 어떤 어려움을 헤치고 나갈 때나 시간의 큰 마디를 통과할 때 우리는 그것을 더욱 절실히 느낍니다. 예수님께서 오신 때를 기점으로 계산한 역사에서 세 번째 천년기를 맞이하던 2000년은 인류와 교회의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그 해를 대희년으로 선포하고, 그 이전 여러 해 동안의 세심한 준비를 거쳐서 그 은총의 “때”를 맞이하게 하였습니다. 그 준비의 하나가 대륙별 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의 개최였습니다. 아시아 시노드는 1998년 4월부터 5월까지 약 한 달 동안 로마 교황청에서 열렸었습니다. 여기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으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아시아인으로 육신을 취하셨다”(아시아 시노드 후속문헌 <아시아 교회 1항>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세계 대종교들이 대부분 여기서 생겨났을
만큼 영적으로 대단히 비옥한 이 대륙에서 그리스도를 제대로 전하기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였습니다.


세주께서 아시아인으로 태어나셨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인류의 60% 이상을 거느리고 있는 이 거대한 대륙이 복음화의 면에서는 어떤 대륙보다 떨어져 있다는 현실을 돌아보며, 200여 시노드 참석자들은 각기 자신의 지역 형편과 상황에 비추어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두고 전체 회원과 교황님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였습니다. 다른 주교들의 발표를 들으며, 우리나라가 복음전파의 과제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축복받은 땅인지를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극소수의 몇 나라를 제외하고, 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직접 복음을 선포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선교사 한 분이 일생에 걸쳐서 단 한명에게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는 사례도 있는 것입니다.


시아 대륙의 이런 일반적인 환경과 크게 다른 우리나라의 사회와 교회 상황을 생각하며, 저는 시노드에서 우리 나라 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상호 존중과 보완적 역할의 중요성” 을 강조하였습니다. 한국 교회의 이 각 구성원들이 각기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은 과제는 이들이 어떻게 하면 서로 협력하여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주신 사명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것인가 하는 점임을 역설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오늘날까지 변함이 없을 뿐 아니라, 세월이 갈수록 더 확실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2000년 대희년은 한국 교회에서도 그 여러 해 전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여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해에 저는 “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보고, 아들의 마음으로 느끼며, 성령의 힘으로 실천합시다” 하는 구호를 내걸고, < 대희년 특별 사목교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특별” 사목교서였기 때문에, 그 한 해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후 여러 해 동안
우리교구 공동체가 함께 힘을 모아 추구하고 실현할 중장기적 목표와 방향을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그 동안 성서, 전례의 활성화, 가정성화, 냉담자 회두, 선교, 생명-환경, 사회복지, 헌혈 및 시신 기증, 북한돕기-통일, 장묘문화 개선 등을 구체적 과제로 설정하고 노력해 왔습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일들이 단기간에 모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효과를 계량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분명한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분야에 따라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도 있고 아직 크게 미진한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제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실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런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점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교회가 참으로 교회다울 때에만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은사가 활짝 피어나, 앞에 든 여러 분야의 과제를 포함한 교회의 어떤 활동이나 사명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교회가 교회답다는 것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교회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곧 아버지, 아들, 성령께서 한 가정의 구성원들처럼 각기 특성과 차이를 유지하면서 진정한 하나를 이루듯이, 교회도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하느님 백성이라는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그 안에서 각기 고유한 특성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진정한 공동체를 실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상에 얼마나 접근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교회는 그 참 모습에 그만큼 다가가고, 그 구성원들은 한 사람도 구경꾼이나 국외자로 머물지 않고 진정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당당한 자리를 지키며 고유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바오로 사도께서 생각하신 대로 진정한 교회 공동체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세례를 받아서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간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습니다. 유다인이나 그리이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은 모두 한 몸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갈라 3,27-28).


4. 런 이상에 점점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교회 안에서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효과가 못 미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점에 관한 여러분의 의견을 듣기 위해 2006년 8월 15일에 가톨릭센터에서 교구 내 제 단체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참석자 거의 전원이 교회의 이상상에 비추어 자신의 시각에서 본 어려움을 토로하였습니다. 이 때 공통적으로 지적된 것은 교회 안에서 대화와 협력을 위한 제도적 틀이 약하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도직 단체 사이의 조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사목자의 취향에 따라 특정 단체만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으며, 주임 신부님의 태도에 따라 본당과 교구사이의 협력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의 신앙생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출발하여 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데에 이르기까지, 교회 활동 내지 사명의 반경을 점점 넓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은, 우리 교회의 가장 절실한 요청이 구성원 상호간의 원활한 대화와 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리는 이제부터 이 문제를 교구의 과제로 안고, 그것을 풀어가기 위해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교회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모여, 공의회 문헌을 비롯한 교회의 관련 원칙과 지침을 연구하고 함께 기도하며 논의하고 공통의 방향을 찾아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교구의 제반 시설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도 이런 일을 해 나가는 데에서 만나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새 가톨릭센터가 완공되면, 우선 필요한 시설과 공간이 확보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우리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리고 이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성서의 가르침으로는 코린토 전서 12장에 나타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깊이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그러합니다. 유다인이든 그리이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우리는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같은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렇게 하여 교회 안에서 모두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성령께서 각자에게 주신 은사를 활짝 피어날 수 있게 서로 돕는다면, 우리나라 특히 우리 지역 교회 역사의 초창기 모습을 우리가 오늘에 되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기로 돌아가 볼 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평신도들의 눈부시고 적극적인 활동입니다. 평신도들의 왕직, 예언직, 사제직을 천명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는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시대에 사셨지만, 그분들이 실제로는 교회 안에서 이 모든 직분을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시대를 앞질러 사셨던 것입니다.


5. 가장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분이 유항검 아우구스티노님입니다. 이분은 호남의 첫 사도로서 평신도였지만, 그분이 실제 펼치신 사도적 활동은 어느 성직자 못지않았습니다. 그분은 이 지역 거부의 하나로서 엄청난 재물을 가지고 있었는데, 복음선포 사업을 위해서 그것을 아낌없이 내놓았으며, 자신과 가족의 생명까지 바쳐서 복음을 증거하였습니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집이나 아내나 형제나 부모나 자녀를 버린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여러 갑절의 상을 받을 것이며, 오는 세상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루카 18,29-30). 그분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글자 그대로 따랐던 것입니다.


리나라 교회 역사 초기에 보인 평신도들의 이와 같이 적극적인 선교활동은 사제가 한 분도 없는 상황에서 3천여 신도들을 확보했을 만큼 눈부신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으리만치 한국 그리고 우리 지역 교회 역사에서 놀랍고 자랑스런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하상님을 비롯하여 이미 성인으로 선포되신 103위 가운데 대다수,
그리고 지금 시복시성 절차를 밟고 있는 124위중에서도 대부분이 평신도였습니다. 이 분들이 시복시성이 되시면, 한국 최초의 순교자로서 이 모든 분들을 대표해서 시복시성 청원 자료의 표제 인물로 선정되신 윤지충 바오로님과, 다블뤼 주교님으로부터 “한국 순교 역사 전체에서 가장 찬란히 빛나는 진주”라는 평가를 받은 유요안과 이루갈다 동정부부의 숨결이 감도는 치명자산과 이 일대는 순례지로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게 될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이렇게 자랑스런 신앙 선조들의 후예로서 우리 교회 전체 특히 평신도들은 새로운 빛과 힘을 얻을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평신도들은 이런 전통을 이어받아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더욱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사도직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 대화와 협력을 위한 제도적 틀을 더욱 분명히 갖추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보장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도직 단체 사이의 조정이 잘 이루어지고, 사목자의 취향에 따라 특정 단체만을 선호하는 일이 배제되며, 그의 개인적 태도에 따라 본당과 교구사이의 협력관계가 지나치게 흔들리는 일이 없게 되면,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성령께서 각자에게 주신 은사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활기찬 사도직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렇게 해서 우리가 서로 상대방 안에 있는 “성령의 불을 끄지 않고”(1테살 5,19) 잘 타오르게 할 때,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루카 12,49) 하신 주님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와 함께, 바오로 사도의 기원도 완전히 실현될 것입니다. “나는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가족에게 이름을 주신 하느님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드립니다. 넘쳐흐르는 영광의 아버지께서 성령으로 여러분의 힘을 돋구어 내적 인간으로 굳세게 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여러분의 믿음을 보시고 그리스도로 하여금 여러분의 마음속에 들어 가 사실 수 있게 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박고 사랑을 기초로 하여 살아감으로써 모든 성도들과 함께 하느님의 신비가 얼마나 넓고 길고 높고 깊은지를 깨달아 알고 인간의 모든 지식을 초월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여러분이 완성되고 하느님의 계획이 완전히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힘차게 활동하시면서 우리가 바라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베풀어 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에페 3,14-20)



 

2006년 대림 제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이 병 호(빈첸시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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