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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사목교서 - 하느님의 가정을 향해가는 인간의 가정을 위해

본문

1.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있으며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 안에 살고계십니다”(1요한 4,16) 이것이 하느님 계시의 정점이자 인간이 온 몸과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할 가장 중요한 진리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하느님이 “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 하는 말씀과 함께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우리>를 이 세상에서도 실현하여 사람들끼리도 참된 의미에서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때에만 하느님의 모습을 가장 잘 구현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창세 1,27)로 지어내셨습니다. 그러므로 남자와 여자가 “어울려 한 몸이 되는”(창세 2.24) 부부가 이루는 가정은 둘이나 그 이상의 사람들이 참으로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공동체이며, 따라서 하느님의 모습을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리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가정은 사람들을 통해 하느님이 세상 창조의 기적을 지금도 계속 일으키고 있는 현장입니다. 특히 생명을 전달하고 있는 장면과 사랑을 불어넣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자신의 다른 한쪽인 배우자를 감탄과 감사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부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 때때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양보하고 참아주면서 함께 사는 기술을 익히는 형제자매, 이것이 가정의 본 모습입니다.


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 가정이 아주 빠른 속도로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부부가 쉽게 갈라집니다. 깨어진 가정의 자녀들은 그런 비극의 가장 큰 희생자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류 사회를 벽돌집이라고 한다면 가정은 그 벽돌입니다. 가정이 무너지면 인류사회가 지탱될 수 없습니다. 가정을 지키는 일은 그래서 인류를 지키는 일입니다. 따라서 가정을 지키는 일은 교회의 최대관심사이자 국제사회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와 국제연합(유엔)이 1994년을 함께 「가정의 해」로 선포한바 있습니다. 비슷한 예가 또 있는데, 교회와 국제연합이 1985년을 「청소년의 해」로 선포한 일입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청소년의 문제가 너무 심각함을 의식한 일부 교육자들과 사목자들이 장기간의 조사와 연구를 진행시킨 일이 있었는데, 결론은 청소년의 문제는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라 그 부모의 문제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래서 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작된 일이 결국 부부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고, 그것이 부부의 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임이 세계적으로 입증된 부부주말(M.E.)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부부가 참으로 서로 사랑하고 하나가 되면 자녀 교육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거의 저절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라는 결론을 얻는 것입니다.


2. 래서 부부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에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돕는 일이야 말로 세상을 개선하고 바꾸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께서는 부부사이를 한 처음 천지창조 때 하느님께서 만드셨던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일을 가장 큰 과업으로 설정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당신의 정체와 사명을 넌지시 보여주는 첫 기적을 신혼부부의 혼인잔치에서 행하셨습니다. 잔치 혹은 축제로 시작하는 결혼생활은 끝까지 축제여야 할 뿐 아니라. 세월이 감에 따라 더욱 무르익고 풍요로운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시간과 함께 축제 분위기는 점점 더 시들해지고 심하면 부부관계가 끊어져 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부부관계는 인간적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하느님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향해 시선을 모으는 것이라는 말대로, 두 사람 사이에 하느님이 계셔서 둘의 인연을 보장해 주실 때에만 부부의 사랑은 제대로 성숙하고 풍요해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결혼잔치에서 술이 떨어진 것은 부부생활이 축제의 분위기를 잃고 위기에 처하게 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때 예수님의 개입으로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좋은 술이 풍성하게 공급되었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부부관계로부터 시작하여 인류전체의 삶을 더없이 풍성하고 기쁜 축제로 변화시켜 주실 분임을 암시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하느님의 나라는 그리스도를 신랑으로 하고 예루살렘으로 상징된 교회를 신부로 하여 맺어지는 결혼으로 완성될 것임을 묵시록은 예언하고 있습니다. “일곱 천사중 하나가 나에게 와서 ‘이리 오너라. 어린양의 아내인 그 신부를 너에게 보여 주겠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성령의 감동을 받은 나를 데리고 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하느님께서 계시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을 보여 주었습니다.”(묵시록 21.9-10).


3. 부관계를 창조주 하느님께서 마련하셨던 “처음”의 계획에 따라 회복시키심으로써 인류구원이라는 원대한 목표의 첫 걸음으로 삼으시려는 예수님의 뜻을 우리는 마르코 복음 10장에서 확인합니다. “그때에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와서 예수의 속을 떠보려고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좋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모세는 어떻게 하라고 일렀느냐?’ 하고 반문하셨다.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은 허락했습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굳을 대로 굳어져서 이 법을 제정해 준 것이다. 그런데 천지 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사람은 그 부모를 떠나 자기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마르코 10.2-9)


“너희의 마음이 굳을 대로 굳어져서.” 부부관계에 금이 가고 가정이 깨어지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 굳을 대로 굳어진 데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해결방안은 그 굳은 마음을 풀어서 부드럽게 만드는 데에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마음을 부드럽게 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음이 자기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데에 우리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은 하느님께서 손을 대 주셔야 부드러워지고 새롭게 바뀔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시켜 메시아 시대가 오면 바로 이런 일을 해 주실 것임을 알려주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뭇 민족 가운데서 데려 내 오고 모든 나라에서 모아 고국으로 데려다가 정화수를 끼얹어 너희의 모든 부정을 깨끗이 씻어 주리라. 온갖 우상을 섬기는 중에 묻었던 때를 깨끗이 씻어 주고 새 마음을 넣어 주며 새 기운을 불어 넣어 주리라. 너희 몸에서 돌처럼 굳은 마음을 도려내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넣어 주리라. 나의 기운을 너희 속에 넣어 주리니, 그리 되면 너희는 내가 세워준 규정을 따라 살 수 있고 나에게서 받은 법도를 실천할 수 있게 되리라” (에제 36,24-27).


수께서는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승천을 통해서 바로 이 새 마음, 새 기운을 인간 안에 넣어주실 수 있게 되고, 오순절에 성령을 보내주심으로써 실제로 그 일을 이루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분의 구원 대업은 완성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부관계의 복원을 통해서 인간사회의 건강을 되찾고 인류를 구원한다는 원대한 사업은 하느님께서 약속하시고 그리스도 예수께서 이루어주신 이 구원의 역사 속에 신앙인 하나하나가 실제로 들어가 그 힘을 자신의 삶속에 받아들일 때에만 이루어집니다. 성령 속에 들어가 살 때에만 부부생활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그 기초 공동체가 가정교회로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성령을 받아 그 속에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청하는 일 곧 기도입니다. “구하여라. 받을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구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생선을 달라는 자식에게 뱀을 줄 아비가 어디 있겠으며 달걀을 달라는데 전갈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너희가 악하면서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구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것 곧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루가 11,9-13)


4. 늘날 우리 신앙인들이 세상과 주변사회에 대해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 제일 가깝고 시급한 분야가 바로
가정입니다. 신앙인 가정이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께서 성령을 통해 주시는 힘으로 무장하여, 가정을 본래 하느님의 뜻과 계획에 따라 지켜내고 새로운 활력을 띠게 한다면 우리는 실상 세상을 구하는 셈이 될 것입니다. 이제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리의 이 중대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주님의 도우심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2008년 대림 제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이 병 호(빈첸시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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