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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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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5주일(복음: 루카 16,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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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9-15 08:54 조회3회 댓글0건

본문

 

약은 청지기 이야기


“잘 들어라.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 그러면 재물이 없어질 때에

너희는 영접을 받으며 영원한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루카 16,9).

 

오늘은 연중 제25주일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속적인 지혜와 재물로 하느님 나라에 충실할 것을 ‘약은 청지기’의 이야기를 통해 쉽게 말씀하신다. 여기에서 제자들이란 광범위한 의미에서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사람들이다. 오늘 비유는 논평을 첨가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어떤 부자가 청지기 한 사람을 두었는데 자기 재산을 그 청지기가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청지기를 불러다가 말했다. ‘자네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무슨 짓인가? 이제는 자네를 내 청지기로 둘 수 없으니 자네가 맡은 일을 다 청산하게.’ 청지기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인이 내 청지기 직분을 빼앗으려 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구나.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내가 청지기 자리에서 물러날 때 나를 자기 집에 맞아줄 사람들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겠다.’ 그래서 그는 자기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다가 첫째 사람에게 ‘당신이 우리 주인에게 진 빚이 얼마요?’ 하고 물었다. ‘기름 백 말이오’ 하고 대답하자 청지기는 ‘당신의 문서가 여기 있으니 어서 앉아서 오십 말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일러주었다. 또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진 빚이 얼마요?’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이 ‘밀 백 섬이오’ 하고 대답하자 청지기는 ‘당신의 문서가 여기 있으니 팔심 섬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일러주었다. 그 정직하지 못한 청지기가 일을 약삭빠르게 처리하였기 때문에 주인은 오히려 그를 칭찬하였다.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약다”(루카 16,1-8).

청지기는 국가의 일을 관장하는 관리인이거나, 집안의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으로 주인의 식탁을 시중들거나, 하인의 감독, 주인 대신 지출금을 관리하는 집사이다. 청지기는 구약성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었다. 아브라함에게도 엘리에절이라는 청지기가 있었는데 그는 아브라함의 상속인이었다. 야곱의 아들 요셉도 이집트에서 국가의 일을 맡아하는 청지기의 밑에 있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왕들은 청지기들로서 국가 일을 맡아 하는 관리들, 이를테면 ‘재물을 맡은 사람’이나 ‘방백’(方伯)을 거느리고 있었다.

바오로 사도는 청지기를 감독자로 표현하면서 그의 자질에 대해서 “감독자는 하느님의 집안 일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흠 잡힐 데가 없고 거만하지 않고 쉽사리 성내지 않고 술을 즐기지 않고 폭행을 하지 않고 부당한 이득을 탐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입니다”(디도 1,7)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나라의 비밀과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청지기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청지기 직분의 개념은 시간, 재능, 소유, 자신까지도 포함하여 하느님 나라를 관리하는 자이며, 주인이신 그리스도의 모든 재산을 지키는 자이다.

오늘 복음은 불의한 청지기의 행동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그는 주인의 재산을 마음대로 낭비한, 정직하지 못한 자이다. 그래도 그는 위기에 대비하여 주인에게 빚진 자들의 돈을 상당히 탕감해줌으로써 자신의 안위를 보장하려고 하였다. 그 행위 자체는 부정직하였으나 주인은 그 사람의 총명함을 인정했다. 그의 부정직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주인의 빚을 일부라도 받게 하여 주인의 재산을 늘려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비유는 도덕적 원칙들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목적을 위한 총명함을 보여주는 비유이다. 예수님께서는 주인의 돈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회개 장부를 조작까지 하는 청지기의 비유에서 청지기의 능력과 재치를 칭찬하셨다. 이 청지기는 어떤 운명적 일을 당하게 될 때에 자기를 기억해줄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그에게 남아 있는 짧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그는 앞을 내다보고 기민하게 행동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이 비유는 그러한 재치와 능력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시는 가르침이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불의한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라고 이렇게 권고하신다.

“그러니 잘 들어라.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 그러면 재물이 없어질 때에 너희는 영접을 받으며 영원한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 지극히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은 큰 일에도 충실하며 지극히 작은 일에 부정직한 사람은 큰 일에도 부정직할 것이다. 만약 너희가 세속의 재물을 다루는 데도 충실하지 못하다면 누가 참된 재물을 너희에게 맡기겠느냐? 또 너희가 남의 것에 충실하지 못하다면 누가 너희의 몫을 내어주겠느냐?”(루카 16,9-12).

순수하게 물질주의적인 원칙하에서는 불의한 재물도 인간의 안전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불의한 재물과 참된 재물을 대조시키시면서 불의한 재물은 참된 재물의 시금석(試金石)이 되어야 하며, 불의한 재물은 더 큰 목적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즉 세속의 재물은 하느님 나라의 재물을 위해서 사용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청지기가 사용하는 부정직한 접근 방식과 불의한 재물을 용인하고 계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얼핏 부정직함을 묵인하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들 비유에서 세부적으로 부정직함이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기에서의 주된 의도는 부정직한 자들이 보여주는 약삭빠른 지혜를 인정하기보다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 더 큰 지혜를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촉구하기 위함이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다. 한 편을 미워하고 다른 편을 사랑하거나 또는 한 편을 존중하고 다른 편을 업신여기게 마련이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루카 16,13).

예수님께서는 재물에 대한 당신의 태도를 분명하게 밝히시고 물질을 하느님께 이바지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오늘의 비유를 통해서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면서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지혜롭고 민첩하게 행동해야 하는지 보여주고자 하셨다. 현대인은 거짓과 속임수가 팽배해 있는 사회 속에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경제적, 정치적인 난관들을 미리 내다보면서 목적을 달성하려고 수완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세상은 ‘현명한’ 사람이라 칭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들도 궁극적인 구원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지혜롭고 민첩하게 행동해야 하며 오히려 세속의 사람들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즉, 그리스도인들은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재화를 적절히 재분배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마음을 재물에서 하느님께로 돌리는 길이다.

오늘 제1독서에서 아모스 예언자는 재물에 마음을 빼앗겨 하느님을 섬기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밀을 팔아야 하겠는데 안식일은 언제 지나지? 되는 작게, 추는 크게 만들고 가짜 저울로 속이며 등겨까지 팔아먹어야지, 힘없는 자, 빚돈에 종으로 삼고 미투리 한 켤레 값에 가난한 자, 종으로 부려 먹어야지’ 하는 자들아. 야훼께서는 야곱이 자랑으로 여기는 당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신다. ‘나는 이 백성이 한 일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아모 8,5b-7).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의무와 양심을 지키며 열심히 살려는 사람들이 많다. 일요일을 지키고 축제일에도 일을 하지 않으며 교회가 명하는 계명을 철저하게 지키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심 수행에 열심할지라도 형제들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형식적이고 위선적이 될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위선에 대해서는 매우 엄하신 분이다. 반면에 우리가 비난하고 공격하면서 소흘히 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보호하신다. 재물은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사용될 때 선한 것이 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하여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잘 사용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진심으로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는 하느님을 위해서 세속의 모든 지혜와 재물을 사용해야 한다.

 

“잘 들어라.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