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복음: 마태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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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2-29 09:28 조회4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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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빛이 비치리라
“유다의 땅 베들레헴아, 너는 결코 유다의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영도자가 너에게서 나리라”(마태 2,6).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이다.
교회는 주님 성탄 시기를 지내면서 1월 2일과 8일 사이의 주일에 이 축일을 지낸다. 공현이란 ‘나타내 보여준다’는 뜻이다. 따라서 주님 공현이라 함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이심을 세상에 나타내보여주심을 뜻한다. 주님 공현 대축일에는 특별히 동방에서 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왔던 일을 기념하면서 지낸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세상에 태어나시어 처음으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신 오늘, 교회는 빛의 축제로 성탄 시기를 절정으로 이끈다.
교회는 주님 공현을 동방박사의 사건 외에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일과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행하신 포도주의 기적과 더불어 세 가지를 중요한 공현 사건으로 기념한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에는 하느님께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시며 당신의 아드님이심을 세상에 드러내셨고,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는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기적을 이루시면서 당신 스스로 하느님의 신성을 지니신 그리스도이심을 드러내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님 공현의 대표적인 사건은 동방 박사들의 방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마태오 복음사가는 동방 박사들의 방문을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예수께서 헤로데 왕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나셨는데 그때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왕이 당황한 것은 물론, 예루살렘이 온통 술렁거렸다”(마태 2,1-3).
동방에서 온 박사들의 신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박사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박사들의 방문을 하느님의 아들이신 메시아에 대한 인류의 방문과 경배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사들은 먼저 예루살렘에 와서 헤로데 왕을 찾았고, 헤로데 왕에게 별을 보고 알게 된 유다인의 왕에 대해서 물었다. 당시에 헤로데는 로마의 통치하에서 유다 팔레스티나(이스라엘) 지역을 지배하던 왕이었다. 헤로데 왕의 통치 기간을 보면 B.C. 37년에서 A.D. 4년까지로 알려져 있다. 헤로데는 유다의 왕이 되기 전에 먼저 갈릴래아와 이두매와 사마리아를 장악하면서 유다의 땅인 예루살렘을 공격하여 왕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헤로데는 유다의 왕이 되면서 유다인들의 적개심을 없애고 자신의 왕권을 수립하기 위하여 많은 선심성 있는 일을 하였는데, 예루살렘 성전을 수리하고 증축한 일도 그 일 중의 하나였다. 헤로데는 유다교로 개종한 자의 후손으로서 그 태생만 유다인이었다. 그가 한 일들을 보면 유다인이기보다는 악행을 많이 저지른 하잘것없는 이방인의 독재자로 평가된다.
박사들이 이러한 헤로데에게 와서 새로 태어난 유다인의 왕에 대해서 물으니 헤로데가 당황한 것은 물론이고 경계심을 가진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헤로데는 박사들이 하는 말을 듣고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물었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왕은 백성의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다 모아놓고 그리스도께서 나실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예언서의 기록을 보면 ‘유다의 땅 베들레헴아, 너는 결코 유다의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영도자가 너에게서 나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헤로데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정확히 알아보고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가서 그 아기를 잘 찾아보시오. 나도 가서 경배할 터이니 찾거든 알려주시오’ 하고 부탁하였다”(마태 2,4-8).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헤로데 왕에게 베들레헴이라고 대답하였다. 예언서에 메시아의 탄생에 대해서 베들레헴에 관한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가서에 보면 이런 예언이 나온다.
“에브라다 지방 베들레헴아, 너는 비록 유다 부족들 가운데서 보잘것없으나 나 대신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 너에게서 난다”(미가 5,1).
메시아의 탄생에 대한 예언이 이미 1000년 전에 미가 예언자에 의해 예언되면서 베들레헴이 언급되었었다. 유다인들은 이 예언을 알고 있었고 특히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이러한 기록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후 동방박사들은 베들레헴으로 길을 떠났고, 베들레헴에 도착하여 아기를 찾았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왕의 부탁을 듣고 박사들은 길을 떠났다. 그때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마침내 그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이를 보고 그들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박사들은 꿈에 헤로데에게로 돌아가지 말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나라에 돌아갔다”(마태 2,9-12).
동방박사들은 별이 멈추는 것을 보고 왕으로 태어나신 아기를 찾았고, 아기에게 엎드려 경배하였다. 복음사가는 동방박사들이 아기에게 경배한 사실을 매우 중요하게 전한다. 이는 구약의 예언서에 메시아가 오시면 동방의 왕들이 경배한다는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사야 예언자는 ‘빛으로 오신 메시아’에 대해서 이렇게 예언하였다.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이사야의 말이다.
“민족들이 너의 빛을 보고 모여들며 제왕들이 솟아오르는 너의 광채에 끌려오는구나. 머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아라. 모두 너에게 모여오고 있지 않느냐? 너의 아들들이 먼 데서 오고, 너의 딸들도 품에 안겨 온다. 이것을 보는 네 얼굴에 웃음의 꽃이 피리라. 너의 가슴은 벅차 올라 부풀리라. 바다의 보물이 너에게로 흘러오고 뭇 민족의 재물이 너에게로 밀려오리라. 큰 낙타 떼가 너의 땅을 뒤덮고 미디안과 에바의 낙타들이 우글거리리라. 사람들이 스바에서 찾아오리라. 금과 향료를 싣고 야훼를 높이 찬양하며 찾아오리라”(이사 60,3-6).
700년 전 이사야 예언자에 의해 예언되었던 예언이 동방박사들의 방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면 잠시 동방박사들의 신원을 암시하는 예언서에 나타난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미디안이다. 미디안은 아브라함의 세 번째 후처인 그두라의 아들 가운데 하나로 그들의 기원은 히브리인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들은 이스라엘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유목민으로 살았으며 B.C. 11세기 초에 시리아의 아라비아 사막에 살던 동방 사람들과 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에바는 미디안의 아들로 훗날 한 아라비아 부족의 시조가 되었다. 이들의 낙타들이 우글거림은 동방에까지 지배하시는 왕이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스바는 시바를 말하며 시바는 사울의 종으로 훗날 다윗을 도운 일로 사울의 재산을 나누어 받아 자기의 큰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미디안과 에바의 낙타들이 우글거리며, 스바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금과 향료를 싣고 왔음은 아기 예수님께서 세계를 지배하시는 절대적인 왕권을 지니신 왕이심을 드러내신 것이다. 이처럼 이사야는 메시아께 경배하는 동방의 왕들에 대해서 이미 예언을 하였다. 이러한 예언이 오늘 동방박사들에 의해서 성취되고 있다.
그러면 동방박사들이 아기에게 엎드려 경배한 다음 드린 예물을 살펴보자.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었다. ‘황금’은 왕의 권력을 의미하는 절대적인 왕권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는 아기 예수님께서 장차 왕중의 왕이신 메시아심을 드러내신 예물이었다. 그리고 ‘유향’은 멀리 퍼져나가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향이다. 또한 정화의 의미를 지니면서 경의를 표하는 경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시고 깊숙이 관여하시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온 세상에 퍼져나아감을 상징한다. ‘몰약’은 부패를 막아주는 것으로 시체에 바르는 약이다. 영원히 죽지 않을 생명을 주시는 그리스도이심을 상징한다. 따라서 동방박사들은 예물을 통하여 이미 구약에 예언된 하느님의 아들이신 메시아이심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며, 새로운 왕국의 그리스도이신 하느님의 신성을 드러낸 것이었다.
오늘은 아기 예수님께서 동방박사들에 의해서 세상에 처음으로 당신의 신성을 드러내신 뜻 깊은 날이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동방박사들처럼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이시라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외쳐야 한다. 이는 우리의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의 빛과 향기가 온 세상에 퍼져나가기를 기도해본다.
“유다의 땅 베들레헴아, 너는 결코 유다의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