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일(복음: 요한 14,15-21)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5-03 19:29 조회6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진리의 성령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키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면 다른 협조자를 보내주셔서 너희와 영원히 함께 계시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곧 진리의 성령이시다”(요한 14,15-17).
오늘은 부활 제6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지난주에 이어 하시는 ‘진리의 성령’에 대한 말씀이다.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던 날 밤에 당신의 죽음을 앞두시고 제자들에게 하신 마지막 말씀이었지만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성령에 대해서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예수님께서 죽으신다는 말씀에 가뜩이나 걱정이 되고 불안한 때였기에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키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면 다른 협조자를 보내주셔서 너희와 영원히 함께 계시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곧 진리의 성령이시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그분이 너희와 함께 사시며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요한 14,15-17).
계명은 무엇인가? 구약에 있어서 이스라엘을 지배한 율법은 하느님의 계명이 중심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계명은 계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영원히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신앙의 핵심이었다.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은 곧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오늘 예수님께서 계명을 지킬 것을 말씀하시는 것은 당신께서 하느님의 본성을 지니신 분으로 당신을 사랑할 것을 명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성령에 대한 말씀을 하시면서 성령께서 주님의 계명을 지켜 주님을 사랑하게 하실 것이라고 하신다.
그러면 성령은 과연 누구이신가? 우리가 성령에 대해서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성령에 대해서는 “성령 강림 대축일과 삼위 일체 대축일”에 좀 더 자세하게 언급하기로 하고 오늘은 복음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진리의 성령이시라고 말씀하시면서 진리와 성령과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말씀하신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지난주에 “나는 진리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진리이신 예수님과 성령은 같은 분이심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역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협조자’라고 말씀하신다. 성서에는 협조자와 동일한 말들이 나온다. 욥기에 보면 욥은 협조자와 비슷한 말로 ‘변호인’ 혹은 ‘후견인’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나는 믿는다, 나의 변호인이 살아 있음을! 나의 후견인이 마침내 땅 위에 나타나리라. 나의 살갗이 뭉그러져 이 살이 질크러진 후에라도 나는 하느님을 뵙고야 말리라”(욥기 19,25-27).
욥은 하느님을 뵙고자 하는 강한 뜻을 나타내는데 그의 강한 의지 뒤에는 자기 변호인과 후견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욥은 자기가 하느님을 뵈올 수 있도록 도와줄 변호인과 후견인이 있어서 기어이 두 눈으로 하느님을 뵙고야 말리라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훗날 바오로 사도 역시 그와 비슷한 말로 보호자와 관리자에 대한 말을 한다. 갈라디아서를 보면 이렇게 나온다.
“상속자는 모든 재산의 주인이지만 그가 어릴 때는 종이나 조금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 아버지가 정해둔 때가 올 때까지 보호자와 관리자의 지시를 받습니다”(갈라 4,1-2).
여기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보호자와 관리자는 ‘때가 올 때’까지 도와주는 보호자와 같은 사람이다.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아버지가 정해둔 때가 올 때까지 보호해주는 보호자요 관리자이다. 예를 들어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메시아가 오실 때까지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관리해준 이가 바로 율법이었다고 언급한다. 다시 말해서 이스라엘이 아주 옛날에 자연숭배에 얽매여 종노릇을 할 때 율법의 지배를 받다가 ‘때가 찼을 때’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보내시어 당신의 자녀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셨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호자와 관리자는 어느 기간 동안 보호하고 관리해주는 자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협조자는 욥이 말한 변호인이요 후견인이며, 바오로 사도가 언급하는 보호자요 관리자와 같은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따라서 협조자이신 성령은 언젠가 하느님을 뵈올 때까지 후견인으로서 변호하고 보호하는 관리자와 같은 분이시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떠나시기에 앞서 제자들에게 협조자이신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다시 ‘진리의 성령’에 대해서 살펴보자. 진리는 ‘말씀’으로 곧 하느님의 본성이시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협조자, 즉 진리의 성령은 하느님이시다.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구하여 보내주시는 성령, 협조자는 다른 보호자나 후견인과는 달리 바로 하느님 자체이시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고 하신 것이다. 즉, “그분이 너희와 함께 사시며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제자들과 함께 사시며 제자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시며, 또한 진리의 성령이심을 말씀하시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진리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진리의 성령과 같은 분이심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를 고아들처럼 버려두지 않겠다. 기어이 너희에게로 돌아오겠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하게 되겠지만 내가 살아 있고 너희도 살아 있을 터이니 너희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날이 오면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과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내가 너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요한 14,18-20).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죽음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제자들에게 고아들처럼 버려두지 않겠다고 말씀하신다. 오시게 될 진리의 성령께서 당신과 같으심을 다시 한 번 말씀하시고 제자들을 혼자 두지 않으시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기어이 너희에게로 돌아오겠다”라고 하심은 비록 유다인들의 손에 죽으시지만 다시 오시겠다는 말씀이다. 이는 진리의 성령께서 당신과 똑같으심을 말씀하시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제 조금 지나면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하겠지만, 내가 살아 있고 너희도 살아 있을 터이니 너희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과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내가 너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신다. 따라서 진리의 성령은 하느님의 영이시며 예수님과 같으신 분이시다.
진리의 성령이 오신 뒤에 제자들은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협조자이신 진리의 성령께서 깨닫게 해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리의 성령께서는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깨닫게 하시어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시는 하느님의 영이시며 예수님과 같으신 분이시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믿고 주님을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들은 성령에 의해 다시 태어남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들은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는 받았지만 아직 성령은 받지 못했던 것이다. 베드로와 요한이 그들에게 손을 얹자 그들도 성령을 받게 되었다”(사도 8,16-17).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사람 역시 성령을 받고 다시 태어나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다시 제자들에게 계명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내 계명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사람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다. 나도 또한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를 나타내 보이겠다”(요한 14,21).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 번 당신 계명에 대한 철저한 준수를 강조하신다. 이는 예수님께서 새로운 법 제정자로서의 모습을 특히 강조하신 것이다.
그러면 법 제정자는 누구이신가? 구약에 있어서 율법, 즉 계명은 하느님의 법이었다. 따라서 법 제정자는 곧 하느님이셨다. 하느님만이 법을 제정하실 수 있으셨다. 구약에서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은 법 제정자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예수님께서도 ‘새로운 법 제정자’의 모습으로 당신의 계명을 말씀하신다. 그러나 새로운 법 제정자이신 예수님께서는 모세의 율법을 반대하기는커녕 오히려 모세의 율법을 설명하시고 나아가 모세의 가르침을 완성하셨다. 즉, 율법을 완성하셨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법인 율법을 완성하신 것은 하느님의 완전하심을 모방하는 것이었다. 부수적인 것을 살리기 위해 기본적인 ‘정의, 자비, 믿음’을 무시한 율법주의자들의 가치 기준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하느님의 완전하심을 모방하는 것은 인간이 처해 있는 현실 조건을 감안한다면 실천하기가 불가능한 이념이기도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법을 말씀하시면서 솔선수범하시어 완전하심을 이루셨다. 따라서 우리도 법을 준수하여 하느님의 완전하심을 이룰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 힘을 주실 것이며, 또한 이룰 수 있다. 이는 바로 성령의 힘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계명은 오래전부터 선포되어 온 두 개의 계명으로 요약되었는데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몸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이었다. 다른 모든 계명은 이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여기서부터 나온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계명을 잘 지킬 것을 당부하신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구하여 보내주실 협조자, ‘진리의 성령’께서는 예수님께서 주신 계명을 잘 지키도록 도와주실 것이다.
“내 계명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사람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