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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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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루카 21,25-28.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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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11-25 08:57 조회368회 댓글0건

본문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깨어 있어라


“그때에 사람들은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는 것을 볼 것이다”(루카 21,27)

 

오늘은 대림절 제1주일이다.

교회는 전례력으로 ‘다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금년에는 주님의 은총 안에서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선행이나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있기를 바란다.

금년에도 대림 제1주일 복음은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시겠다는 재림에 대한 말씀이다. ‘가해’와 ‘나해’에서는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 사가가 전하는 ‘그날과 그 시간’에 대한 말씀이었고, ‘다해’는 루카 복음 사가가 전하는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시는 날’에 대한 말씀이다.

그러면 루카 복음 사가가 전하는 말씀의 배경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자. 예수님께서 마지막 과월절-유월절을 맞이하여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을 때의 일이었다. 제자들이 아름다운 예물과 화려하게 꾸며진 성전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성전 파괴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성전 파괴를 세상의 종말로 생각한 제자들이 두려워하며 “선생님,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날 즈음해서 어떤 징조가 나타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에 너희는 잡혀서 박해를 당하고 회당에 끌려가 마침내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며 나 때문에 임금들과 총독들 앞에 서게 될 것이다”라고 재난에 대해 말씀하시고, 또한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 도시가 파멸될 날이 멀지 않은 줄 알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오늘 복음인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시는 날’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복음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해와 달과 별에 징조가 나타날 것이다. 지상에서는 사납게 날뛰는 바다 물결에 놀라 모든 민족이 불안에 떨 것이며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 올 무서운 일을 내다보며 공포에 떨다가 기절하고 말 것이다. 모든 천체가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에 사람들은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는 것을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라. 너희가 구원받을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다”(루카 21,25-28).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시는 날의 무섭고 두려운 종말의 재난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그러나 이 재난의 말씀에 그리스도인들이 무서워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종말론적 재림에 대한 말씀은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의인들에게 다시 오실 주님의 영광을 바라보게 하여 구원과 희망을 주고자 하신 말씀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신다는 재림에 대한 말씀은 이미 구약에서부터 예언되었던 말씀이다.

다니엘서를 보면 이러한 예언이 나온다.

“나는 밤에 또 이상한 광경을 보았는데 사람 모습을 한 이가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와서 태고적부터 계신 이 앞으로 인도되어 나아갔다. 주권과 영화와 나라가 그에게 맡겨지고 인종과 말이 다른 뭇 백성들의 섬김을 받게 되었다. 그의 주권은 스러지지 아니하고 영원히 갈 것이며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하리라”(다니 7,13-14).

다니엘서는 사람의 모습을 한 이가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오시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면서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시는 날에 대해서 이미 예언을 하였다. 이후 유다교 묵시문학은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곁에 머무는 신비로운 존재로서 마지막 시대에 구원을 제시할 것이라고 표현하였고, 또한 그분께서 영광의 옥좌에 좌정하시어 최후 심판자로서 의인들을 구원하실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주님의 재림은 초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신앙이며 믿음이었다. 스테파노는 순교하면서 “아, 하늘이 열려 있고 하느님 오른편에 사람의 아들이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사도 7,56) 하고 절규하면서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믿음을 드러내었다. 따라서 주님께서 다시 오시겠다는 말씀은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에 큰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말씀이었고, 특히 박해 시대에 순교의 원동력이었으며 죽음 앞에서 평화를 가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사람의 아들’(나해-연중 제33주일 참조)이 오시는 날은 곧 구원의 날이었다. 따라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사람의 아들이신 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이 이스라엘이라는 틀을 벗어나 세계를 향한 신앙의 길목이었다면, 초기 300년 동안 그리스도교에 일어났던 순교 역사는 주님의 재림에 대한 기다림과 함께 그리스도교 신앙이 뿌리를 내리는 초석이 되었다.

기다림은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과 희망을 준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께서 선택하셨다는 자부심으로 2천 년 동안 기구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 왔던 것은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이었다. 언젠가 메시아가 세상에 오시어 구원해주시리라는 기다림의 희망이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예레미야는 메시아의 오심에 대해 이렇게 예언한다.

“내가 다윗의 정통 왕손을 일으켜줄 그 날, 그 때가 온다. 그는 세상에 올바른 정치를 펼 것이다. 그 날 유다는 살 길이 열려 예루살렘에서는 모두들 마음 놓고 살게 되리라. 그 때 사람들은 예루살렘을 가리켜 ‘야훼 우리를 되살려주셨음’이라고 부를 것이다”(예레 33,15-16).

당시에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은 곧 찬란했던 정통 다윗 왕국의 재건이었다. 그리고 다윗 왕국의 재건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과 함께 큰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따라서 주님의 재림에 대한 기다림은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희망과 위로를 준다. 메시아의 오심에 대한 독서에 이어서 오늘 복음은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실 때를 대비하여 “깨어 기도하여라”는 말씀을 전한다.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과 쓸데없는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 날이 갑자기 닥쳐올지도 모른다. 조심하여라. 그 날이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덫처럼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앞으로 닥쳐올 이 모든 일을 피하여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4-36).

덫은 새나 짐승을 꾀어 잡는 수렵 기구의 하나이다. 덫에는 항상 미끼가 있다. 미끼에 유인된 짐승들은 미끼를 찾다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덫에 걸려 잡혀 죽는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시는 날을 대비하여 준비하지 않으면 덫에 걸린 짐승처럼 갑작스런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하시면서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과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도록 당부하신다. 그리스도인들은 잘 살아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독서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주님께서 여러분의 사랑을 키워주시고 풍성하게 해주셔서 우리가 여러분을 사랑하듯이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고 또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를 빕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마음이 굳건해져서, 우리 주 예수께서 당신의 모든 성도들과 함께 다시 오시는 날 우리 아버지 하느님 앞에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1데살 3,12-13).

그리스도인들은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시는 날, 그분 앞에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으로 나설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 한다. 예수님께서 “늘 깨어 기도하여라” 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기도하면서 항상 깨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깨어 있다’는 것은 겉도는 생활과 방탕한 생활로 하루하루를 낭비하는 삶이 아니라 주님의 뜻에 따라 흠 없이 사는 삶을 말한다.

이제 대림절이 시작되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실 성탄이 4주 후면 돌아온다. 메시아의 탄생을 앞두고 언젠가 다시 오실 주님의 재림을 묵상하면서 항상 깨어 기도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