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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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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복음: 루카 9,11b-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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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6-16 08:52 조회76회 댓글0건

본문

 

주의 만찬 의식인 ‘성찬식’


“예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뒤에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주도록 하셨다”(루카 9,16).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다.

교회는 해마다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주일에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을 지내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를 기념하고 그 신비를 묵상한다. 우리 구원을 위하여 당신을 송두리째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의 신비를 묵상하는 날이다. 성체성사의 의미는 먼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하느님께서 주신 만나를 먹으며 살았던 일과 예수님께서 행하신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에 근거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영원한 생명의 빵에 대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르치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하면서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음 직전에 처해 있을 때 만나로 배불리시고 넘쳐흐르는 물을 주시어 하느님께서 생명을 지니고 계심을 알게 하셨고, 만나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항상 그들과 함께 계심을 체험하게 하셨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통하여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생명을 지니고 계신 분이심을 보여주셨다. 오늘 복음에서 루카 복음 사가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기꺼이 맞아 하느님 나라를 설명해주시며 치료해야 할 사람들을 고쳐주셨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열두 제자가 예수께 와서 ‘여기는 외딴 곳이니 군중을 헤쳐 제각기 근방 마을과 농촌으로 가서 잠자리와 먹을 것을 얻게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하셨다. 제자들은 ‘지금 저희에게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습니다. 어디 가서 이 모든 사람을 먹일 만한 음식을 사 오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물었다. 거기에 모인 군중은 장정만도 오천 명 가량이나 되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군중을 대충 오십 명씩 떼지어 앉히라고 하셨다. 제자들이 분부하신 대로 사람들을 모두 앉히자 예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뒤에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주도록 하셨다. 이리하여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모아 들였더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루카 9,11b-17).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 대한 이야기는 4복음서 모두가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기적이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주의 만찬에서 거행하였던 ‘성찬식’과 오늘날 성체성사의 신학적인 의미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가해-연중 제18주일’에서 나누었기 때문에 금년에는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행하였던 주의 만찬인 ‘성찬’에서 거행한 ‘성찬식’에 대해서 알아보자.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성체성사의 원형인 주의 만찬, 즉 ‘성찬’을 거행하면서 주님께서 내어주신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며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증거하였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독서에서 이렇게 권고하고 있다.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준 것은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손에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시고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식후에 잔을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1고린 11,23-26).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바오로 사도의 권고대로 주님께서 내어주신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면서 주님의 죽으심을 선포하였다. 또한 이를 사도 행전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한마음이 되어 날마다 열심히 성전에 모였으며 집집마다 돌아가며 빵을 나누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함께 먹으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사도 2,46-47).

이를 보면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만찬인 ‘성찬’을 거행하면서 성사적 의식인 ‘성찬식’과 함께 친교와 자선의 의미를 지닌 ‘공동 식사’(아가페)를 거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성찬식’과 ‘공동 식사’(아가페)가 오늘날 성체성사의 원형인 주의 만찬, 즉 ‘성찬’이었다고 하는 데는 논란이 있으나 이 두 의식이 함께 있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공동 식사’(아가페)에 대해서는 성목요일과 부활 제5주일에서 살펴보았으니, 오늘은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성찬’에서 거행한 ‘성찬식’에 대해서 알아보자.

오늘날 성체성사의 본질인 ‘성찬식’은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선포하면서 거룩하신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성사적 의식이었다. 성찬식의 의미는 크게 둘로 나누어지는데 ‘성찬례’와 ‘경신례’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 ‘성찬례’로서의 의미(나해-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참조)는 주님의 몸과 피였다. 주님의 몸과 피의 성사는 보이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내적 신비인 주님의 현존을 나타내었다. 따라서 바오로 사도는 성찬에서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임을 전하면서 성사적으로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증언하였다.

주님의 몸과 피는 ‘초자연적인 음식’으로서 이미 구약에서 히브리 백성들이 약속의 땅을 향하여 가는 여정에 하느님께서 주신 만나와 물로 예표 되었다. 히브리인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만나와 물로 생명을 얻을 수 있었고 여기에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이심을 체험하였다. 따라서 ‘성찬례’에서 나누는 빵과 포도주는 주님의 몸과 피이며, 이를 영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것이었다. 바오로 사도는 빵과 포도주에 대해서 일반 음식과 다른 생명의 빵임을 이렇게 충고하였다.

“올바른 마음가짐 없이 그 빵을 먹거나 주님의 잔을 마시는 사람은 주님의 몸과 피를 모독하는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각 사람은 자신을 살피고 나서 그 빵을 먹고 그 잔을 마셔야 합니다. 주님의 몸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사람은 그렇게 먹고 마심으로써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입니다”(1고린 11,27-29).

둘째 ‘경신례’로서의 의미는 제사였다. 제사적인 특성은 예수님께서 친히 빵과 포도주를 당신께서 십자가상의 제물로 바치신 것과 연관시키셨다. 만찬 석상에서 “이를 행하라”고 하신 말씀이 바로 이 의식 수행에 있어서 제사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고대의 유다인과 이방인 세계에서 통용되던 다양한 종류의 제사에서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신약성서의 저자는 그 누구도 성찬식을 ‘제사’라는 단어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성찬식에 사용되는 성찬례의 빵과 포도주를 유다교와 이교도의 제사 의식에 사용되었던 제물의 음식에서 그 유사성을 끌어내고 있다. 바오로 사도 역시 빵과 포도주 그 자체가 제사로서 하느님께 바쳐지는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죽으신 것은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하느님께 바쳐진 제물이 되셨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찬식’에서 주님의 몸을 먹고 마심은 주님과 하나되어 우리도 하느님께 바쳐지는 제물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성찬식’에서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은 주님과 함께 우리가 제물이 되어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가 된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한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의 자비가 이토록 크시니 나는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이 드릴 진정한 예배입니다”(로마 12,1).

또한 히브리서는 이렇게 전한다.

“우리는 예수의 이름으로 언제나 하느님께 찬미의 제사를 드립시다. 하느님의 이름을 우리의 입으로 찬양합시다. 좋은 일을 하고 서로 사귀고 돕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이런 것을 제물로서 기쁘게 받아주십니다”(히브 13,15-16).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신 것은 하느님께 바쳐진 단 한 번의 제사였다. 우리의 죄를 대신 속죄하시고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한 구약의 어린 양과 같은 희생 제사였다. 따라서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은 주님과 하나가 됨으로써 주님과 함께하는 ‘십자가상 죽음의 제사’가 된다.

오늘날 성체성사는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주님과 하나되고 우리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시는 성사이다. 그리고 ‘주님의 십자가상 제사’의 재현이며 주님과 함께 우리 자신을 바치는 제사인 것이다. 즉 주님의 몸을 영함으로써 주님과 하나되어 제물로 바치는 우리 자신의 제사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이하여 성체성사의 의미를 묵상하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을 깊이 간직하고 서로간의 사랑을 깊이 나누어야 하겠다.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