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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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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일(복음: 루카 14,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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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8-25 09:47 조회89회 댓글0건

본문

 

낮은 자리에 앉아라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루카 14,11).

 

오늘은 연중 제22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낮은 자리에 앉아라’는 교훈과 잔칫집에서 ‘청해야 할 손님’에 대한 말씀이다. 복음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어느 안식일에 예수께서 바리사이파의 한 지도자 집에 들어가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예수를 지켜보고 있었다”(루카 14,1).

당시에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의 가정에서 자주 친절한 대접을 받으셨으며, 가끔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에서도 초대를 받으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오늘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별로 달갑지 않게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 법을 어겼다고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안식일에 회당에서 병자를 고쳐주셨는데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안식일 법을 어겼다고 항의한 적이 있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안식일에 병자를 치유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옳지 않은 일인가 하시면서 크게 책망하셨다. 그런데 안식일인 오늘 다시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에서 그들과 만나신 것이다. 이날도 수종 병자를 고쳐주시자 그들이 따졌고 따지는 그들에게 “너희는 자기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졌다면 안식일이라고 하여 당장 구해 내지 않고 내버려 두겠느냐?”(루카 14,5) 하고 혼내셨기 때문에 분위기가 심각했다. 이러한 때 초대받은 사람들이 서로 윗자리에 앉으려는 것을 예수님께서 보시고 이렇게 가르치신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손님들이 저마다 윗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을 보시고 그들에게 비유 하나를 들어 말씀하셨다. “누가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가서 앉지 마라. 혹시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또 초대를 받았을 경우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주인이 와서 너에게 ‘이분에게 자리를 내어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무안하게도 맨 끝자리로 내려 앉아야 할 것이다. 너는 초대를 받거든 오히려 맨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러면 너를 초대한 사람이 와서 ‘여보게, 저 윗자리로 올라 앉게’ 하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다른 모든 손님들의 눈에 너는 영예롭게 보일 것이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루카 14,7-11).

유다인에게 있어서 안식일은 야훼 하느님의 날이면서 거룩한 날이었다. 안식일에 유다인들은 회당에서 거룩한 예배를 드리고, 율법을 연구하고, 하느님 앞에 나가는 일과 가정을 성화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유다인 지도자들은 안식일과 같은 축일에 부자들과 학자들을 초대하여 주제들을 놓고 토론하면서 큰 잔치를 벌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부자들이나 학자들이 자신들을 나타내려고 과시하는 자리가 되었고 쓸데없는 말이나 늘어놓고 술을 마시는 자리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그들이 서로 윗자리에 앉으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수님께서는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서로 윗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것을 보시고 비판하시며 겸손한 자세를 갖추라고 가르치셨다.

자기를 낮춘다는 것은 자기를 경멸하거나 비하시키는 것이 아니다. 또한 대립을 피하는 것을 뜻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낮은 자세를 취하는, 계산된 겸손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높이기 위하여 공격적이 되는 것을 경계하며 자기를 내세우기 위해서 물리적인 힘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모든 시도를 포기하고 겸손하라고 가르치셨다.

겸손이란 이웃 사람에게 가지는 행동의 기본적인 태도이며 양상이다. 이기적인 교만과 오만, 더욱이 거역함과는 거리가 먼 단어이다. 겸손은 여러 사람 사이에서 화평과 조화를 이루게 해준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겸손은 덕목이다. 겸손은 가난한 자를 돌보고 보호하시며,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는 하느님의 관심사이며 그리스도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면서 겸손한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고 죄인들과 가난한 사람들, 병자들과 가까이 하시면서 그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죄인들을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시어 반역자들이나 야만인들에게만 주어진 십자가형을 겸손하게 받아들이셨다. 참으로 당신을 한없이 낮추셨다.

루카 복음 사가 역시 예수님께서 “초대를 받았을 때 맨 끝자리에 앉아라” 하고 가르치신 교훈을 특별히 언급한 것을 보면, 당시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생활에서 겸손을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로 여겼던 것 같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겸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너는 들어라. 매사를 유순하게 처리하여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인정하시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리라. 훌륭하게 되면 될수록 더욱더 겸손하여라. 주님의 은총을 받으리라. 세상에는 높고 귀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의 오묘함을 겸손한 사람에게만 드러내신다. 주님의 능력은 위대하시니 비천한 사람들에 의하여 그 영광은 빛난다”(집회 3,17-20).

겸손은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길이며, 오히려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신을 높이고 귀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겸손되이 낮추심으로써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다 하셨듯이 겸손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꼭 갖추어야 하는 자세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초대한 사람에게 이렇게 충고하신다.

“너는 점심이나 저녁을 차려 놓고 사람들을 초대할 때에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잘사는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마라. 그렇게 하면 너도 그들의 초대를 받아서 네가 베풀어준 것을 도로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잔치를 베풀 때에 오히려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 같은 사람들을 불러라. 그러면 너는 행복하다. 그들은 갚지 못할 터이지만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느님께서 대신 갚아주실 것이다”(루카 14,12-14).

예수님께서는 진정으로 잔치에 초대해야 할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 같은 사람들이라고 하시며,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죄인들이라고 하는 사람들, 어느 누구도 동정심이나 관심도 주지 않는 사람들을 잔치에 초대하라고 가르치셨다. 그리고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시면서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보살핌을 촉구하셨다. 그들에 대한 예수님의 깊은 동정심은 율법 준수를 강요하면서 개인 복리를 해쳤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태도와 현저하게 대조를 이뤘다.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과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 어떠한 메시지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율법주의에 사로잡혀 소외된 사람들을 오히려 죄인 취급하고 더 소외시켰다. 그들의 율법주의는 자기들은 율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율법을 조금만 어기면 죄인으로 취급하는 이기주의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식탁에 앉았던 사람까지 경멸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죄인들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며 함께 식탁에 앉는 것을 보고 수군거리며 트집을 잡았다. 

루카 복음 사가가 당시에 이러한 교훈들을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으로 전하고자 하였던 것처럼 이 가르침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도 크게 마음에 새기고 반성해야 할 신앙 덕목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모범에 따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나누는 겸손한 자가 되어야 한다.

 

“누가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가서 앉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