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금요일(복음: 요한 18,1-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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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3-30 08:59 조회8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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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수난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며 제멋대로들 놀아났지만, 야훼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구나”(이사 53,6).
오늘은 ‘주님 수난 성금요일’이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신 날이다. 교회는 오늘 전통에 따라 성찬례를 거행하지 않고, 말씀의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예식만을 거행한다. 본래 이날의 전례는 말씀의 전례가 중심을 이루었다. 그런데 후에 십자가 경배와 영성체 예식이 도입되었다. 이날 교회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죽으심을 묵상한다. 이사야 예언자는 그분의 죽으심에 대해서 이미 예언하였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런데 실상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앓아주었으며, 우리가 받을 고통을 겪어주었구나. 우리는 그가 천벌을 받은 줄로만 알았고 하느님께 매를 맞아 학대받는 줄로만 여겼다. 그를 찌른 것은 우리의 반역죄요, 그를 으스러뜨린 것은 우리의 악행이었다. 그 몸에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를 성하게 해 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의 병을 고쳐주었구나.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며 제멋대로들 놀아났지만, 야훼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구나. 그는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도 입 한 번 열지 않고 참았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가만히 서서 털을 깎이는 어미 양처럼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이사 53,4-7).
이사야 예언자는 오실 메시아께서 우리가 받아야 할 죄를 대신해서 희생당하는 어린양처럼 변명 한마디 하지 않으시고 죽음을 받아들이신다고 말하였다. 그분은 희생양이셨다. 그런데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이사야의 예언처럼 희생양이 되시어 죽으신다.
교회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죽으신 오늘, 그분의 수난사를 장엄하게 읽는다. 이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께서 인간에게 죽으신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어떻게 돌아가시고, 어떻게 묻히셨는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수난 사화에 대해서는 모든 복음사가들이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여 정성스럽게 전하고 있다. 이처럼 예수님의 수난사야말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다”를 증언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아무래도 예수님의 수난 사화는 복음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성금요일인 오늘 예수님의 수난에 대한 이야기는 요한복음사가가 전하는 수난사이다. 요한복음사가는 다른 공관 복음사가들과는 달리 예수님의 수난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관점을 가지고 말하고 있다. 요한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수난 받으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차적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증언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예수님의 신적인 모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이 왜 이처럼 비참하게 인간에게 죽으셔야 하는지,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이 돌아가시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그래서 요한복음사가는 수난사 처음부터 예수님의 신성에 대해서 드러내고 있다. 수난사 시작 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예수께서는 신상에 닥쳐올 일을 모두 아시고 앞으로 나서시며 ‘너희는 누구를 찾느냐?’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나자렛 사람 예수를 찾소’ 하자‘내가 그 사람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를 잡아줄 유다도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예수께서 ‘내가 그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들은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졌다”(요한 18,4-6).
예수님께서 “내가 그 사람이다” 하신 말씀에 사람들은 하느님의 권능을 느꼈고, 예수님의 신성에 놀라 넘어졌다. 요한복음사가는 이 사건을 수난사 처음에 드러내어 예수님께서는 참 하느님이심을 증언하면서 수난 사건을 전개 시키고 있다. 따라서 복음사가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의 죽음을 처음부터 생생하게 전하면서 왜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이 십자가에 죽으셨는지를 이해시키고자 하였다.
또한 요한복음의 수난사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왕국’이다.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와의 대화 속에서 당신의 왕국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수난사는 이렇게 전한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다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내 왕국은 결코 이 세상 것이 아니다”(요한 18,36).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왕국이 이 세상 것이 아님을 말씀하시면서 당신 왕국의 실체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왕국은 어떠한 왕국인가? 빌라도가 “아무튼 네가 왕이냐?” 하고 재차 묻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신다.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 진리 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 듣는다”(요한 18,37).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왕이심을 부인하시지 않으시고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고 말씀하신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왕국은 곧 ‘진리의 왕국’이다. 이 세상 것이 아닌 진리의 왕국이 하느님의 왕국이다. 이처럼 진리를 증언하러 오신 분의 왕국은 세상에 진리를 증언하기 위한 왕국이다. 이는 하느님의 말씀인 ‘진리’가 이 왕국을 통하여 전해질 것임을 암시하신 것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왕국은 훗날 예수님의 부활을 통하여 하느님 자녀들의 공동체인 ‘교회’라는 모습으로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교회는 하느님의 왕국으로서 2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증언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인 진리를 전하고 있다.
요한복음사가는 이 위대한 왕국의 모습에 대해서 이미 깊은 관심을 가졌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는 하느님 왕국의 시민이다. 우리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운명하신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분의 죽음에 대해서 깊이 묵상하고, 하느님 왕국의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도록 해야 하겠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