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 성야(복음: 마태 2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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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3-30 09:40 조회8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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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는 밤
“무서워하지 말라. 너희는 십자가에 달리셨던 예수를 찾고 있으나 그분은
여기 계시지 않다. 전에 말씀하신 대로 다시 살아나셨다. 그분이 누우셨던
곳을 와서 보아라”(마태 28,5-6).
오늘 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최고의 전례를 지낸다.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신 전날 밤이기 때문이다. 이 밤을 교회는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는 전야’라고 부른다.
이 밤은 먼 옛날 히브리인들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나오던 날의 전날 밤을 상기시켜준다. 그날 밤 히브리인들은 긴장과 무서움 속에서 해방과 기쁨과 희망을 간직하며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그들은 하느님께서 이집트인들의 맏배들을 죽이신 무서움 속에서 자기들의 생명을 지켜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였다. 그날 밤 그들은 하느님의 지시대로 서둘러 짐을 꾸렸고 동이 터 오기를 기다리면서 마음 조였다. 히브리인들에게 그날 밤은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가슴 벅찬 밤이었다. 이제 밤이 지나면 그들은 깊고 넓은 홍해 바다 가운데로 마른땅을 밟고 걸어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서 노예가 아닌 자유인의 몸으로 평화스럽게 살게 될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과 생명력이 넘치는 밤이었다.
오늘 밤 그리스도인들은 히브리인들이 가졌던 해방과 기쁨과 희망 그리고 부활과 생명이 넘치는 밤을 지낸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서간에서 주님의 부활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과연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능력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로마 6,4).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서 부활하신 것은 우리의 부활과 새 생명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주님께서 부활하심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을 보여주신 것이며, 새 생명을 얻게 하신 것이다.
그러면 오늘 밤 전례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자.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는 오늘 밤 전례는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를 상기하면서 장엄하게 이루어진다. 전례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부분은 ‘빛의 예식과 부활 찬송’이다. 빛의 예식은 빛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따라서 이 예식은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시는 그리스도의 빛 속에 천상의 삶을 갈망하며 깨끗한 마음을 간직하는 축제이다. 이날 밤 불과 부활 초를 축복하고 찬란한 승리를 거두신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긴 부활 찬송을 노래한다. 주님께서는 세상에 오시어 비참하게 죽으셨지만 그 죽음은 승리였으며 세상을 비추시는 큰 빛이 되셨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처럼 죽음을 통하여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하며 세상을 비추어야 한다.
둘째 부분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말씀의 전례’이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들에게 행하신 구원의 긴 역사를 듣고 기억하면서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을 묵상하는 시간이다. 이날 밤에 읽는 독서는 구약에서 일곱, 신약에서 독서와 복음 둘, 모두 아홉 독서를 한다. 독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구약의 독서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이야기(제1독서), 우리의 성조 아브라함의 제사(제2독서), 이스라엘 백성이 바다 가운데로 마른땅을 밟고 건너간 사건(제3독서), 이사야 예언자가 말하는 영원한 사랑으로 자비를 베푸시는 주님에 대한 말씀(제4독서), 나에게 오너라. 너희에게 생기가 솟으리라. 내가 너희와 영원한 계약을 맺으리라(제5독서), 주님의 빛을 따라 밝은 길을 가라(제6독서), 정화수를 끼얹어 너희의 모든 부정을 깨끗이 씻어주고 새 마음을 넣어주리라(제7독서)이다. 그리고 신약의 독서는 바오로 사도가 말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그리스도께서는 다시는 죽는 일이 없을 것이다’이며, 복음은 마태오 복음사가가 전하는 안식일이 지나고 그 이튿날 동틀 무렵의 사건에 대한 말씀이다.
셋째 부분은 세례식과 세례 서약 갱신이다. 먼저 새로운 하느님의 자녀들이 태어나는 세례성사가 거행된다. 하느님의 자녀들이란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이 밤에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고 새 생명을 얻게 하는 세례 성사를 베푼다. 그러고 나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새로 태어난 형제들과 함께 세례 때에 약속한 신앙 서약을 주님 앞에서 다시 새롭게 한다. 마귀와 마귀의 모든 행실과 마귀의 모든 유혹을 끊어버릴 것을 약속하면서, 창조주이신 아버지와 부활하신 아들과 성령, 모든 성인의 통공,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에 대한 믿음을 하느님 앞에서 다시 서약한다.
넷째는 새로 태어난 하느님의 자녀들과 함께 거행하는 성찬의 전례이다. 주님의 부활을 믿고 따르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기념하면서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며 서로 형제적인 사랑을 나눈다.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이들은 하느님의 자녀들로 교회의 지체들이다. 이들은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으심을 전하며 주님의 부활하심을 온 세상에 선포하면서 살게 된다.
이제 이 밤이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것이다.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께서 부활을 통하여 당신의 모습을 세상에 분명하고 확실하게 드러내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밤은 하느님께서 주신 축복의 밤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처음 목격한 사건이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이른 새벽의 사건을 아주 자세하게 전하면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두 여자들에게 나타나셨음을 전하고 있다.
“안식일이 지나고 그 이튿날 동틀 무렵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러 갔다. 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하늘에서 주의 천사가 내려와 그 돌을 굴려내고 그 위에 앉았다. 그 천사의 모습은 번개처럼 빛났고 옷은 눈같이 희었다. 이 광경을 본 경비병들은 겁에 질려 떨다가 까무러쳤다. 그때 천사가 여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무서워하지 말라. 너희는 십자가에 달리셨던 예수를 찾고 있으나 그분은 여기 계시지 않다. 전에 말씀하신 대로 다시 살아나셨다. 그분이 누우셨던 곳을 와서 보아라. 그리고 빨리 제자들에게 가서 ‘예수께서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셨고 당신들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거기에서 그분을 뵙게 될 것이오’ 하고 알려라. 나는 이 말을 전하러 왔다’”(마태 28,1-7).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고 하늘에서 주님의 천사가 내려와 돌을 굴려내고 그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은 하느님의 권능이다. 그리고 천사의 모습이 번개처럼 빛나고 옷은 눈같이 희었다 함은 하느님의 현시이다. 여기에 경비병들은 겁에 질려 떨다가 까무러쳤다고 말한다. 이는 하느님의 현시에 놀라 겁에 질린 무서움이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 때에도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은 예수님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현시를 보고 무서워 떨었다.
그때 천사가 여자들을 안심시키면서 예수님께서 전에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음을 설명해주고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 있으라는 말씀을 전해 준다. 천사는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서 깨닫지 못하고 예수님의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해주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때 여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목격하게 된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여자들은 무서우면서도 기쁨에 넘쳐서 제자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려고 무덤을 떠나 급히 달려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예수께서 그 여자들을 향하여 걸어오셔서 ‘평안하냐?’ 하고 말씀하셨다. 여자들은 가까이 가서 그의 두 발을 붙잡고 엎드려 절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 여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마태 28,8-10).
여자들은 제자들에게 가는 도중에 부활하신 주님을 목격하였다. 여자들은 예수님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고 두 발을 붙잡고 절을 하였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본다는 것은 기절할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지만, 여자들이 다시 살아나신 주님에 대해서 동요를 가지지 않고 평안함을 가진 것을 보면 다시 살아나신 주님에 대해서 확신과 믿음을 가진 것 같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는 말을 전하도록 하신다. 이제 갈릴래아는 부활하신 주님과 제자들이 새롭게 만나는 장이 될 것이다. 갈릴래아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활동 무대였지만 이제부터는 제자들이 영적으로 예수님을 체험하는 장소가 된다. 그곳에서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면서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며, 예수님께서 행하신 메시아적 사명을 다하는 데 큰 힘을 기르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40일 동안 부활 시기를 지내게 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40일간의 부활 시기가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하고, 마음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중요한 시간이기를 바란다. 부활하신 주님에 대한 체험과 믿음은, 곧 우리의 신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 이 거룩한 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생명이 넘치는 참으로 거룩한 밤이며, 세상 사람들에게는 축복의 밤이 아닐 수 없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