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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일(복음: 루카 24,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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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4-16 16:59 조회62회 댓글0건

본문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일어난 일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주셨다”(루카 24,30).

 

오늘은 부활 제3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두 사람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한 사건이다. 엠마오는 유다 지방의 한 성읍으로 그 위치는 현재 분명하지 않다. 이 동네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단서는 예루살렘에서 12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라고 말하는 루카 복음서의 한 구절이며, 성서 외적인 증거와 전승에 나타나는 것으로 예루살렘 서쪽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한 사건이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주는 성사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 복음을 살펴보자.

“바로 그날 거기 모였던 사람들 중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한 삼십 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엠마오라는 동네로 걸어가면서 이 즈음에 일어난 모든 사건에 대하여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가가서 나란히 걸어가셨다. 그러나 그들은 눈이 가리워져서 그분이 누구신지 알아보지 못하였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길을 걸으면서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하고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인 채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글레오파라는 사람이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던 사람으로서 요새 며칠 동안에 거기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다니, 그런 사람이 당신 말고 어디 또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무슨 일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이렇게 설명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에 관한 일이오. 그분은 하느님과 모든 백성들 앞에서 그 하신 일과 말씀에 큰 능력을 보이신 예언자였습니다. 그런데 대사제들과 우리 백성의 지도자들이 그분을 관헌에게 넘겨 사형선고를 받아 십자가형을 당하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해주실 분이라고 희망을 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이미 처형을 당하셨고, 더구나 그 일이 있은 지도 벌써 사흘째나 됩니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인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을 찾아가보았더니 그분의 시체가 없어졌더랍니다. 그뿐만 아니라 천사들이 나타나 그분은 살아 계시다고 일러주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보았으나 과연 그 여자들의 말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했습니다’”(루카 24,13-24).

복음의 배경을 보면 안식일 다음 날이었다. 동이 채 트기도 전 이른 새벽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요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가 무덤에 갔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그리고 그들은 그날 새벽에 일어난 일들을 제자들에게 가서 알렸다. 여자들이 새벽의 사건을 말하고 있을 때 열한 명의 제자들과 그 외에 다른 여러 사람들이 함께 듣고 있었다. 그때 거기에서 여자들의 말을 들었던 사람들 중에 두 사람이 그날 엠마오라는 동네에 가고 있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가가시어 함께 걸어가신 것이다. 

예수님께서 두 사람과 길을 동행하심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의 긴 삶의 여정에 주님께서 함께하시는 모습이다. 즉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가가시어 나란히 걸어가심은 우리의 길고 험한 삶의 여정에 동반자로서 함께하시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서 함께하고 계심을 알지 못하였다.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때에 예수께서 ‘너희는 어리석기도 하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그렇게도 믿기 어려우냐? 그리스도는 영광을 차지하기 전에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시며 모세의 율법서와 모든 예언서를 비롯하여 성서 전체에서 당신에 관한 기사를 들어 설명해주셨다”(루카 24,25-27).

예수님께서는 성서의 말씀을 깨닫지 못한 그들의 어리석음을 책망하신다. 그리고 예언서에 기록된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면서 율법서와 예언서와 성서 전체에서 설명하고 있는 그리스도에 관한 이야기를 말씀해주셨다.

예언자들의 삶이 그러하였듯이 구약의 예언들은 한결같이 그리스도께서는 영광을 차지하기 전에 반드시 고난을 겪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있었다. 사실 구약의 예언자들과 그리스도에 관한 이야기는 구약성서 전체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예언자들의 삶을 보면 모세 이래 예언자들은 백성들을 위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중재 역을 맡아왔다. 그리고 예언자들은 야훼의 종으로서 하느님의 백성들 앞에서 그들의 사명을 다하였다. 그러나 예언자들은 모두가 백성들로부터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 죽음을 당하였다. 아합의 시대에는 예언자들이 집단으로 피살되었고(1열왕 18,4.13), 므나쎄 치하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으며(2열왕 21,16), 여호아킴 시대에도 예언자 우리야가 죽었다(예레 26,23). 그리고 느헤미야 시대에도 예언자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느헤 9,26).

예수님께서도 예언자들의 죽음에 대해서 “예루살렘아, 너는 예언자들을 죽이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을 돌로 치는구나!”(루카 13,34)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야훼의 종인 예언자들의 죽음은 예언자들에게 있어서 극치를 이루는 영광스러움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사야 예언자는 ‘살해당하는 어린양’, 즉 그리스도의 죽음(이사 53,7-8)에 대해서 이미 예언하였다. 따라서 “하느님의 어린양, 그리스도는 반드시 고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성서가 말하는 모든 것이었다.

예수님께서 성서의 말씀을 설명해주시는 사이에 그들은 엠마오라는 동네에 거의 다다르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그들은 예수님께서 함께 동행하셨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였다. 복음은 다시 이렇게 전한다.

“그들이 찾아가던 동네에 거의 다다랐을 때에 예수께서 더 멀리 가시려는 듯이 보이자 그들은 ‘이젠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우리와 함께 묵어가십시오’ 하고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집으로 들어가셨다.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주셨다. 그제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는데 예수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서를 설명해주실 때에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루카 24,28-32).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때와 성서를 설명해주실 때에 느꼈던 뜨거운 감동에 대해서 회상한다. 이는 성체성사의 신비이다. 오늘날 말씀의 식탁과 성찬의 식탁을 통하여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있는 성체성사를 미리 보여주는 사건임을 알 수 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에 제자들에게 주셨던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신 성체성사의 신비가 오늘 두 제자들에게 드러나게 되었다. 참으로 감동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빵의 형상을 통하여 우리와 함께하시고자 하신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주님은 현존하신다. 따라서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믿고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들은 성찬의 식탁에서 주님과 함께 빵을 떼어 나눌 때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그 체험을 형제들과 함께 나누게 된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 속에 숨겨진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고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처럼 부활하신 주님은 성체성사를 통하여 항상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우리의 길고도 힘든 인생 여정에 함께 걸어가신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시어 미움에서 사랑을, 절망에서 희망을, 슬픔에서 기쁨을, 어둠에서 빛을, 의혹에서 신앙을 주신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한 두 사람은 바로 그곳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간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그들은 곧 그곳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가보았더니 거기에 열한 제자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주께서 확실히 다시 살아나셔서 시몬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도 길에서 당한 일과 빵을 떼어주실 때에야 비로소 그분이 예수시라는 것을 알아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루카 24,33-35)

제자들은 여러 사람들의 증언과 자신들의 체험을 통하여 점점 부활하신 주님에 대한 믿음이 깊어져가고 있었다. 이렇듯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주님을 목격한 여러 사람들의 증언에 따라 퍼져나가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었다. 따라서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믿는 이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며, 주님의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게 된다. 이처럼 그리스도이시며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구원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완성되고 이루어졌다.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서를 설명해주실 때에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