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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강림 대축일(복음: 요한 20,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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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5-18 14:48 조회146회 댓글0건

본문

 

성령께서 오심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오늘은 성령께서 오신 날을 기념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이다.

성령께서 오심은 이제 예수님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성령의 시대, 곧 성령의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성령의 역사는 교회의 역사이다. 따라서 오늘은 교회의 역사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교회는 성령이 오신 날,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믿고 받아들이는 새로운 하느님의 자녀들로 구성된 공동체로 새롭게 태어난다.

성령은 예수님께서 보내주셨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심은 성령을 보내시기 위한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실은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는 더 유익하다. 내가 떠나가지 않으면 그 협조자가 너희에게 오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보내겠다”(요한 16,7).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만찬을 나누시던 날 밤에 제자들에게 하신 성령에 대한 약속의 말씀이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성령에 대한 약속이 오늘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면 성령께서는 언제 오셨는가? 성령의 오심에 대해서 오늘 제1독서인 사도 행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 위에 내렸다”(사도 2,1-3).

성령께서 오신 날은 오순절이었다. 그러면 오순절은 어떤 날인가? 오순절에 대해서 잠시 알아보자. 왜냐하면 오순절의 의미와 성령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순절은 이스라엘 축제 중의 하나였는데 이 축제는 이스라엘의 큰 축제 중 두 번째 것으로서 한 주기 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 오순절은 처음에 농경 생활의 축제였는데 성전 파괴 이후 유다인들은 이 절기를 시나이 산의 율법 수여를 기념하는 축제로 거행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지상에 새로운 계약이 시작되는 성령 강림을 축하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이 되었다. 

오순절의 기원을 보면 오순절은 과월절과 초막절과 함께 이스라엘의 3대 축제 중의 하나였다. 처음에는 ‘추수절’로 추수의 축제로서 기쁨과 감사의 날이었으며, 이날 땅에서 거두어들인 첫 곡식을 하느님께 바쳤다고 한다. 이 축제에 대한 다른 명칭으로서 가장 오랜 이름은 ‘맥추절’이었다. 이는 보리와 밀을 수확하는 가을의 절기라는 뜻이다. 그리고 추수된 밀의 첫 열매들이 하느님께 바쳐지는 특별한 축제의 의미로 ‘칠칠절’이라고도 불렸는데 보리의 수확을 시작으로 해서 밀의 수확을 끝내는 기간으로 보리와 밀의 추수 전체 기간을 약 7주(7x7)로 계산한 것이었다. 이날 이스라엘 백성들은 비와 풍요를 주시는 하느님께 많은 수확을 거두게 해주심에 감사드렸으며, 그 기간을 특별히 신성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훗날 헬라인과 유다인들은 이 축제를 7주(50일)간의 추수 기간을 의미하는 ‘오순절’로 불렀다. 이처럼 오순절은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날’의 의미인 ‘추수절’로 그리고 ‘맥추절’ 또는 ‘칠칠절’이라 부르면서 지냈다.

그런데 훗날 오순절 의식이 추수와 다른 의미를 지닌 ‘계약 체결의 기념일’로 바뀐다. 이날을 ‘계약 체결의 기념일’로 지낸 것은 기원전 2세기경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랍비 문헌들과 사해의 쿰란 사본에 의하면 신약 시대의 초기(A.D. 70년)에 계약 체결의 기념이 일반화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순절이 계약 체결의 의식으로 바뀐 것은 과월절(유월절)이 출애굽과 연결되었고, 초막절(장막절)이 광야 체험과 연결되었기 때문에 후기 유다교 랍비들은 오순절을 계약 체결과 연결시키려고 시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날 히브리인들은 율법 선포를 기념하였다. 이 기념일은 그들이 누리는 자유가 이집트 탈출이라는 비싼 값을 치르고 얻은 것이었으며, 하느님의 손길에 의한 것임을 대대로 기억하기 위한 계약의 축제였다. 따라서 계약의 축제는 곧 하느님께서 손수 인간의 마음 안에 새겨주신 ‘법’의 축제였다.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법이야말로 인간이 누리는 최고의 자유를 영원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법인 ‘계약의 준수’가 그들에게 영원한 해방과 자유 그리고 생명을 준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성령께서 오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소중한 날에 성령을 보내주셨다. 이로써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계약을 체결하셨던 오순절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성령 강림’일이 되었다. 따라서 성령 강림은 이스라엘 조상들이 지낸 ‘추수절’과 ‘맥추절’, ‘칠칠절’ 그리고 ‘오순절’과 연관을 가지면서 ‘계약 체결의 기념일’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성서를 보면 성령이 오시는 날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고,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우더니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각 사람 위에 내렸다고 전한다. 바람과 불의 현상을 나타낸 것은 곧 하느님의 현시이다. 구약에 있어서의 하느님의 현시와 똑같은 표징들이다. 출애굽기는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나타나실 때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치고 시나이 산 위에 짙은 구름이 덮이며 나팔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자 진지에 있던 백성이 모두 떨었다. 모세는 백성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만나보게 하려고 진지에서 데리고 나와 산기슭에 세웠다. 시나이 산은 연기가 자욱하였다. 야훼께서 불속에서 내려오셨던 것이다”(출애 19,16-18).

그리고 하느님께서 엘리야에게 나타나실 때도 “야훼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 한 줄기가 일어 산을 뒤흔들고 야훼 앞에 있는 바위를 산산조각내었다”(1열왕 19,11)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천둥소리와 번개, 짙은 구름과 나팔소리, 강한 바람 모두는 하느님의 현시를 나타내는 표징들이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불의 형상으로 불속에서 내려오셨다. 성령께서 오신 날도 그러하였다고 전한다. 성령이 오신 날도 세찬 바람이 일었고, 불길이 갈라지며 사람 위에 내렸던 것이다. 하느님의 현현이었다. 이는 성령께서 하느님이심을 나타내신 것이다. 성령께서는 곧 하느님이시다.

이제 육신을 지니신 하느님께서는 죽으심과 부활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계신 곳으로 올라가시고 대신 다른 육신을 지니신 하느님의 영께서 오셨다. 이처럼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는 대신 하느님의 영을 보내주셨다.

그러면 오늘 복음을 살펴보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성령을 주신다.

“안식일 다음 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어떤 집에 모여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들어 오셔서 그들 한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하셨다. 그러고 나서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예수께서 다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하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말씀하신 다음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숨을 내쉬시며 말씀을 계속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19-23).

죄란 하느님을 거역하여 하느님과 단절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형제들과도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불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죄의 용서에 대한 말씀을 하시면서 세상에 나아가 세상 사람들을 하느님과 화해시키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권한을 주셨다.

예수님께서는 죄의 용서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들인 형제들이 서로 사랑하여 하나가 되기를 바라셨다. 교회는 이처럼 성령에 의해서 죄를 용서받은 하느님의 자녀들로 새롭게 태어나는 공동체이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독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그러합니다.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우리는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같은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1고린 12,12-13).

우리는 모두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었으며, 우리는 한 몸이 되었다. 이는 우리가 모두 같은 성령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바오로 사도는 말한다. 하느님이신 성령께서는 이처럼 우리를 주님과 한 몸이 되게 하셨고, 형제들과 하나되게 하셨다. 성령이 오신 오늘은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넘치는 날이다.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다.

 

“오소서, 성령이시어, 믿는 이들 마음을 충만케 하시며, 

그들 안에 사랑의 불을 놓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