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복음: 요한 6,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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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5-29 13:33 조회10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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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와 성혈
“정말 잘 들어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요한 6,53).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를 특별히 기념하고 그 신비를 묵상하는 날이다. ‘성체 성혈 대축일’은 ‘삼위 일체 대축일’ 다음 첫 목요일이나 주일에 지내도록 되어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주일에 지내고 있다. 이 축일은 1264년 교황 우르바노 4세 때부터 공적으로 지내기 시작하였으며, 성체 축일과 성혈 축일을 따로 지내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다음부터 함께 기념되고 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신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은 당신의 죽음을 하루 앞두고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누시던 성목요일 저녁이었다. 예수님께서 성목요일 저녁에 가지신 최후 만찬은 과월절 식사였는데 이 식사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예수님께서는 과월절 어린양이 희생되는 시각에 죽으실 것을 아시고 과월절 식사를 하루 앞당겨 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식사를 하시는 도중에 예수님께서는 과월절 의식을 충분히 상기시키시면서 이 의식에다 당신께서 새로이 제정하신 ‘파스카’ 의식을 덧붙이신 것이다. 따라서 이 성찬, 즉 성체성사는 과월절을 배경으로 한 ‘파스카’의 식사이다.
당시 예수님 시대의 유다교 ‘과월절(유월절)’ 축제는 모세 율법에 충실한 사람들로 하여금 예루살렘에 모여 ‘과월절’ 어린양을 봉헌하고 그것을 먹도록 했다. 이것은 이집트의 종살이로부터 히브리인들을 해방시킨 출애굽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그러면 과월절 음식을 통하여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신 이스라엘의 ‘과월절(유월절)’ 축제를 살펴보자. 원래 이스라엘에는 목자들의 의식인 가정 축제가 있었다. 이때 그해에 난 어린 동물이 야훼께 바쳐졌는데 이것은 가축에 하느님의 축복을 빌기 위해서였다. 제물은 흠 없는 숫양이나 숫염소였다(출애 12,5). 따라서 과월절의 기원은 모세와 출애굽 시대를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과월절(유월절)에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은 바로 출애굽이었다. 출애굽 이후 과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과 일치를 이루는 축제로 변하였다. 다시 말해서 과월절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인 출애굽의 기념제가 되었다. 그런데 출애굽 사건 중에 중요하고 충격적인 사건은 열 번째 재앙으로서 이집트인들의 맏배를 죽이시면서 당신의 백성들은 죽이지 않으신 것이었다. 따라서 과월절은 하느님께서 이집트를 치시면서 그분에게 충실한 이들을 아껴주셨다는, 즉 생명을 주셨다는 사실을 회상하게 하였다. 그래서 과월절이라는 명칭은 이집트인들은 죽이시면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거르고 지나가셨다는 야훼 하느님의 행차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이며, 야훼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죽이지 않으시고 지나가셨다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유월절이란 명칭 역시 과월절이란 말과 똑같은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어린양의 피’가 등장하였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맏배가 죽지 않은 상징적인 매개체가 희생이 담긴 ‘어린양의 피’였다.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바름으로써 이스라엘 백성들은 죽음을 피할 수가 있었다.
이 축제는 추수 계절인 아빕 달(유배 이후 니산 달이라 불렀다) 14일, 춘분의 만월 저녁에 거행되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때에 과월절에 무교절이 융합되었다. 무교절은 가나안 농업의 축제였는데 이 무교절 축제는 원래 과월절과 구별되었다. 이 두 축제는 같은 봄철에 지내면서 한때 과월절과 융합되는 것(출애 12,15-20)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월절 축제는 정월 14일에 지켜지고, 무교절 축제는 15일에서 21일 사이로 고정되면서 하루 사이로 서로 구별되면서 함께 지냈다. 무교절 축제는 햇곡식을 바치는 축제와 함께 지냈다. 그러면서 이 축제 역시 출애굽 사건과 관련지어 이스라엘의 전통적 축제가 되었다. 무교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 반죽이 부풀기 전에 그것을 들고 급히 집을 나설 정도로 출발을 서둘렀던 것을 회상했다. 전례력을 보면 과월절과 무교절은 어떤 때는 구분되었고(레위 23,5-8), 어떤 때는 융합되기도 하였다(신명 16,1-8).
아무튼 매년 거행하는 과월절(유월절) 가운데서 현실화되는 것은 출애굽의 구원 사건이었다. 이 축제의 깊은 의미는 이스라엘의 긴 구원의 역사 속에서 힘들고 고통을 당할 때마다 항상 관여하시는 하느님의 애정이 담긴 손길이었다. 그리고 이집트로부터의 해방은 이스라엘이 이민족들로부터 침략당하여 노예 생활을 겪을 때마다 간절하게 회상되었다. 이후 과월절 축제는 여러 세기에 걸쳐서 변천해갔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오랜 전통의 가정 축제였던 ‘과월절’ 축제를 성전 축제로 바꿨던 신명기 개혁이었다.
유배에서 돌아온 이후 과월절(유월절)은 이스라엘의 가장 탁월한 축제가 되었다. 과월절을 준비하지 않는 경우 유다인 공동체에서 추방당했다. 따라서 과월절은 전례 주년 중에 가장 많은 순례객이 모여드는 축제의 하나가 되었다.
이스라엘의 기구한 역사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축제를 통하여 새로운 이집트 해방을 꿈꾸었고, 하느님께서 해방을 꼭 이루어주시리라는 희망을 간직하였다. 그리고 하느님의 큰 사명을 가지고 오시리라는 메시아에 대한 확신과 기다림이 그들을 애타게 했다. 따라서 과월절 축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메시아에 대한 크고 희망찬 기다림의 날이 되었다. 유다인들은 매년 과월절 음식인 어린양과 빵을 들면서 메시아의 오심을 고대하고 있었다. 과월절 식사는 메시아의 기다림이었다.
그런데 메시아는 오셨던 것이다.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는 과월절에 참석하셨는데 그분의 목적은 과월절을 완성하시는 일이었다. 그 완성의 시간(수난과 부활)이 다가오면서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는 과월절 음식을 당신의 몸과 피로 내어주셨다. 즉, 희생당한 어린양을 ‘당신의 몸’으로 내어놓으셨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과월절 음식의 의미를 조금씩 변화시킬 말씀을 하시고 행동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만찬인 과월절 음식인 어린양과 빵에 당신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는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그런데 당신의 몸인 빵에 대한 말씀은 전에 이미 하신 적이 있으셨다. 그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이 오늘 복음이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유다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내어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서로 따졌다. 예수께서는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기 때문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이 빵은 너희의 조상들이 먹고도 결국 죽어간 그런 빵이 아니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51-58).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은 구원이며, 새로운 메시아 시대의 해방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구원과 해방이 지금 ‘당신의 살’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을 언급하셨다. 당신의 살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며, 생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이때 유다인들은 예수님의 ‘살’에 대해서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구원, 즉 영원한 생명은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에 있음을 거듭 강조하셨다. 이제 예수님의 ‘살과 피’는 메시아를 애타게 기다리는 과월절 음식과는 달리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는 새로운‘파스카’ 음식으로 바뀐다. 이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의 살과 피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성체성사인 성찬의 제사로 주어졌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새로운 과월절(유월절) 음식인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기억하면서 ‘예수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시다’를 마음속 깊이 간직한다.
모세는 오늘 제1독서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 하느님 야훼를 잊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께서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내주시지 않았느냐? 저 끝없고 두렵던 광야, 불뱀과 전갈이 우글거리고 물이 없어 타던 땅에서 너희 발길을 인도해주시며 차돌 바위에서 물이 터져 나오게 해주시지 않았느냐? 또 너희 선조들이 일찍이 먹어보지 못한 만나를 너희에게 먹여주시지 않았느냐?’”(신명 8,14-16)
이스라엘 백성들은 과월절 음식을 통하여 하느님의 구원과 해방을 기억하면서 하느님의 생명과 사랑을 마음에 간직하였다. 그리고 메시아가 오실 것을 기다리며 그 희망 속에서 살았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서 내어주신 살과 피를 통하여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기억하면서 주님의 사랑과 영원한 생명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오실 주님의 재림인 종말론적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성찬에서 이루어지는 주님의 몸과 피는 과거의 사건을 기념하는 것만이 아니라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면서 주님께서 계시는 종말의 세계, 즉 천상 잔치를 그리워하며 실현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먹고 마시는 성체와 성혈은 참으로 천상 양식이며 천상 음료이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니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