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4주일(복음: 루카 1,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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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12-16 08:48 조회38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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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에 그의 뱃속에 든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 큰소리로 외쳤다”(루카 1,41).
오늘은 대림절 제4주일이다.
이제 성탄이 한 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 주일만 지나면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오시는 날이다.
오늘 복음은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잉태 소식을 들은 후에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장면이다.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잉태 소식을 듣자 멀리 유다 산골에 사는 엘리사벳을 방문하였다. 성서는 왜 마리아가 친척 엘리사벳을 찾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천사 가브리엘이 엘리사벳의 잉태에 대해서 말해주었기 때문에 찾은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들 하였지만, 그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진 지가 벌써 여섯 달이나 되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루카 1,35-37).
천사는 마리아에게 성령에 의한 메시아의 잉태를 알려주었고, 믿지 못하는 마리아에게 그 증거로서 친척 엘리사벳의 잉태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마리아는 천사의 말이 있고 나서 얼마 뒤에 멀리 유다의 땅에 살고 있는 엘리사벳을 찾아갔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며칠 뒤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걸음을 서둘러 유다 산골에 있는 한 동네를 찾아가서 즈가리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을 드렸다”(루카 1,39-40).
유다의 땅은 어떤 곳인가? 잠시 유다의 땅에 대해서 알아보자. 유다의 땅은 특히 신약성서에 자주 나오는 이름으로 성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유는 유다의 땅인 베들레헴에서 메시아가 탄생하셨고, 또한 유다의 땅인 예루살렘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메시아의 구원 역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다의 땅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 두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당시 팔레스티나, 즉 이스라엘은 크게 세 지방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갈릴래아 지방과 사마리아 지방과 유다 지방’이었다. 지리적으로 갈릴래아 지방은 북쪽에 위치해 있었고, 사마리아 지방은 중간에, 그리고 유다 지방은 남쪽에 있었다. 북쪽에 있는 갈릴래아 지방은 예수님의 활동 무대로서, 예수님께서는 나자렛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셨고, 갈릴래아 호수 주변에서 전도하셨다. 유다 지방과 갈릴래아 지방 사이에 있는 사마리아는 이방인들과 함께 섞여져 사는 지방이었다(다해-연중 제13주일 참조). 팔레스티나의 남쪽에 있는 유다 지방은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과 관련되어 유다 지파에게 주어진 땅이었다. 당시 유다 지파에게 분배된 영토는 지중해까지였으나, 실제로 분배할 때는 이스라엘이 지중해 연안 지역을 미처 점령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다 지방은 북쪽을 제외하고는 천연의 경계선을 이루어 방어벽을 이루고 있는데, 서쪽은 가파른 계곡이 있으며, 남쪽은 네겝 사막이, 동쪽은 사해와 요르단 계곡으로부터 가파르게 솟아 있는 험한 지형의 방대한 유다 광야가 있다. 유다 지파 사람들은 그 자그마한 들판과 층계식으로 된 구릉에서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했다.
유다 지방에 대한 변천 과정을 보면 대단히 복잡하다. 이스라엘이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후 유다 지방은 느헤미야가 다스리던 예루살렘 주변의 매우 조그만한 지역이었으나, 그 후 마카베오 통치하에서는 갈릴래아, 사마리아, 이두래아를 합병했으며 멀리 아라비아의 국경 지방들과 접해 있는 트란스 요르단의 전 지역까지 포함되었다. 그러나 로마 시대에는 로마가 헤로데를 지명하여 이전 영토를 다스리는 유다의 왕으로 세우자 유다 지방의 땅은 다시 헤로데가 다스리는 조그만 지역이 되었다. 비록 엄격한 의미에서 유다 지방은 예루살렘 주변의 한정된 지역이었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때때로 유다 지방이 넓게 확대되었음을 볼 수 있다.
유다 지방은 한 면이 70km 되는, 거의 정방형 모양이었고, 예루살렘의 북쪽 멀리까지는 확장되지 않았으나 후에 사마리아 지방과 접하는 분계선으로 계속 유지되었다. 유다 지방은 특히 산지로서 석회암으로 된 거대한 요새지가 600m에서 1,400m에 걸쳐 있었다(헤브론의 북쪽). 이곳은 전통적인 ‘광야’ 또는 ‘사막’으로 샘이 거의 없어서 인구가 적었다. 교역자들은 항상 유다 지방을 통과했고, 특별한 경우에만 산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다 지방의 동쪽 관문에는 3개의 오아시스가 있는데, 하나는 헤브론의 맞은편, 즉 사해의 서쪽 중앙 기슭에 있는 ‘아인 이디’이고, 또 하나는 예리고에서 남쪽으로 16km 떨어져 있으며 사해에 접해 있는 ‘아인 페쉬카’(쿰란 근처의 동굴에서 세상을 놀라게 한 사해 두루마리 ‘Dead Sea Scrolls’가 발견됨으로써 유명해졌음)로서 거기에서부터 여행자들은 베들레헴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예리고인데 거기에는 ‘엘리사의 샘’(Fountain of Elisha)이 있으며 곧 바로 예루살렘으로 이어진다.
당시 엘리사벳은 유다 지방의 산골에 살았는데 그곳이 ‘아인 카림’(Ain Karim)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엘리사벳의 남편 즈가리야가 성전 제사장이었기 때문에 예루살렘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인 카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진다. 아인 카림은 유다 지방의 지형이 말해주듯이 험한 계곡으로 이루어진 산골 마을이다.
루카 복음 사가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아가 만나는 감동적인 모습을 이렇게 전한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에 그의 뱃속에 든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 큰소리로 외쳤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주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에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루카 1,41-45).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 태중의 아기가 뛰놀았다는 표현으로 세례자 요한이 태중에서 성령에 의해 사로잡혔음을 말하고 있다. 즉 주님에 앞서 세상에 태어날 세례자 요한이 성령으로 잉태한 주님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방문을 통하여 축성되고 성령으로 충만하였음을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성령을 가득히 받은 엘리사벳이 큰 소리로 주님과 주님의 어머니를 찬양한다. 엘리사벳은 주님을 찬양하면서 ‘약속하신 말씀’에 대해서 말한다. ‘약속하신 말씀’이란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의 탄생에 대한 위대한 예언이었다. 오늘 제1독서에 메시아의 탄생에 대한 미가의 예언이 이렇게 나온다.
“에브라다 지방 베들레헴아, 너는 비록 유다 부족들 가운데서 보잘것없으나 나 대신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 너에게서 난다. 그의 핏줄을 더듬으면, 까마득한 옛날로 올라간다. 그 여인이 아이를 낳기까지 야훼께서는 이스라엘을 내버려두시리라. 그런 다음 남은 겨레들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돌아오면, 그가 백성의 목자로 나서리라”(미가 5,1-3).
미가는 이미 메시아의 탄생을 예고하였고 태어나실 장소에 대해서도 베들레헴이라고 분명하게 언급하였다. 따라서 이 예언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말씀’, 즉 메시아의 탄생에 대한 말씀이었다.
미가는 누구인가? 미가라는 이름의 뜻은 “누가 하느님 같은 사람인가?”이다. 이와 비슷한 미카엘(Michael)이란 이름도 역시 ‘누가 하느님(EL) 같은 사람인가?’라는 뜻이다. 미가는 모레셋 출신으로 ‘모레셋 사람’이라고도 불렀다(예레 26,18). 또한 미가서 1장 14절에는 그를 ‘모레셋 갓-가드 모레셋’이라고 나오는데 이것은 모레셋이 불레셋 사람의 성읍인 가드 부근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가는 유다 왕 요담(B.C. 738년-B.C. 733년)과 아하즈(B.C. 733년-B.C. 716년), 그리고 히즈키야(B.C. 716년-B.C. 687년)의 통치 시대에 예언자로 활약하였다. 미가는 이사야와 동시대의 젊은 예언자로서 이사야처럼 유다에서 예언했으며 예루살렘에서도 예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위대한 예언자는 비록 이사야처럼 왕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하거나 정치적 문제에 그의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예언서의 형식과 내용에는 이사야와 매우 유사한 점이 많았다. 미가는 이사야처럼 그의 예언 가운데서 사마리아뿐 아니라, 유다와 예루살렘에서도 성행했던 이교도적 제사 의식을 신랄하게 비난하였다. 그리고 미가는 4장과 5장에서 메시아 소망에 대한 예언을 하였는데 이사야서(2,2-4)에서 발견되는 우주적인 평화를 노래하는 시로써 시작하였다. 거기에는 오늘 복음에서처럼 메시아의 탄생 장소로서 베들레헴을 언급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비록 유다의 땅은 부족들 가운데 보잘것없으나 위대한 목자가 나리라는 예언이었다.
메시아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이 곧 이루어지려 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신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에서 두 사람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노래하며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다.
이제 한 주일만 있으면 먼 옛날 하느님께서 약속하셨던 메시아가 탄생하신다. 우리는 온 정성을 다해 메시아의 오심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며 축복이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