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복음: 마태 2,1-12)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12-30 08:57 조회295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두 개의 별
“그때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마침내
그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마태 2,9).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이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이 세상에 드러난 날로서 동방박사들이 예수님께 경배하러 왔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주님 공현은 ‘빛과 계시’의 축제이며 성탄 시기를 절정으로 이끈다. 이는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별이 하느님의 영광을 상징하면서 아기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알아보도록 깨우쳐주는 빛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것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방인들이 메시아를 찾고자 하는 상징적인 구도의 길이기도 하다. 복음은 동방박사들의 방문을 이렇게 전한다.
“예수께서 헤로데 왕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나셨는데 그때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마태 2,1-2).
동방박사들의 방문은 그리스도의 탄생 소식이 목자들을 통하여 유다인에게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이방인들에게도 전해졌음을 보여준다. 복음 사가는 동방박사들의 신분을 밝히려는 시도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동방에서 왔다고만 말하는데 동방이란 아라비아나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그 외 동방 지역을 뜻한다. 그들은 별의 움직임을 알았고 의미도 이해했는데, 별에 대한 지식은 고대 근동 지방의 여러 민족들에게 깊이 뿌리박고 있었던 과학이었다. 복음 사가는 동방박사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다만 그들이 먼 이방인 지역에서 왔으며 성서의 예언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하고 있다. 성서의 예언이 오늘 제1독서에 이렇게 나온다.
“민족들이 너의 빛을 보고 모여들며, 제왕들이 솟아오르는 너의 광채에 끌려오는구나. 머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아라. 모두 너에게 모여오고 있지 않느냐? 너의 아들들이 먼 데서 오고, 너의 딸들도 품에 안겨 온다”(이사 60,3-4).
이사야 예언자는 메시아가 오실 때 먼 곳에서 제왕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예언하였으며, 구체적으로 “큰 낙타 떼가 너의 땅을 뒤덮고, 미디안과 에바의 낙타들이 우글거리리라. 사람들이 세바에서 찾아오리라”고 하였다. 예언자 이사야는 이방인 지역으로 ‘미디안, 에바, 세바’(가해-주님 공현 대축일 참조)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왕이 당황한 것은 물론, 예루살렘이 온통 술렁거렸다. 왕은 백성의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다 모아 놓고 그리스도께서 나실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예언서의 기록을 보면, ‘유다의 땅 베들레헴아, 너는 결코 유다의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영도자가 너에게서 나리라’ 하였습니다.’ 그때에 헤로데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정확히 알아보고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가서 그 아기를 잘 찾아 보시오. 나도 가서 경배할 터이니 찾거든 알려주시오’ 하고 부탁하였다”(마태 2,3-8).
헤로데는 메시아께서 탄생하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당황하였고 백성의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동방박사들이 말한 이야기에 대해서 물었다. 그들은 미가 예언서에 예언된 베들레헴에 대한 예언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복음은 다시 이렇게 전한다.
“왕의 부탁을 듣고 박사들은 길을 떠났다. 그때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마침내 그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이를 보고 그들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박사들은 꿈에 헤로데에게로 돌아가지 말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나라에 돌아갔다”(마태 2,9-12).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찾은 구체적인 사실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언제 떠나서 언제 예루살렘에 도착했는지, 얼마 동안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는지, 언제 아기 예수님이 계신 곳에 도착하였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또한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별이 어떻게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어 섰는지도 전하고 있지 않다. 어떤 학자들은 동박박사들이 찾아온 것은 메시아께서 태어나시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때였다고 말하는데, 이는 헤로데 왕이 두 살 이하의 어린아이들을 모두 죽였던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다. 이렇듯 동방 박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별에 대한 전설들로 전해질 뿐이다.
그러면 별에 대해서 잠시 알아보자. 우리는 동방박사의 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모두가 전설적인 이야기들이다. 별의 전설 중에는 동방 박사들을 인도한 별이 두 개였다고도 하는데 하나는 처음 메시아가 태어나셨음을 알려준, 유다의 땅으로 인도한 별이고, 또 하나는 동방박사들이 유다의 땅 예루살렘에 도착해서 베들레헴으로 아기를 찾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준 별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동방박사들은 첫 번째 별이 나타남을 보고 유다의 땅에서 ‘유다인의 왕’이 태어나셨음을 알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유다인의 왕’이란 유다인만을 위한 왕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동방 박사들은 별의 나타남으로 ‘왕 중의 왕’인 위대한 인류의 왕이 태어나셨음을 안 것이다. 즉 메시아가 태어나셨음을 알았다. 그래서 동방박사들은 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유다의 땅으로 메시아를 찾아 나섰다. 복음서는 유다의 땅으로 별이 인도하였다고 전하지만 동방박사들이 유다의 땅에 왕이 태어났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별의 인도 없이도 유다의 땅을 찾아 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동방박사들은 아기가 태어난 정확한 장소는 몰랐다. 그들은 헤로데에게 가서 물었고 헤로데는 예언서에 기록된 대로 베들레헴을 알려주었다.
동방박사들은 헤로데의 도움을 받아 베들레헴으로 길을 떠날 수 있었다. 그러면 동방박사들이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 복음은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멈추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별에 대해서 두 번째 별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방박사들이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별이 멈추어 섰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팔레스티나에는 이를 설명하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동방박사들이 ‘두 번째 별’을 보았다고 하는 우물이 베들레헴에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별의 전설은 이렇다. 동방박사들이 베들레헴에 이르렀을 때는 대낮이었다. 박사 한 사람이 물을 뜨기 위해서 주막의 우물로 갔었는데 그가 물을 뜨기 위해 우물 속을 내려다보았을 때 우물 속에서 찬란히 비치고 있는 별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가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별 하나가 직접 그의 머리 위에서 비치고 있었다. 이러한 기이한 상황을 박사는 별이 멈추어 서 있는 것으로 보았고 박사들은 바로 자기들이 오려고 했던 장소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즉 그곳이 아기가 태어난 장소라고 확신하였다. 박사들이 사람들에게 물어 보자 사람들은 ‘목자들의 방문’과 ‘다윗의 동네에서 구세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이시니라’라고 한 천사의 말씀을 전해주었고, 박사들은 더욱 확신을 가지고 아기가 태어난 장소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동방박사들의 별에 대한 이야기는 천문학적으로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으나 그것으로 메시아의 탄생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불완전하고 미흡한 점이 많다. 복음서는 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 없이 아기 예수가 있는 곳에 이방인들을 인도했다는 점 외에는 더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 복음서가 하느님의 아드님의 탄생에 대해서 직접적인 사실 이외에 다른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복음서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하여 기록된 진리라는 점에서 복음서 저자들이 진리 외적인 것에는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동방박사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리에 대한 심한 갈증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방인들의 모습을 읽을 수가 있다. 머나먼 동방박사들의 여정은 진리와 생명에 대한 그들의 갈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동방박사들의 방문에 대해서 별이 안내 역할을 했다는 것 외에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동방박사들이 하느님의 계시에 순응하며 여행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것은 그들이 꿈속에서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고국에 돌아갔다는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그들의 귀향 길도 비슷하게 하느님의 인도를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동방박사들의 방문에 대한 사건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세상에 드러내는 공현 사건이면서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진리이신 하느님을 찾아 나서는 구도의 길을 암시한다. 먼 옛날 하느님께서 이방인이었던 아브라함을 부르셨을 때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약속의 땅을 찾아 나섰던 것처럼 하느님의 나라를 향하여 나서는 그리스도인들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은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이 진리를 따라 살아가는,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참으로 뜻깊은 날이다. 따라서 우리 각자가 찬란히 빛나는 그리스도의 빛을 따라 진리의 길을 걷는 참다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야훼의 영광이 너를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