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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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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복음: 루카 3,15-16.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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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1-05 17:44 조회3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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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께서 세례를 받으시다


“백성들은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던 터였으므로 요한을 보고 모두들 속으로

그가 혹시 그리스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루카 3,15).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이다.

주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 받으신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주님 세례 축일’은 보통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주일에 지내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주일이 아닌 월요일에 지내기도 한다.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심은 하느님의 신성을 드러내는 공현 사건이며, 메시아로서의 ‘공생활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기도 하다. 교회는 오늘로써 주님의 탄생을 경축하는 성대한 성탄 시기를 끝마친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신데 왜 죄인들이 받아야 하는 회개의 세례를 받으셨는가? 마태오 복음서는 세례자 요한이 세례 주기를 주저하자 예수님께서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진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하고 있다. 어떤 복음 사가도 그 이상의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아무튼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 세상에 완전히 들어오셨고 죄 많은 우리 인간과 똑같으심을 보여주셨다. 이 점에 대해서 바오로 사도 역시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죄 있는 분으로 여기셨습니다”(2고린 5,21)라고 말하고 있다.

루카 복음 사가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신 사건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그때 성령이 내려오시고 하늘에서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 왔음을 증언하고 있다. 이는 장차 예수님께서 베푸실 세례가 요한이 베푸는 세례(가해-주님 세례 축일 참조)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성령의 세례임을 암시한 것이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곳은 어디일까? 요한 복음 사가는 세례자 요한이 세례를 베푼 곳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렇게 전하고 있다.

“살림에서 가까운 애논이라는 곳에 물이 많아서 요한은 거기에서 세례를 베풀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세례를 받았다. 이것은 요한이 감옥에 갇히기 전의 일이었다”(요한 3,23-24).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장소가 ‘애논’이라고 나온다. 지금으로서는 애논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살렘과 가까이 있었다라고 전해진다. 살렘 역시 정확한 장소가 불확실하게 전해지는데 일부 학자들이 말하는 위치는 세켐 동쪽 약 6.4km 지점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4.8km 떨어진 곳에 와디 파라(Wadi Farah)라는 물이 풍부한 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애논이 유다의 땅인 살렘과 가까이 있다는 것은 애논이 요르단 강 건너편 베뢰아(Perea) 지방에 위치했다는 전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왜냐하면 넓은 의미에서 베뢰아는 유다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샘들’이라는 뜻을 가진 애논은 베뢰아 지방의 와디 파라 상류에 위치했던 것 같으며, 이는 그곳에 많은 샘들이 있어서 충분한 물을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곳은 요르단 계곡이 있는 쪽에 위치한 야곱의 우물로부터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리고 요한 복음서를 보면 후에 예수님께서 다시 이곳을 찾으셨다는 말이 나오는데 복음서에 “예수께서는 다시 요한이 전에 세례를 베풀던 요르단 강 건너편으로 가시어 거기에 머무르셨다”(요한 10,40)라고 전하고 있다. 베뢰아는 우리 귀에 익은 지방은 아니지만 성서에서 참으로 중요한 곳이다. 베뢰아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마지막 올라가시던 길목에 위치해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베뢰아를 통해 요르단 계곡을 따라 남쪽으로 해서 예리고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가신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곳은 세례자 요한이 처형된 곳이며, A.D. 66년 유다인들의 대반란이 일어나기 직전에 예루살렘의 그리스도인들이 피신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면 루카 복음 사가가 전하는 예수님 세례에 대한 말씀을 살펴보자.

“백성들은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던 터였으므로 요한을 보고 모두들 속으로 그가 혹시 그리스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루카 3,15).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만큼 그리스도를 애타게 기다리던 시기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스라엘의 기구한 역사가 그러하였듯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메시아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기다림은 애절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면 그리스도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그리스도(Christ)는 히브리어로 ‘마쉬아흐’, 헬라어로는 ‘크리스토스’, 아람어로는 ‘므샤하’(기름부음을 받은, 기름부음을 받은 자)이다. 그리스도란 칭호는 신약에 와서 메시아이신 예수님께 붙여진 이름이며, 특히 예수님께 대한 모든 칭호를 대변하고 예수님의 신성과 인격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그리스도에 대한 깊은 의미는 ‘메시아의 기원’(나해-대림 제3주일 참조)과 ‘야훼의 종’(나해-대림 제1주일 참조)에서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메시아에 대한 의미와 야훼의 종에 대한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오시게 될 메시아(구세주)를 일부 정치적인 왕과 같은 모습으로 애타게 기다렸다. 그들의 기다림은 대단했는데, 특히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백성들은 메시아(그리스도)가 곧 오시리라는 긴박감에 세례를 베풀고 있는 요한이 혹시 그리스도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에 세례(가해-주님 세례 축일 참조)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 이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요한은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지만 이제 멀지 않아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실 분이 오신다. 그분은 나보다 더 훌륭한 분이어서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루카 3,16).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신분을 확실하게 밝히면서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즉 자신이 베푸는 세례는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기 위한 회개의 세례임을 분명하게 하면서, 자신은 그분과 견줄 수 없는 사람으로 그분에 앞서 온 선구자임을 말한다. 그리고 루카 복음 사가는 다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광경을 이렇게 전한다.

“사람들이 모두 세례를 받고 있을 때 예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고 계셨는데 홀연히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그에게 내려오셨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루카 3,21-22).

모든 복음 사가들은 의심 없이 예수님께서 받으신 세례를 공생활의 출발로 여겼다. 루카 복음 사가 역시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시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이심을 선포하셨음을 전하고 있는데 이는 메시아의 활동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죄인들과 함께 세례를 받으셨지만 요한의 세례에 참여했던 다른 모든 사람들과는 구별된다.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셨다든지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왔다는 초자연적인 징표들은 요한과 예수님 외에 다른 사람에게는 목격되지 않았지만 복음 사가들에게 있어서 그 표징들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메시아를 계시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그분이 받으신 세례는 회개의 세례가 아니라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메시아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성령의 세례였다.

예수님께서 받으신 세례는 전도를 시작하시기에 앞서 이루어진 절정이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메시아로서 세상에 처음으로 활동하실 것을 알리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오늘은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세례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에 예수님을 닮은 작은 메시아로서 그 사명을 다해야 한다.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