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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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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주일(복음: 요한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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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1-13 09:04 조회3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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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잔치에서의 첫번째 기적


“예수께서는 첫 번째 기적을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행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요한 2,11).

 

오늘은 연중 제2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지방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첫번째 행하신 기적 사건이다. 기적은 하느님의 계시이며 신적 활동의 효력 있는 표징이며 상징이다. 예수님께서는 표징인 이 기적을 통하여 당신 안에 하느님의 신성이 현존해 있음을 보여주셨고, 예언자들이 선포했던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알리셨다. 따라서 오늘 처음으로 혼인 잔치에서 행하신 이 기적 사건을 동방박사들의 방문과 예수님께서 받으신 세례와 함께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메시아이심을 드러내신 공현이라고 말한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첫번째 기적을 특별히 혼인 잔치에서 행하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아내처럼 사랑하셨듯이 하느님 자녀들의 공동체인 교회를 신부처럼 사랑하고 아끼시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셨다. 다시 말하면 하느님께서 인류와 혼인 관계를 맺으시고 신랑과 신부로써 영원히 함께 계시고자 하신 뜻이 예수님에게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자 하신 것이다. 사실 신랑과 신부, 남편과 아내의 사랑처럼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예언자들도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들에게 베푸신 사랑을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하였다. 오늘 제1독서에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의 사랑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시는 너를 ‘버림받은 여자’라 하지 아니하고 너의 땅을 ‘소박데기’라 하지 아니하리라. 이제는 너를 ‘사랑하는 나의 임’이라, 너의 땅을 ‘내 아내’라 부르리라. 야훼께서 너를 사랑해주시고, 너의 땅의 주인이 되어주시겠기 때문이다. 씩씩한 젊은이가 깨끗한 처녀를 아내로 맞이하듯, 너를 지으신 이가 너를 아내로 맞으신다. 신랑이 신부를 반기듯 너의 하느님께서 너를 반기신다”(이사 62,4-5).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행복하고 가슴 뿌듯한 것은 없다. 더욱이 그가 능력이 있고 보통 사람이 아니라면 그 느낌은 배가 될 것이다. 구약의 하느님께서는 씩씩한 젊은이가 사랑하는 아내를 맞이하듯이 이스라엘에게 그러한 관계를 보여주셨다. 그런데 오늘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도 혼인잔치의 기적을 통하여 당신께서 훗날 세워질 교회와 신랑과 신부의 관계임을 암시하신다.

그러면 오늘 가나의 혼인 잔치 이야기를 살펴보자.

“이런 일이 있은 지 사흘 째 되던 날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예수의 어머니도 계셨고 예수도 그의 제자들과 함께 초대를 받고 와 계셨다”(요한 2,1-2).

예수님께서 초대를 받으신 곳은 ‘가나’이다. 가나에 대해서는 여러 곳이 거론되는데 17세기부터 나자렛에서 갈릴래아 호수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곳으로 나자렛에서 북동쪽 5km 지점에 있는 카프르 칸나(Kafr Kanna) 마을을 가나로 여기고 현재까지 순례하고 있다.

이 혼인 잔치에 어머니 마리아도 참석하시고 예수님께서도 제자들과 함께 초대를 받아 참석하신 것을 보면 막연한 이웃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복음서에서는 예수님께서 어떤 제자들과 참석하셨는지 정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지만 처음으로 제자들을 부르시고 사흘째 되는 날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어떤 제자들이 참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첫번째 제자들의 부르심에 대해서 공관 복음과 요한 복음이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누구들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공관 복음에 나오는 첫번째 제자들은 베드로와 안드레아, 제베데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인데, 요한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맨 처음 베다니아에서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를 만나시고 그 이튿날 갈릴래아로 떠나가시던 참에 필립보를 만나 따르라고 하신다. 그리고 필립보가 나타나엘(가나 사람이면서 훗날 바르톨로메오라고 불리우는 사람)을 예수님께 데리고 가 뵙게 한다. 따라서 혼인 잔치에 참석한 제자들은 4명이거나 아니면 필립보와 나타나엘까지 포함하여 6명이 된다.

그런데 마침 혼인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그런데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다 떨어지자 예수의 어머니는 예수께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알렸다. 예수께서는 어머니를 보시고 ‘어머니, 그것이 저에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예수의 어머니는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일렀다”(요한 2,3-5).

혼인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보고 성모 마리아가 무척 걱정하였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의 신성에 대해서 정확하게 깨닫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아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바칠 때 예언자 시므온과 안나를 만났던 일과 예수님께서 열 두 살 되던 해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학자들과 토론하였던 일들은 성모 마리아의 마음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었다. 그래서 성모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일렀고,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의 걱정을 거절하지 않으셨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유다인들에게는 정결 예식을 행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그 예식에 쓰이는 두세 동이들이 돌항아리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 예수께서 하인들에게 ‘그 항아리마다 모두 물을 가득히 부어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여섯 항아리에 물을 가득히 채우자 예수께서 ‘이제는 퍼서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어라’ 하셨다. 하인들이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었더니 물은 어느새 포도주로 변해 있었다. 물을 떠간 그 하인들은 그 술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고 있었지만 잔치 맡은 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술맛을 보고 나서 신랑을 불러 ‘누구든지 좋은 포도주는 먼저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다음에 덜 좋은 것을 내놓는 법인데 이 좋은 포도주가 아직까지 있으니 웬일이오!’ 하고 감탄하였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첫번째 기적을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행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를 믿게 되었다”(요한 2,6-11).

예수님께서 행하신 포도주의 기적은 그 의미가 매우 깊다. 일반적으로 포도주는 우정과 사랑과 기쁨을 나타내며 혼인 잔치에서의 포도주는 부부의 깊은 사랑과 축복을 나타내는데, 특히 성서에서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게 될 천상 잔치의 기쁨과 행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거역한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엄중히 벌하려고 하실 때 술을 마실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당신 백성에게 행복을 약속하실 때에는 하느님께서 포도주가 넘쳐흐를 정도로 풍부하게 해주실 것이라고 하셨다. 따라서 ‘새 포도주’는 종말론적 천상 잔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새 포도주’에 대한 말씀은 훗날 “잘 들어 두어라. 이제부터 나는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결코 포도로 빚은 것을 마시지 않겠다”(마태 26,29)라고 분명하게 언급하시면서 종말론적 하느님 나라 잔치의 기쁨을 드러내셨다. 이처럼 새 포도주는 종말론적 하느님 나라 잔치의 기쁨과 행복을 나타내는 표징이다. 그러므로 혼인 잔치에서의 포도주, 즉 새 포도주는 그리스도께서 베푸시는 사랑의 선물이고 메시아의 내림으로 실현되는 천상 기쁨의 표지이다. 예수님께서 새 포도주를 만들어주심은 종말론적 혼인 잔치가 이 세상에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혼인 잔치에 포도주가 흥을 돋구어주듯이 그리스도께서 오심으로써 세상은 새롭게 변화되어 사랑과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며, 신랑과 신부가 사랑을 속삭이듯이 복음에 초대된 인류는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충만하게 될 것이다.

오늘 혼인 잔치에 참여한 제자들은 포도주의 기적을 통하여 처음으로 애정이 넘치는 메시아의 사랑과 행복을 체험한다. 그리고 이 사랑과 행복은 앞으로 예수님의 말씀과 삶을 통하여 서서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 산 위에서 만군의 야훼, 모든 민족에게 잔치를 차려주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