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일(복음: 루카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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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2-03 08:59 조회27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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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제 사람을 낚을 것이다
“예수는 시몬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하고 말씀하시자 그들은 배를 끌어다 호숫가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루카 5,10-11).
오늘은 연중 제5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첫 번째로 부르신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루카 복음 사가는 이 이야기를 다른 복음 사가들과는 달리 고기를 잡는 기적과 연결시키고 있다. 루카 복음 사가가 이처럼 제자들의 부르심을 고기 잡는 기적과 연결시킨 것은 제자들의 사목적인 의미를 강조한 것이었다.
루카 복음 사가는 이방인 출신으로서 바오로가 로마에 투옥될 때 같이 동행하였고, 초기 사도 시대에 이방인 지역에서 적극적 활동을 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루카 복음 사가는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집필할 당시 이방인 세계에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는 사도들의 사명을 강조하고, 교회가 박해를 당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죽어 가는 시기에 사도들에게 미래에 대한 큰 희망을 주고자 하였다. 즉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인류를 건져 올리고자 하는 사도들의 징표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러면 복음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하루는 많은 사람들이 겐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시는 예수를 에워싸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때 예수께서는 호숫가에 대어 둔 배 두 척을 보셨다. 어부들은 배에서 나와 그물을 씻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시몬의 배였는데 예수께서는 그 배에 올라 시몬에게 배를 땅에서 조금 떼어 놓게 하신 다음 배에 앉아 군중을 가르치셨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 하셨다. 시몬은 ‘선생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뒤 그대로 하였더니 과연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걸려들어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 되었다. 그들은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같이 고기를 끌어올려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두 배에 가득히 채웠다”(루카 5,1-7).
루카 복음 사가는 예수님의 첫번째 제자들의 부르심에 대해서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예수님께서 주시고자 하시는 ‘선교의 사명’만을 전하고자 했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아무런 말씀도 없이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군중을 가르치셨고, 베드로 역시 예수님께 누구시냐고 묻지 않고 예수님께서 하라는 대로 한다. 아마도 요한 복음서에 나오는 예비적 소명(나해-연중 제2주일 참조)이 뒷받침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물을 쳤더니 과연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가 걸려들었다는 것은 충만함을 뜻하는 것으로 은총이 넘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루카 복음 사가는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걸려든 고기잡이 기적을 통하여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시대와 초기 사도들의 복음 전파와 오늘날 교회가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재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미래에 교회의 풍요로운 선교와 밝은 희망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이것을 본 시몬 베드로는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베드로는 너무나 많은 고기가 잡힌 것을 보고 겁을 집어먹었던 것이다. 그의 동료들과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똑같이 놀랐는데 그들은 다 시몬의 동업자였다. 그러나 예수께서 시몬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시자 그들은 배를 끌어다 호숫가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루카 5,8-11).
베드로는 너무나 많은 고기가 잡힌 것을 보고 종교적인 경외심을 가졌다. 예수님의 신성을 가까이 하기에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의 동료들과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똑같이 놀랐다. 그들이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시기에 겪은 이 신적인 만남은 부르심에 대한 확실한 응답을 드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예수님의 신성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게 되었다.
오늘 제1독서에서도 이사야 예언자는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을 뵈옵는 자기 생애의 최고의 만남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그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외쳤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야훼 그의 영광이 온 땅에 가득하시다.’ 그 외침으로 문설주들이 흔들렸고 성전은 연기가 자욱하였다. 내가 부르짖었다. ‘큰일났구나. 이제 나는 죽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 입술이 더러운 사람들 틈에 끼여 살면서 만군의 야훼, 나의 왕을 눈으로 뵙다니…’”(이사 6,3-5).
이사야 예언자 역시 하느님의 신성에 눌리어 압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하느님의 현현이 한 사람을 정화하여 예언자로 파견하였던 것처럼 예수님께서 베푸시는 고기잡이 기적의 신적인 만남은 베드로와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을 완전히 따르는 데 큰 결단의 계기가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너는 이제부터 사람 낚는 어부가 될 것이다” 하시면서 당신의 사도직에로 부르셨다. 이 부르심은 단순하게 사도로 삼으시겠다는 말씀이 아니라 이제부터 당신의 제자가 되어 당신과 함께 동고 동락하면서 당신의 사도직에 참여시키시겠다는 말씀이었다. 예수님의 사도직이란 자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에까지 연결되는 사도직이다. 그들은 즉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섰고, 이로써 그들은 예수님의 첫번째 제자들이 되었다. 여기에서 그들이란 다른 복음에서도 보아 알 수 있듯이 베드로와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말하고 있으며, 베드로의 동생인 안드레아도 포함된다. 사실 안드레아는 다른 복음서를 보면 제일 먼저 부르심을 받은 제자로 나오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루카 복음 사가는 안드레아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루카 복음 사가가 복음을 쓸 당시에 베드로(나해-성목요일 참조)와 야고보(나해-연중 제29주일 참조)와 요한(다해-연중 제13주일 참조)의 활동 비중이 대단히 컸기 때문에 이들만 언급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 오늘은 특별히 안드레아에 대해서 알아보자. 안드레아는 요나의 아들이자 시몬 베드로의 동생이다. 그리고 요한 복음 사가가 전하는 바로는 사실상 맨 처음 예수님을 만나 예수님께 형 시몬 베드로를 소개하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겠다는 결의를 가진 사람이었다. 요나(요한)의 가족은 헤롯 필립의 수도 베사이다에서 살았다. 당시 헤롯 필립의 영역은 갈릴래아 호수 동북쪽까지 이르렀으며 갈릴래아 호수 동북쪽에 있는 이 도시에는 유다인과 이방인이 함께 거주하였다. 안드레아는 형 시몬 베드로와 함께 아람어는 물론 헬라어까지 구사하였으며 다소 이교도적인 문화의 영향을 받고 성장하였다. 안드레아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전에는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고 예수님에 대한 세례자 요한의 증언으로 예수님께서 거주하시는 곳으로 따라가 메시아이심을 확인하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한 최초의 제자였다. 안드레아는 처음에 세례자 요한의 설교에 깊이 참회하고 그의 세례를 받은 건실한 유다인이었다. 그는 스승 세례자 요한과 함께 메시아가 오실 것을 간절히 기다렸으며 성격은 유순하고 온순했다고 전해진다. 초기 교회의 전승에 의하면 스키티아(흑해 북부 지역)가 안드레아의 활동 지역으로 할당받은 곳으로 되어 있다. 그가 러시아의 수호성인이 된 것도 이에 따른 것이 아닌가 한다. 안드레아는 아가야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고통스럽게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의 시체는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고, 십자군 전쟁 동안에는 이탈리아의 아달피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리고 레굴루스가 그의 팔을 스코틀랜드로 가져감으로써 스코틀랜드의 수호성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성서에서 물고기가 상징적으로 쓰여진 것은 오늘 복음 외에도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그물에 비유하신 적이 있으셨으며,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실 때도 물고기가 등장하였다. 그리고 2세기 후반에는 물고기 모양과 낚시꾼, IXQYE(Acrostic, 아크로스틱)이 그리스도인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또한 오늘의 이 복음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을 소생 받은 자’의 의미를 지닌 ‘낚인 물고기’로 표현되었고, 사도들과 교황과 주교, 사제들은 사람 낚는 어부로 묘사되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시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시대에도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고 계신다. 그리스도인들은 오늘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시는 것을 보면서 하느님 나라를 위한 사람 낚는 어부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결심해야 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