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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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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일(복음: 루카 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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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3-03 09:13 조회2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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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


“예수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성령을 가득히 받고 돌아오신 뒤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셔서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루카 4,1-2).

 

오늘은 사순절 제1주일이다.

해마다 사순 제1주일에는 예수님께서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으신 사건을 묵상한다. 금년은 루카 복음 사가가 전하는 예수님의 유혹에 대한 이야기이다. 복음 사가는 예수님께서 공생활 시초에 유혹을 받으셨음을 상기하면서 예수님께서 유혹을 물리치시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이심을 드러내셨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생활에서 시련과 유혹을 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받으신 유혹을 모범으로 소개하고 있다.

먼저 예수님께서 받으신 유혹의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자.

“예수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성령을 가득히 받고 돌아오신 뒤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셔서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동안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아서 사십 일이 지났을 때에는 몹시 허기지셨다”(루카 4,1-2).

예수님께서 성령을 가득히 받으신 후 유혹을 받으셨다고 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받게 될 유혹임을 아울러 암시하고 있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성령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삶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받아야 하는 악마의 유혹이다. 이 유혹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세속의 자녀들처럼 살도록 부추기는 악마의 유혹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느님의 자녀들이 사는 삶과 세속의 자녀들이 사는 삶을 차별하여 세속적인 삶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성서는 다만 하느님의 자녀들이 살아가야 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면서 악마가 무엇을 유혹하는지 가르쳐주고 있다.

유혹이란 무엇인가? 유혹에 대한 성서적 개념과 심리를 살펴보자. 성서에 나오는 인간이 받은 유혹 사건을 크게 두 가지로 들 수 있는데 하나는 인류의 조상 아담과 하와가 받은 유혹이고, 또 하나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 받으신 유혹이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께서 주신 동산에서 “땅을 정복하고 모든 짐승을 부려라” 하신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두 사람에게 큰 시련이 주어지는데 그것은 악마로부터 주어진 유혹이었다. 뱀이 하와에게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창세 3,4-5) 하고 유혹하였다. 뱀이 하와를 유혹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여 하느님의 품안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었다.

성서에 보면 야훼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를 데려다가 에덴에 있는 동산을 돌보게 하시며 이렇게 이르셨다.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 먹지 말아라. 그것을 따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창세 2,16-17).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만물을 다 주시고 자유롭게 살도록 하셨지만 당신의 말씀에 따라서 당신의 품안에 살도록 생활과 행동에 제한을 주셨다. 인간의 삶을 당신의 말씀 안에 두신 것이다. 악마는 교묘하게 인간을 자극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삶의 질서를 무너뜨리게 하였다. 불행하게도 아담과 하와는 뱀을 통하여 자극하는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대가는 하느님의 말씀대로 죽음이었다. 그들은 에덴의 동산에서 쫓겨났고 죽음이 주어지면서 모든 불행과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받으신 유혹을 살펴보자. 예수님께서는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으시는데,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빵에 대한 유혹이다.

“그때에 악마가 예수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하여 보시오’ 하고 꾀었다. 예수께서는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루카 4,3-4).

빵은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삶의 질서를 깨뜨리게 하는 매우 적극적이며 자극적인 유혹이다. 그러나 원래 빵의 풍요로움은 하느님의 축복이었으며 인간이 누리는 기쁨과 행복이었다. 시편은 “이곳은 영원히 나의 안식처, 여기가 좋으니 나 여기 살리라. 시온에 먹을 복을 듬뿍 내리고 그 가난한 자들을 배불리 먹게 하리라”(시편 132,14-15) 하면서 하느님의 축복을 노래하였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나와 40년 동안의 광야 생활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정착하면서 농사를 짓고 자립을 하였는데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풍요로운 빵의 결실을 큰 복으로 주셨다. 그들은 풍족한 가운데 하느님의 업적을 찬양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오늘 제1독서에 하느님의 축복에 대해서 이렇게 나온다.

“그리하여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오시어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런즉 야훼여, 주께서 저에게 주신 이 땅의 햇곡식을 이제 제가 이렇게 가져왔습니다”(신명 26,9-10).

빵은 악이 아니다. 삶을 풍족하게 하고 행복을 주는 하느님의 축복이요 기쁨을 주는 선이다. 그러나 빵이 결코 행복과 선만은 아니다. 생활의 한계를 넘어 탐욕을 부릴 때는 빵이 하느님께서 주신 삶의 질서를 깨뜨리는 큰 유혹이 된다. 그래서 아굴은 그의 기도에서 하느님께 이렇게 청하였다.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마십시오. 먹고살 만큼만 주십시오. 배부른 김에, ‘야훼가 다 뭐냐’고 하며, 배은망덕하지 않게, 너무 가난한 탓에 도둑질하여 하느님의 이름에 욕을 돌리지 않게 해주십시오”(잠언 30,8-9).

빵에 탐욕을 부리고 남의 것을 빼앗으려 할 때는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게 되고, 생활의 질서를 깨뜨리며 하느님께서 주신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리고 하느님의 일을 해야 하는 하느님의 자녀들에게는 하느님의 일을 기피하고 세속의 즐거움에 마음을 두게 한다. 그래서 악마는 제일 먼저 육신을 지니신 예수님께 빵에 대한 유혹을 한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고 꾸짖으신다. 인간의 참행복은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하느님의 축복으로 주어진 적당한 빵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데 있다.

악마는 예수님께서 빵의 유혹을 물리치시자 다시 세상의 부귀영화로 유혹한다.

“그러자 악마는 예수를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잠깐 사이에 세상의 모든 왕국을 보여주며 다시 말하였다. ‘저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저것은 내가 받은 것이니 누구에게나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줄 수 있소. 만일 당신이 내 앞에 엎드려 절만 하면 모두가 당신의 것이 될 것이오.’ 예수께서는 악마에게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예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라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루카 4,5-8).

세상의 권세와 영광이 하느님께서 주신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간에게 생명과 행복을 주지 못한다. 악마는 세상의 권세와 영광을 자극하여 하느님을 거역하고 자신을 숭배하도록 유혹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주시어 열심히 일하고 땀 흘리면서 살도록 하셨다. 그리고 각자에게 하느님과 세상을 위해 봉사와 희생으로 서로 협력하면서 살아가도록 하셨다. 따라서 자신의 권세와 영광을 누리는 것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세상의 권세와 영광을 누리기 위하여 부정과 불의와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쉽게 악마와 결탁하는 것은 우상숭배이며, 또한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삶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악마는 예수님께서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시자 다시 유혹한다.

“다시 악마는 예수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여기에서 뛰어내려 보시오. 성서에 ‘하느님이 당신의 천사들을 시켜 너를 지켜주시리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소’ 하고 말하였다. 또 ‘너의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손으로 너를 받들게 하시리라’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소?’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떠보지 마라’라는 말씀이 성서에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악마는 이렇게 여러 가지로 유혹해 본 끝에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예수를 떠나갔다”(루카 4,9-13).

하느님의 피조물인 인간은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아버지로 믿고 하느님 말씀 안에서 순종하며 살아야 한다.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의심하고 시험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 세속적인 탐욕으로 자신의 삶을 위해 하느님의 권능을 떠보고 그분의 능력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오직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심이 있어야 한다. 악마는 예수님께 하느님의 권능을 빌려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드러내도록 자극하여 유혹한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떠보지 마라”는 성서의 말씀을 인용하여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신다.

아담과 하와는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여 죽음을 당하였지만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며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악마의 세력권에 놓여 있다. 주님께서 주신 성체성사를 통하여 항상 주님과 함께하는 삶이지만 악마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아담과 하와가 받은 유혹과 예수님께서 받으신 유혹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주신 말씀과 삶 안에서 성실하게 사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되어야 한다.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예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