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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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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복음: 루카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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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3-17 08:50 조회2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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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어떤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그 나무에 열매가 열렸나 하고 가 보았지만 열매가 하나도 없었다”(루카 13,6).

 

오늘은 사순절 제3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두 개의 소제목을 가진 내용이 합쳐져 있는데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한다’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에 대한 말씀이다. 복음은 회개의 긴박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멸망을 경고하면서, 한편으로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에 대한 말씀으로 회개를 기다리시는 주님의 자비하심을 보여준다.

먼저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말씀에 대해서 알아보자.

“바로 그때 어떤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빌라도가 희생물을 드리던 갈릴래아 사람들을 학살하여 그 흘린 피가 재물에 물들었다는 이야기를 일러 드렸다.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죄가 많아서 그런 변을 당한 줄 아느냐? 아니다. 잘 들어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또 실로암 탑이 무너질 때 깔려 죽은 열여덟 사람은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죄가 많은 사람들인 줄 아느냐? 아니다. 잘 들어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루카 13,1-5).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메시아로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죽이려 하는 사람들에게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이 주어질 것임을 경고하시면서 그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두 재난의 이야기를 들어 말씀하신다.

첫 번째 재난은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일러드린 빌라도의 학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학살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왜냐하면 풀라비우스 요세프스(A.D. 37년-A.D. 100년경)의 진술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요세프스라는 사람은 A.D. 66년에서 A.D. 70년까지 로마와의 전쟁에서 유다인 사령관으로 종군한 사람이었다. 그는 군인이면서 초기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사건들을 진술하였고, 말년에는 자서전을 저술한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였다. 그의 진술에는 다소 일치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초대 그리스도교 역사에 대한 많은 사실들을 전해주고 있다. 따라서 갈릴래아 사람들을 학살했다는 사건은 혹시 유다인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루카 복음 사가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신 후에 있었던 사마리아 사람들의 학살 사건을 혼동해서 쓴 것이 아닌가 하고 전해진다. 왜냐하면 요세프스는 갈릴래아 사람들의 학살 대신 사마리아 사람들의 학살에 대해서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루카 복음 사가는 사건 사실의 진의보다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회개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멸망을 학살 사건과 관련시켜 극대화시키려 하였다.

두 번째 재난은 실로암 탑의 참사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탑은 구 예루살렘 남동쪽에 위치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탑이 서 있었을 당시에는 이 탑이 유명한 이정표 구실을 했으며, 오늘날 그 위치가 확실시되고 있는 실로암 연못 부근에 세워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탑의 붕괴로 인한 18명의 사망 사건은 당시에 유다인들에게 대단히 충격적이었던 것으로 남아 있었다. 18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이들이 위에서 일하던 인부였거나, 또는 망대 부근의 공사장에서 일하던 인부였거나, 혹은 망대에 갇혀 있었던 죄수들이었다는 설이 있다. 예수님께서는 실로암 탑의 참사 사건을 들어 유다인들에게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성서 전반에 걸쳐 자주 회개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전도를 시작하실 때에도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하셨고, 회개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서운 심판의 벌을 받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회개에 대해서는 주님에 앞서 온 세례자 요한도 주님의 오심과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동시에 보면서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회개가 지금 곧 이루어져야 한다고 외쳤다.

회개란 마음의 문을 열고 주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지상의 재물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오만한 자부심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인격적인 자만심을 뉘우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 앞서 회개하지 않은 사람의 멸망과 죽음에 대해서 단호한 말씀을 하셨는데 하느님을 배척하는 세대를 옛날 니느웨 사람들이 했던 것보다 더 ‘요나의 표지’로서 서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즉 회개하지 않은 유다인들을 향하여 심판날에 니느웨 사람들이 오히려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하셨다. 니느웨는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도시 중의 하나였으며, 아시리아의 전성기 때 악의 세력이 넘친 타락한 수도였다. 니느웨는 요나서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는데 당시에 니느웨 사람들은 요나가 전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느웨는 잿더미가 된다”는 하느님의 말씀에 니느웨 왕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굵은 베옷을 입고 잿더미에 앉아 회개함으로써 재앙을 겨우 면한 곳이었다.

그 외에도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지 않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아벨의 피를 비롯하여 제단과 성소 사이에서 살해된 즈가리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셨고, 갈릴래아 호수 주변의 도시들에 대해서는 띠로와 시돈보다 더 무거운 벌을 받을 것이라고 하셨다.

다음은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에 대한 말씀이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그 나무에 열매가 열렸나 하고 가 보았지만 열매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포도원지기에게 ‘내가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따 볼까 하고 벌써 삼 년째나 여기 왔으나 열매가 달린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아예 잘라 버려라. 쓸데없이 땅만 썩일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 하였다. 그러자 포도원지기는 ‘주인님, 이 나무를 금년 한 해만 더 그냥 두십시오. 그 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다음 철에 열매를 맺을 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때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베어 버리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루카 13,6-9).

하느님께서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처럼 회개하지 않는 이스라엘을 오랫동안 참을성 있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셨다. 이스라엘을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이끌어 내시어 40년 동안 광야에서 당신의 한없는 사랑을 보여주셨고, 기름진 포도밭과 같은 가나안 땅을 주시어 그곳에 정착하여 땅을 일구며 행복하게 살게 하셨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뜻대로 살지 않았다. 우상숭배에 빠졌고 하느님의 사랑을 거역하면서 서로 싸움으로써 결국 멸망하여 유배라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그런데도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버려 두지 않으시고 회개하여 돌아오기를 기다리셨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까지 보내주시어 회개하기를 바라셨다. 참으로 무한한 자비심이 아닐 수 없다. 호세아서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네가 너무 불쌍해서 간장이 녹는구나. 아무리 노여운들 내가 다시 분을 터뜨리겠느냐?”(호세 11,8-9)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잘라 버릴 때가 다 되었음을 내 비치신다. 그런데 포도원지기인 예수님께서 한 해의 시간을 벌어주셨다. 한 해의 시간을 주시어 회개할 수 있도록 하시겠다는 뜻을 보여주셨다.

사순절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잘못을 뉘우치면서 삶 전체를 되돌아보는 회개의 시간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살아온 삶과 생활 방식을 세속적인 것에서 하느님께로 송두리째 바꾸는 회개의 시간이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참회와 속죄를 요구하신다. 우리 모두는 철저한 회개를 해야 한다. 그리고 회개의 삶을 통하여 세상에 나가 그리스도를 증언해야 한다.

 

“만일 그때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베어 버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