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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복음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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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수난 성지 주일(복음: 루카 22,14-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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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4-07 08:52 조회1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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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사화


“우리는 이 사람이 백성들에게 소란을 일으키도록 선동하며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못 바치게 하고 자칭 그리스도요 왕이라고 하기에 붙잡아 왔습니다”(루카 23,2).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다.

오늘부터 교회는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한 주일 동안 ‘성주간’을 지낸다. 성주간 동안 우리는 주님의 수난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이룩하신 구원의 역사를 묵상하면서 지내게 되는데 월요일에는 주님의 죽음에 대한 예고, 화요일에는 제자들의 배반, 수요일에는 유다의 배반에 대해서 묵상한다. 그리고 성 삼일 동안은 주의 만찬과 죽으심, 그리고 장엄한 파스카 축제와 부활의 신비를 묵상한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주님께서 부활의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날을 기념하는 주일이다. 오늘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지 축복과 행렬의 전례를 거행하면서 장엄한 주님 수난 사화를 읽고 묵상한다. 금년은 루카 복음 사가가 전하는 수난 사화인데 주님께서 어떻게 수난의 긴 시간을 겪으셨는지를 전해준다.

루카는 특히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하심을 강조하면서 말씀을 전하는 복음 사가이다. 이런 관점에서 복음 사가는 유다인들과 제자들의 잘못을 강조하지 않고 하느님의 깊은 사랑과 자비하심을 전한다. 제자들이 잠에 떨어지거나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전하지도 않고, 대사제의 악담이나 군인들의 조롱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십자가에 외롭게 달리신 예수님으로 표현하려 하지도 않고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친구들로 둘러싸이게 한다. 빌라도는 다른 복음서보다 더 무죄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귀가 잘린 대사제의 종도 치유된다. 예수님께서는 강도와 조롱하는 유다인들과 군인들도 다 용서하신다. 따라서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수난사는 하느님 현존의 표징이며,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보여주는 징표이다.

오늘의 수난 사화는 이렇게 전한다.

“만찬 시간이 되자 예수께서 사도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내가 고난을 당하기 전에 너희와 이 과월절 음식을 함께 나누려고 얼마나 별러 왔는지 모른다. 잘 들어 두어라. 나는 과월절 음식의 본뜻이 하느님 나라에서 성취되기까지는 이 과월절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 하고 말씀하셨다”(루카 22,14-16).

예수님의 수난 사화는 과월절 음식을 나누시면서 시작되는데 제자들에게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 하시고, 잔을 들어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이 피를 흘리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날 저녁 예수님께서는 올리브 산으로 가시어 기도하셨다.

“예수께서 늘 하시던 대로 밖으로 나가 올리브 산으로 가시자 제자들도 뒤따라갔다. 예수께서는 그곳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하시고는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거리에 떨어져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루카 22,39-4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돌아와 보니 그들은 슬픔에 지쳐 있었고 예수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두 제자 중의 하나인 유다가 무리를 앞세우고 나타나 예수님을 잡아끌고 대사제의 관저로 데리고 갔다. 잡혀가신 예수님께서는 대사제가 이끄는 유다인 최고 법정에 서시게 되었다.

“날이 밝자 백성의 원로들을 비롯하여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모여 법정을 열고 예수를 끌어내어 심문을 시작하였다. ‘자, 말해 보아라. 그대가 그리스도인가?’ 예수께서는 ‘내가 그렇다고 말하여도 너희는 믿지 않을 것이며 내가 물어 보아도 너희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이제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루카 22,66-68).

예수님께서 잡혀 끌려가신 곳은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모여 재판하는 유다인의 최고 법정인 ‘산헤드린’이었다. 여기에서 그들은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정하고 예수님께 죄목을 걸어 빌라도에게 고발함으로써 예수님은 사형선고를 받으셨다. 사실상 이 최고 법정인 산헤드린(다해-성금요일 참조)은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하는 산실이 되었다. 이들이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정하고 빌라도에게 고발한 내용을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그리고 나서 온 의회가 일어나 예수를 빌라도 앞에 끌고 가서 ‘우리는 이 사람이 백성들에게 소란을 일으키도록 선동하며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못 바치게 하고 자칭 그리스도요 왕이라고 하기에 붙잡아 왔습니다’ 하고 고발하기 시작하였다”(루카 23,1-2).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정하고 빌라도에게 끌고 간 것은 당시에 사형만은 로마 총독의 판결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빌라도는 대사제들과 군중들을 향하여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런 잘못도 찾아낼 수 없다” 하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빌라도는 예수님께 갈릴래아 사람이냐고 묻고 나서 갈릴래아가 헤로데의 관할 구역에 속한 것을 알고는 헤로데에게 예수님을 넘겼다. 마침 그때에 헤로데가 예루살렘에 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빌라도는 유다인들의 종교적인 문제에 재판할 의사가 없었고 또한 뚜렷한 죄목이 없어 예수님께 사형을 선고할 마음이 없었다. 헤로데 역시 자기에게는 사형을 선고할 권한이 없어서인지 자기 경비병들과 함께 예수님을 조롱하며 모욕을 준 다음 화려한 옷을 입혀 다시 빌라도에게 돌려보냈다. 그래서 빌라도는 대사제들과 지도자들과 백성들을 불러모으고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이 사람이 백성들을 선동한다고 끌고 왔지만 너희가 보는 앞에서 직접 심문을 했는데도 나는 너희의 고발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죄상도 찾지 못하였다. 헤로데가 이 사람을 우리에게 돌려보낸 것을 보면 그도 아무런 죄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니냐? 보다시피 이 사람은 사형에 해당하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을 매질이나 해서 놓아줄 생각이다”(루카 23,14-17).

그러나 빌라도는 그들의 결정(산헤드린의 결정)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선동에 의하여 온 무리들 역시 “십자가형이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소리 지르자 빌라도는 마지못해 그들의 뜻을 따랐다.

빌라도는 A.D. 26년에서 A.D. 36년까지 유다의 로마 총독으로 와 있었으며 예수님의 처형을 담당한 재판관이었다. 유다인의 역사 학자 필로와 요세푸스는 다같이 빌라도에 대해서 잔혹하고 사악한 속성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말하는데, 이로 인해 빌라도의 성격이 매우 잔혹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 그리스도교 문헌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견해와 일치하고 있지만, 후기 문헌은 그를 훨씬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빌라도에 관해 일부 역사가들은 그가 10년 동안이나 로마 총독으로 지냈다는 사실을 들어 유다인들과 그리스도인들에게 대단히 호의적이었고 능숙한 행정가로 평가하였다. 그리고 빌라도가 그리스도교로 전향했다는 일부 이야기도 있다. 빌라도의 아내에 대해서도 신약성서에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외경 문헌에서는 프로쿨라(Procula)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동방교회는 그녀를 시복하여 10월 27일을 프로쿨라의 날로 정하였으며, 빌라도 역시 성자로 높였다. 외경의 전승에서는 빌라도의 시체가 프랑스로 옮겨졌고, 비엔나의 근처 어떤 언덕에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전한다. 루카 복음 사가는 빌라도가 예수님을 심문할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강조하면서 무리들의 고함 소리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마지못해 예수님을 넘겨주었다고 전한다.

“그들은 예수를 끌고 나가다가 시골에서 성 안으로 들어오고 있던 시몬이라는 키리네 사람을 붙들어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의 뒤를 따라가게 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뒤따랐는데 그중에는 예수를 보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도 있었다”(루카 23,26-27).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해서 그들에게 끌려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숨을 거두셨다. 예수님께서는 숨을 거두시면서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하고 기원하셨다. 하느님 아들이신 분의 자비하심과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루카 복음 사가 역시 백인대장의 신앙고백을 수난사의 핵심으로 전하고 있다.

 

“이 사람이야말로 죄 없는 사람이었구나!”(루카 23,47)